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치료제 … 시젠의 ‘패드세브’ 암 12% 제거 … 얀센의 ‘발버사’는 시야결손 부작용
표적치료는 암의 특정 유전자, 단백질, 또는 암의 성장과 생존에 기여하는 조직 환경을 대상으로 억제하는 요법이다. 암세포의 성장과 확산을 막고 건강한 세포가 손상되지 않게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모든 종양이 같은 표적을 가지는 것은 아니어서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표적치료를 매칭하는 게 중요하다. 현대의학은 특정한 분자 목표물과 이를 향한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방광암 표적치료제 중 대표적인 게 아스텔라스(Astellas)와 미국 워싱턴주 보델(Bothell) 소재 시젠(옛 시애틀제네틱스(Seattle Genetics)가 공동 개발한 전이성 방광암 항체약물복합체(ADC) 치료제인 ‘패드세브’(Padcev 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enfortumab vedotin-ejfv)이다. 2019년 12월 18일 FDA 승인을 받았다.
이전에 화학요법(백금착제)과 PD-1/PD-L1 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 치료를 받은 절제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를 치료하는 용도로 미국 내 최초의 방광암 ADC이자 표적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패드세브는 방광암 세포 표면에서 고도로 발현되는 단백질인 ‘넥틴-4’(nectin-4)를 표적하는 항체약물복합체다. 엔포투맙이 방광암에 존재하는 넥틴-4 발현 암세포와 결합하며, 같이 결합된 베도틴이 암세포로 침투한 후 세포사멸(apoptosis) 항암물질인 MMAE(monomethyl auristatin E)를 방출해 암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항체약물복합체는 암세포의 표적에 부착한 다음 소량의 암 치료제를 종양세포에 직접 방출한다.
FDA 승인의 근거가 된 EV-201 2상 임상 결과 패드세브는 암 크기를 44% 축소시켰으며 환자의 12%는 암이 제거됐다. 이 약의 일반적인 부작용으로는 피로, 말초신경증, 발진, 탈모, 식욕과 입맛의 변화, 메스꺼움, 설사, 안구건조, 가려움, 피부건조, 혈당 상승 등이다.
얀센이 개발한 ‘발베사정’(Balversa 성분명 얼다피티닙 Erdafitinib)은 2019년 4월 12일 FDA 승인을 받았다. 백금착제를 포함한 화학요법(신보강요법)을 실시 중이거나 실시 후(12개월 이내)에 FGFR3 또는 FGFR2 유전적 변이로 암이 계속 자라거나 퍼진(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경구약이다. F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전이성 방광암 환자를 위한 표적항암제로는 처음으로 허가됐다. 이 약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를 선별하기 위해 FDA가 승인한 동반진단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퀴아젠(Qiazen)이 개발한 테라스크린(Therascreen) FGFR RGQ RT-PCR 키트가 동반진단테스로 선정됐다.
FDA는 이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 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을 근거로 발버사를 허가했다. 임상 결과 발버사의 객관적반응률(ORR)은 32.2%였다. 전체 피험자의 2.3%가 완전반응(CR), 30%가량이 부분반응(PR)을 나타냈다. 이들은 평균 5개월 반 동안 치료반응이 지속됐다. PD-L1/PD-1 억제제에 투여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환자에서도 일부 효과를 보였다.
투여 환자들이 빈번하게 호소한 이상반응은 혈중인산염 수치 증가, 구내염, 피로감, 신기능 변화, 설사, 입마름, 손발톱 손상(손톱 형성 불량), 식욕감퇴, 빈혈, 안구건조 등이다.
특히 중심성 장액 망막병증과 망막색소상피박리가 환자의 25%에서 보고돼 시야결손 등 심각한 눈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안과 의사나 검안사가 암슬러 그리드 평가(Amsler grid assessments) 등을 처음 4개월 동안 주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시력감퇴를 비롯한 변화가 감지되면 즉각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또 첫 투약 후 2~3주 동안 환자의 혈중 인산염 수치 변화를 확인하고, 매월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FDA는 권고했다.
면역항암제 … 키트루다, 바벤시오, 티쎈트릭, 옵디보 각축 … 수명연장 효과는 미흡
생물학적 치료로도 불리는 면역요법은 암을 퇴치하기 위해 신체의 자연 방어 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고안됐다. 이는 인체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물질들을 이용하여 면역계의 기능을 개선한다. 국소적 또는 전신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
가장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것은 면역관문 억제제인 PD-1/PD-L1 억제제다. PD-1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질병과 싸우는 것을 직접적으로 돕는 백혈구의 일종인 T세포 표면에서 발견된다. PD-1은 면역체계가 암세포와 싸우는 것을 막기 때문에 PD-1의 작동을 멈추게 하면 면역체계가 암을 더 잘 제거할 수 있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PD-L1이라는 단백질은 T세포 단백질 PD-1과 결합해 T세포가 암세포와 PD-L1을 함유한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위장한다.
대표적인 PD-1 차단 면역관문억제제로는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및 일본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주’ (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 사노피 및 리제네론의 ‘리브타요주’(Libtayo, 성분명 세미플리맙 cemiplimab) 등이 있다.
대표적인 PD-L1 차단 면역관문억제제로는 로슈 및 제넨텍의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주’(Imfinzi 더발루맙, Durvalumab), 독일 머크·미국 화이자의 ‘바벤시오주’(Bavencio 아벨루맙 Avelumab) 등이 있다. 리브타요를 제외한 이들 PD-1/PD-L1 억제제는 모두 백금화학요법제로 효과를 얻지 못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방광암) 치료에 사용된다.
키트루다와 티쎈트릭은 시스플라틴 기반 항암치료를 받을 수 없고 PD-L1이 과발현하는 진행성 요도암에 사용할 수 있다. 백금화학요법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사람은 종양의 과도한 PD-L1 발현 여부와 상관없이 이들 치료제를 투여받을 수 있다.
키트루다는 백금화학요법제로 치료한 후 고도 또는 전이성 방광암 환자가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음을 입증한 유일한 면역요법제다. 그러나 키트루다는 작년 6월에 내놓은 3상 Keynote-361 임상연구 결과 단독요법이든 화학요법제와 병행하든 PD-L1 고발현(10점 이상) 시스플라틴 치료 부적격 환자에서 종양 진행을 억제하거나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기존 허가 유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FDA는 2020년 1월 8일 BCG에 반응하지 않는 고위험 비근육침습성 방광암(Non-Muscle Invasive Bladder Cancer, NMIBC) 환자의 치료제로 키트루다를 승인했다. 방광절제술(cystectomy)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않기로 선택한 유두종양이 있거나 없는 표재성암(Tis 병기)을 대상으로 한다. 면역억제제 중 제일 먼저 이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다른 면역억제제들도 이 적응증을 획득하려 임상시험 중이다.
MSD는 키트루다의 미흡한 수명연장 효과를 시젠 패드세브와의 병용요법으로 보완하려 하고 있다. 2020년 6월 발표된 EV-103(또는 Keynote-869) 1b/2상 임상에서 이들 병용요법은 PD-L1 고발현 환자에서는 79%, PD-L1 저발현 환자에서는 69%에서 종양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여줬다. 12개월의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는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시스플라틴 화학요법을 하거나 할 수 없는 방광암 신규 환자를 대상으로 암 진행 억제 효과를 알아보는 3상 EV-302 임상이 진행 중이다.
티쎈트릭은 2016년에 IMvigor210 임상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든 유형의 방광암에 승인받은 첫 번째 PD-1/PD-L1 억제제가 됐다. 백금 함유 화학요법 후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방광암)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2017년에 도출된 IMvigor211 3상 임상에선 환자의 수명 연장 효과가 화학요법보다 우월하지 못해 FDA의 허가 유지가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전반적인 생존 혜택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항암제란 특성상 로슈는 가속승인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중반 FDA는 티쎈트릭을 PD-L1을 발현하는 종양 환자에게만 사용토록 제안했다. PD-1 억제제의 선두주자인 키트루다가 이전에 치료를 받지 않은 일부 방광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화학요법제보다 성능이 더 나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이런 제한이 가해졌다.
2020년 1월 24일 로슈는 IMvigor010 임상 결과 티쎈트릭이 근육침윤성요로상피세포암(Muscle-invasive Urothelial Cancer, MIUC) 환자에서 암의 진행이나 재발 위험을 줄이는 것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 4월에는 로슈가 승인받은 BCG에 반응하지 않는 고위험 NMIBC 임상연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폐기했다. 2019년 8월에는 티쎈트릭+화학요법이 화학요법보다 새로 진단된 전이성 방광암 환자에서 효과가 나은 것으로 나타나 유망한 상황이 전개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달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서 임상에서 참여한 이그나시오 두란(Ignacio Durán) 박사가 IMvigor130 임상시험에서 제시된 질병진행 또는 사망위험 18% 감소만으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FDA 승인을 받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 찬물을 끼얹었다.
바벤시오는 2020년 6월 30일 FDA로부터 1차 백금 함유 화학요법제 치료 후에 진행이 멈춘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유지요법으로 승인받았다. 앞서 FDA는 2017년에 바벤시오를 백금 함유 화학요법 도중 또는 이후 병이 진행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백금 함유 화학요법으로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 또는 신보조요법을 받은 후 12개월 이내에 병이 진행된 환자의 치료제로 가속승인한 바 있다.
JAVELIN Bladder 100으로 명명된 3상 임상연구에 따르면 바이오마커 PD-L(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에 양성을 보이는 방광암 환자에게 바벤시오를 투여한 결과,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21.4개월으로 나와 기존 최적지지요법(best supportive care, BSC)의 14.3개월에 비해 7.1개월이 연장됐다. 바벤시오는 전체 환자군에서 사망 위험을 31%가량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이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을 위축시키거나 지연 또는 안정화할 수 있다면 바벤시오로 교체해 암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지연시키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이를 교체유지요법(switch maintenance treatment)이라고 한다.
옵디보는 지난달 11~13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1년 미국임상종양학회 비뇨생식기암 심포지엄(2021 ASCO Genitourinary Cancers Symposium, ASCO GU 2021)에서 CheckMate-274 3상 연구결과를 근거로 재발 위험이 높은 근육침습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투여할 경우 무병생존기간(disease free survival, DFS)이 21개월에 달함을 입증했다. 위약군의 10.9개월 대비 10.1개월 연장한 것으로 재발까지 걸리는 기간을 대폭 늘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CheckMate 274 임상 결과로 옵디보는 근육침습성 방광암 치료제로 승인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약 50%는 수술 후 암이 재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버지니아대 의대 비뇨생식암 전문의 로버트 드레이서(Robert Dreicer) 교수는 “수술전 화학요법 유무와 관계없이 현재의 표준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육침습성 요로상피세포암은 재발 위험이 높은 암종”이라며 “옵디보는 고위험 근육침습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에서 완치 목적의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무병생존기간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또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개선한 최초의 면역항암제”라고 평가했다.
옵디보는 또 이 연구에서 방광, 요관, 신장 골반 외부에서 재발 위험을 전제 환자군에서는 28%, PD-L1 양성 환자에서 46% 줄였음을 증명했다. 옵디보는 2017년에 과거에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방광암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월 22일 임핀지가 미국에서 승인받은 방광암 적응증을 자진 취하한다고 발표했다. 이 약은 2017년 5월 과거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성인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방광암 치료제로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나온 추적임상 결과가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면역항암제는 각기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피로, 피부반응(가려움, 두드러기), 독감 유사 증상, 갑상선 기능 변화, 호르몬 그리고/또는 체중 변화, 설사, 폐렴, 간염, 장염 등을 나타낼 수 있다. 어떤 신체 기관이든 과민한 면역반응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의사와 부작용 증상을 상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