- 2008년 일본서 세파계도 안 듣는 ‘슈퍼 임질’ 등장 … 美 CDC, 세파계 감수성 유지에 최선
성병 중 임질(淋疾, gonorrhoeae)은 잊혀진 것 같지만 전세계적으로 각종 항생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 임질균이 확산되면서 다시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 임균(Neisseria gonorrhoeae)이란 세균은 신체 어느 부위에나 감염될 수 있지만 주로 요도나 자궁경부를 통해 감염을 일으킨다. 법정 전염병으로서, 진단되면 7일 이내에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검사는 주로 소변을 통해 이뤄진다. 도말 또는 현미경 검사를 통해 요도의 세균을 식별한다. 면봉을 목구멍, 요도, 질, 직장에 넣어 검체를 획득하면 더 확실하게 박테리아를 채집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임질에 대한 가정용 검사키트를 사용할 수 있다. 질 면봉이 들어 있고 여기에 질의 분비물을 묻혀 실험실로 보내면 검사가 이뤄진다. 임질은 동반되는 클라미디아의 감염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검사의 필요성이 높다. 에이즈(HIV감염증)에 대한 검사는 성매개감염질환으로 진단된 모든 사람에게 권장된다. 위험 요인에 따라 추가적인 성병검사가 이뤄질 수 있다.
성인에서의 임질치료
임질에 걸린 성인들은 항생제로 치료받는다. 약물 내성을 가진 변종 임질균에 대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추가 질병이 없는 한 경구용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와 함께 주사제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을 병용 투여할 것을 권고한다.
세프트리악손과 같은 세팔로스포린 항생제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겐타마이신(Gentamicin) 주사제/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 경구제, 또는 경구용 제미플록사신(LG화학 팩티브정, Factive : 성분명 제미플록사신, gemifloxacin)/경구용 아지트로마이신 병용요법이 추천된다. 제미플록사신은 퀴놀론계 국산 항균제로서 다른 약에 비해 처방량이 적어서 기존 퀴놀론계 항균제에 내성을 가진 임질균에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트너와 태아의 임질 치료
환자의 파트너는 아무런 징후나 증상이 없어도 임질에 대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설사 환자가 임질 치료를 받았다하더라도 치료받지 않은 파트너는 잠복해 있던 임질균이 임질을 일으켜 다시 환자에게 옮길 수 있다. 임질에 걸린 산모로부터 태어나 감염이 된 아기도 항생제로 치료받을 수 있다.
임질 관련 항생제 내성의 역사
1993년엔 플루오로퀴놀론(fluoroquinolone) 계열의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과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세프트리악손과 세픽심(cefixime)이 임질 치료에 권장됐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미국 하와이 및 서부 해안에서 시프로플록사신 내성이 감지됐다. 2004년까지 남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MSM) 사이에서 시프로플록사신 내성 임질이 현저하게 증가해 이들에겐 약물 투여가 중단됐다. 2006년까지 임질 표본검사에서 거의 14%가 시프로플록사신에 내성을 보였다. 미국의 모든 지역과 이성애자 집단에서 시플로플록사신의 내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CDC는 2007년 4월 13일 임질에 대한 경험적 치료로 플루오로퀴놀론 계열 항균제를 추천하는 것을 중단했다. 이후 세픽심이나 세프트리악손과 같은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만이 유일하게 권장되는 치료법이 됐다.
세계 다른 곳에서 관찰된 추세와 유사하게 CDC는 세팔로스포린 약물 감수성이 감소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파악했다. 이에 CDC는 세팔로스포린의 효과를 가능하면 오래 유지하기 위해 2010년부터 자주 성병 치료지침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현재 임질에 대한 1차 치료제로는 세프트리악손 500㎎ 1회 주사가 권장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임질에 대한 아지트로마이신의 민감성은 감소했지만 CDC는 임질에 대한 항생제 내성, 세팔로스포린 및 기타 약물들을 계속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때가 아니다. 이경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이 이혁민 가톨릭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2011∼2013년 국내 남녀 임질환자 210명(남 136명·여 74명)에서 채취한 임균을 배양한 결과 최대 9%(19개)가 ‘다제내성 임균’으로 확인됐다.
세팔로스포린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슈퍼 임질’도 2008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2012년 미국과 서구에서도 확산됐다. 만주라 루스티나리시만 세계보건기구(WHO) 박사는 2012년 당시 “새로 발견된 슈퍼 임균은 처방할 수 있는 모든 약에 내성을 키워가고 있으며 몇 년 안에 어떤 처방으로도 치료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2013년 다제내성 임균을 ‘긴급조치가 필요한 내성균’으로 지정했다. 한국의 경우 2000년 초반부터 대부분의 임균이 페니실린 등 전통적인 항균제에 내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보다 강력한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균제로 치료받는 환자의 비율이 47%에 달했다.
임질은 남성에서는 화농성 요도염, 요도 분비물 증가, 배뇨 시 동통, 요도입구 발적 등의 증상을 보인다. 여성에서는 무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자궁경부염과 요도염에 의한 작열감, 빈뇨, 배뇨 시 동통, 질 분비물 증가, 비정상적 월경출혈, 항문직장 불편감 등이 나타난다.
임질을 방치하면 남녀 모두 심각하고 영구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고환, 골반, 혈액, 관절로 전파되면 불임이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특히 여성에선 골반염증성 질환(Pelvic inflammatory disease, PID)의 원인이 되며, 이는 나팔관 손상을 일으켜 불임이나 자궁 외 임신을 초래할 수 있다. 남성도 부고환염으로 불임에 걸릴 수 있다. 임질에 감염된 여성은 출산 시 태아가 질을 통과할 때 아기에게 전염시킬 수 있고 이는 신생아 실명, 관절염, 치명적인 혈액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