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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치료 3대 거목 중 ‘양대산맥’ 길리어드-MSD 장기지속형 제제 공동 개발키로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3-16 18:02:13
  • 수정 2022-03-03 17: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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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사 후보물질 병용 복합제로 경구약 및 주사제 추진 … 하반기 경구약 임상 시작, 개발비 6대 4 분담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미국 머크(MSD)는 장기지속형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에이즈)치료제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고 1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양사는 길리어드의 실험용 약물인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 GS-6207)와 MSD의 역전사효소 전위 억제제(nucleoside reverse transcriptase translocation inhibitor, NRTTI)인 ‘이슬라트라비르(islatravir,  코드명 MK-8591, 약어 ISL)’를 조합한 복합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경구용 복합제의 임상시험은 올 하반기에 착수할 예정이다. 매일 경구 복용하는 에이즈 치료제가 많지만 새 복합제는 투여 간격을 늘려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는 HIV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캡시드(capsid) 단백질을 손상시키도록 설계됐으며 후자는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효소를 차단한다. 둘 다 계열 최초의 신약후보물질이 될 가능성이 있을 만큼 초기 임상시험에서 유망한 데이터가 나왔고 후기 임상시험 중인 현재 유의미한 자료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길리어드는 2019년 7월 1b상 임상결과 바이러스 부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고 이달 9일엔 HIV에 감염돼 여러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레나카파비르의 2/3상 CAPELLA 연구 중간분석 결과, 6개월마다 약물을 피하주사했더니 기존 약으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의 바이러스를 약 26주간 장기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험자의 73%(26명 중 19명)가 검출할 수 없는 수준의 바이러스 부하를 달성했다. 이 신약후보는 2019년 5월 다른 항레트로바이러스 제제와 병용해 다제 내성이 있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다. 

두 약물은 오랜 반감기를 갖고 있고 적은 용량으로도 눈에 띄는 활성을 보여 장기지속형 경구약과 주사제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양사는 기대하고 있다.  이 복합제가 출시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HIV 치료제인 ‘빅타비정’(Biktarvy 성분명 빅테그라비르 Bictegravir, 엠트리시타빈 Emtricitabine,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Tenofovir Alafenamide)과 함께 길리어드의 강력한 HIV 약물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진다.

길리어드는 개발 및 상용화 비용의 60%를, MSD는 나머지 40 %를 부담키로 했다. 양사는 또 경구용 제품은 길리어드가 미국, 나머지 글로벌 시장은 MSD가 마케팅을 담당키로 했다. 주사제는 반대로 MSD가 미국, 길리어드가 나머지 글로벌 시장을 맡기로 했다. 

양사는 또 일정 매출까지는 동등하게 수익을 나누되 경구약은 매출이 연간 20억달러를 넘으면 길리어드가 65%, MSD가 35%를 갖기로 했다. 주사제에 대해서는 매출이 연간 35억달러가 넘으면 이같이 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실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과 성인의 HIV 관련 사망자가 2010~2017년 사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 특히 유색인종이 의료보험의 복잡성이나 높은 본인 비용 부담으로 인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CDC의 2017년 데이터에 의하면 미국 HIV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하고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는 새로운 치료제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올 1월 21일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에이즈(HIV감염증) 치료제 전문기업인 비브헬스케어(ViiV Healthcare)가 얀센과 공동 개발한 장기지속형 HIV 주사제 ‘카베누바’(Cabenuva, 성분명 카보테그라비르·릴피비린, cabotegravir·rilpivirine)가 FDA 승인을 받았다. 한 달에 한번 주사하게 돼 있다. 

MSD와 길리어드는 HIV 치료제 공동 개발과 관련 각기 다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머크는 2020년 7월  ‘생체분자접착제’(biomolecular condensates, 분자접착제, 생체분자 응축물) 전문기업인 듀포인트테라퓨틱스(Dewpoint Therapeutics)와 최대 3억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분자접착제는 세포 활동을 가속, 감속하거나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RNA, 단백질, 기타 생체분자 등이 액체처럼 농축된 혼합물이다. 이를 활용하거나 억제함으로써 병을 치료한다는 개념이다. 현존 HIV 치료제가 바이러스 복제를 막을 수 있지만 제거할 수 없는 한계를 가졌다면 두 회사가 지향하는 치료제는 응축물로 바이러스를 억압하고 다시 바이러스가 저장고에 쌓이지 않도록 차단한다는 원리다. 

길리어드는 올해 2월 HIV 치료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그리스톤온콜로지(Gritstone Oncology)와 협력키로 했다. 그리스톤은 지분을 주고 6000만달러의 선불금을 받기로 했다. 길리어드가 그리스톤의 백신후보물질을 채택할 경우 바이오벅스(연구개발 비용 부담)로 7억2500만달러를 지급하게 된다. 또 승인을 얻게 되면 별도로 매출 대비 한자리 수 중반에서 낮은 두 자릿수의 단계적 로열티를 받게 된다.  

그리스톤은 HIV-1과 매우 유사한 모델 항원으로 유인원 면역결핍바이러스 (simian immunodeficiency virus, SIV) 유래 항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광범위한 항 SIV CD8 양성 T세포 반응과 T 세포 기억 데이터는 길리어드의 항바이러스제 연구팀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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