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전회원 투표서 압도적 반대 표출 … 현 집행부 ‘기존 입장 변함 없어’ 내부갈등 잠재
대다수 한의사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인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과 관련, 재협상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6일 첩약건보 시범사업과 관련, 전회원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그대로 시행한다) 1788표(13.01%), 반대(재협상해야 한다) 1만1953표(86.99%)가 나왔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투표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전국 8713개 한의원을 대상으로 첩약건보 시범사업이 시행됐으나 일선 한의사들은 청구절차가 복잡하고, 수가도 협회가 약속했던 것보다 낮아졌으며, 원내 탕전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되는 등 불만이 고조된 상태에서 최종안에 대해 찬반 여부를 묻는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해져 이뤄졌다.
이에 앞서 한의사협회 대의원들은 이러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2020년 11월 20일 시작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최종시행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회원투표 발의의 건’에 대한 서면결의 요구서를 대의원총회에 제출했고, 대의원 216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49명, 반대 63명, 기권 3명, 무효 1명 등 과반수 찬성을 얻어 투표 실시가 의결됐다.
이번 투표는 4일 오전 9시부터 6일 오후 6시까지 K-voting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선거인 수 2만3485명 중 총 1만3741명이 참여해 58.5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연초에다가 세무처리 업무 등이 겹쳐 투표율이 예상 밖으로 저조했다.
한편 최혁용 협회장은 전회원 투표는 투표 실시가 의결되자 지난달 24일 대회원 담화문을 내고 투표 기권을 권유하는 등 협회 내부에 내홍을 부르기도 했다.
최 회장은 당시 담화문에서 “반대에 부대조건으로 달려있는 ‘재협상’이라는 과정이 개선의 실익을 얻기 위해서는 조용히 협상을 통해 가야지, 떠들썩한 이슈로 부각되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로 작용하며 찬성으로 의결될 경우에도 지금 협상안에 만족한다는 뜻이 돼 앞으로의 추가적인 개선 협상에 장애가 되는 만큼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혁용 회장과 집행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첩약건보와 관련된 투표는 많은 회원들과 대의원들의 요구대로 진행됐고 투표 결과 회원들로부터 반대(재협상) 의견이 압도적으로 표출됐다.
이번 전회원 투표를 통해 회원 다수의 반대 의견이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협회 집행부는 당장 첩약건보와 관련, 재협상이라는 숙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애써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이끌어낸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이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재협상을 거론한다는 자체가 거북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한의협 내부의 갈등은 집행부가 어느 정도 완충하고 걸러내야 하는데 그럴 역량이 없다는 데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의협 집행부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현행 시범사업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내부 갈등이 극심해질 경우 정부와 의사협회 측에 명분을 줘 시범사업 기간인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중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