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난의 한 해였다. 백신 접종으로 다시 화평한 시절이 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올해 남은 기간 신약이 허가된다면 각기 얼마의 매출이 기대될까.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Evaluate)가 매긴 매출 추정치로 볼 때 2026년 매출 추정치 1위는 바이오젠(Biogen)과 에자이(Eisai)가 개발한 애증의 알츠하이머병 신약후보물질인 아두카누맙(Aducanumab)이었다. 승인만 된다면 5년 후 48억달러의 매출이 기대된다.
아두카누맙은 지난해 11월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말초중추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가 8대 3(찬성 1, 기권 2)으로 승인을 반대하는 표결결과를 보였지만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기근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허가될 가능성도 있다.
2019년 3월 3상인 ENGAGE 임상의 무용성 평가(Futility Analysis)에서 완전히 실패해 신약개발을 중단하는 듯했지만 바이오젠은 7개월 후 180도 태도를 바꿔 해당 분석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고용량 투여자가 적어 용량 비례 약효 도출이 안 됐을 뿐 고용량에서 나타난 효과는 확실하다는 게 바이오젠의 주장이다. 당초 FDA는 오는 3월 7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월 4일 3개월 더 연장해 오는 6월 7일을 승인 결정 마감일로 정했다. FDA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2위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인 NVX-CoV2373로 2026년 예상 매출은 27억3000만달러다. 미국 정부의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통해 16억달러의 백신개발 지원금을 받고 3만여명을 대상으로 3상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영국 임상 3상에서 89%의 효능을, 남아프리카공화국 2b상에서 60%의 효능을 보고했다. 피험자의 90% 이상이 독성이 강한 남아공 B.1.351 균주에 감염됐기 때문에 이 임상 데이터는 가치가 있다. 지난달 27일 존슨앤드존슨(얀센)의 코로나 백신이 미국에서 3번째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4번째 백신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늦어도 4월까지 임상 판독결과가 나오면 바로 FDA에 신약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노바백스의 첫 승인은 영국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바백스는 올 2분기에 미국 정부에 1억1000만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매년 20억도스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3위는 네덜란드·벨기에를 거점으로 두고 있는 항암제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제약사인 알제넥스(Argenx)는 전신중증근무력증(generalized myasthenia gravis, gMG) 신약후보물질인 에프가티지모드(efgartigimod)로 25억달러다.
승인된다면 항FcRn 계열 중 첫 신약이 된다. 에프가티지모드는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FcRn(neonatal Fc receptor)과 결합, 차단하는 항체로서 gMG 질환을 유발하는 면역글로불린G(IgG)의 재활용을 억제하고 소실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gMG 환자 167명에게 26주 동안 에프가티지모드를 투여한 결과 아세틸콜린수용체(AChR) 항체 양성 소견을 보이는 gMG 환자의 67.7%가 약물에 치료반응을 보였다. 반면 위약 투여군에서는 29.7%만 반응해 에프가티지모드의 1차 임상지표를 충족했다. AChR 항체에 음성을 보이는 보다 광범위한 환자군에서는 에프가티지모드가 통계적으로 더 많은 치료반응을 보였다. 치료반응기간은 환자의 56.8%가 최소 8주 동안 에프가티지모드에 반응했다. 34.1%는 최소 12주 동안 반응했다.
UCB의 라이벌 항FcRn 약물인 로자놀릭시주맙(rozanolixizumab)은 올해 3 상 MG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존슨앤드존슨(J&J)이 지난해 6월 65억달러에 인수한 모멘타파마슈티컬스(Momenta Pharmaceuticals)의 선도물질인 니포칼리맙(nipocalimab, 코드명 M281)은 작년 6월 긍정적인 2상 중간결과를 내놨다.
이뮤노벤트(Immunovent)의 IMVT-1401은 작년 8월 2a상에서 성공한 뒤 올해 상반기에 3상 gMG 시험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최근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을 확인한 후 광범위한 2b상 임상이 일시 중지됐다. 알렉시온(Alexion)의 ALXN1830(이전 SYNT001)은 개발 초기 단계이다.
이밖에 리아타파마슈티컬스(Reata Pharmaceuticals)의 만성신장질환 및 알포트증후군(Alport syndrome) 치료제 바독솔론메틸(Bardoxolone Methyl)은 25억달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TYK2 억제제 건선 및 염증질환 치료제인 듀크라바시티닙(deucravacitinib, BMS-9861615)은 22억1000만달러로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이어 △6위 노바티스의 소간섭RNA(siRNA) 계열 고지혈증 신약후보 ‘인클리시란’(inclisiran) 20억1000만달러 △7위 사렙타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의 뒤쉔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 치료제 ‘아몬디스 45’(Amondys 45. 성분명 카시머센 casimersen, 코드명 SRP-9001) 18억8000만달러 △8위 미라티테라퓨틱스(Mirati Therapeutics)의 KRAS G12C 억제제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아다그라십(Adagrasib, 코드명 MRTX849) 17억4000만달러 △9위 넥타테라퓨틱스(Nektar Therapeutics)의 CD122 편향적 인터루킨-2(IL-2) 억제제인 흑색종·신장세포암 치료제인 벰페갈데스루킨(bempegaldesleukin) 17억2000만달러 △10위 UCB제약의 IL-17A 및 IL-17F 억제제 건선 치료 신약후보물질인 비메키주맙(bimekizumab) 등이다.
PCSK9 저해제(Proprotein convertase subtilison/kexin 9 inhibitors)인 인클리시란은 2020년 말까지 미국에서 승인받을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대유행으로 차질을 겪었다.
FDA는 작년 12월 18일 갑작스런 대응종결공문을 보내 위탁생산업체인 이탈리아 코덴파마(Corden Pharma)의 이탈리아 현장실사를 나가기 어려워 승인을 늦춘다고 통보했다. 나스 나라시만(Nas NArasimhan) 노바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들에게 “오는 2분기나 3분기쯤 FDA의 요청에 응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FDA가 결국 이 시설을 점검하기를 원할지 확실하지 않다”며 “타임라인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노바티스뿐만 아니라 다른 제약사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디지털 출시와 생산자 재지정을 통해 승인 관문을 통과했지만 다양한 변수에 막혀 그렇지 못한 업체가 속출했다. 과신한 나머지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JAK 억제제 필고티닙(Filgotinib)은 미국 출시를 포기해야 했다. 작년 8월 안전성이 우려돼 재임상을 시행하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권고를 받았다. 사실상 승인 거절이었다.
반면 바이오마린의 혈우병A 유전자 치료 신약후보물질인 ‘록타비안’(Roctavian, 성분명 발록토코젠 록사파보벡 Valoctocogene Roxaparvovec, 옛 상품명 발록스 Valrox)는 다소 쉽게 FDA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작년 8월 FDA는 놀랍게도 이 약의 승인을 거부했다. 추가 임상을 시행하라는 권고에 중단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고 멈춰 서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피브로젠 블록버스터가 될 만성신장질환(CKD) 환자 대상 빈혈 치료제인 록사두스타트(roxadustat)의도 작년 12월 날벼락을 맞았다. FDA는 임상시험 데이터에 대한 더 명확한 분석 자료를 요구하면서 검토 기간을 3개월 연장했다. 이달 중 새롭게 결정될 심사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중 사렙타의 ‘아몬디스 45’는 뒤센근이영양증 치료제로는 2016년 승인받은 ‘엑손디스 51’(Exondys 51 성분명 에테플러센, eteplirsen)과 2019년 12월에 승인받은 ‘비욘디스53’(Vyondys 53 성분명 골로더센, golodirsen) 등에 이어 이 회사에서 3번째로 DMD 치료제로 지난달 25일 FDA 승인을 얻었다.
상위 10권에 들어간 신약후보물질들은 다수가 유효성 논란, 코로나19 종식의 희망 등을 안고 있는 헤비급 블록버스터다. 이밸류에이트는 이들 후보군 모두 2024년까지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달러)에 들어갈 자질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