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로 인해 손 위생이 강조되는 요즘, 자주 손을 닦고 소독을 하는 과정에서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피부질환자다. 주로 여름철 손바닥과 발바닥에 자주 발생하는 한포진 환자들은 손위생이 강조되면서 계절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가려움과 수포 때문에 더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만성 재발성 습진의 한 종류인 한포진은 현재까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운 상태다. 스테로이드 치료를 진행했는데도 증상이 낫지 않는다면 한방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강민서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의 도움말로 한포진의 한방치료법 및 생활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반복적으로 가려운 수포 생기는 ‘한포진’ … 자주 씻을수록 습진 질환 증가
한포진은 반복적으로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가려움 발진과 함께 작고 투명한 수포가 무리 지어 발생해 터지고 아물다가 다시 발생하는 만성 재발성 습진이다. 물집은 작고 둥글며 투명한데, 가려움과 함께 급격하게 생기는 특징을 가진다. 주로 10~40세에 많이 발생하는데 뚜렷한 원인은 없으나 스트레스, 다한증이나 아토피 질환의 과거력, 금속 알레르기, 아스피린이나 피임약 복용, 흡연 등과의 연관성이 알려져 있다.
한포진은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증상이 심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손 위생에 신경 써야 하는 요즘에는 계절과 무관하게 한포진과 같은 손습진 환자가 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료종사자 대상 연구에서 손위생 횟수가 증가하면서 74.5%의 의료종사자에서 손 습진이 발생하였다고 보고됐다. 손 씻기 횟수가 10회 이상일 경우에는 10회 미만인 경우에 비해 손습진 발생 위험이 2배 이상(OR 2.17)으로 높았다.
증상이 심해지면 스테로이드 연고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지만 재발이 잦으며, 스테로이드 장기 도포는 피부 위축 및 상처 치유 지연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연고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점차 불편감이 심해진다면 한방치료를 고려해볼 볼 수 있다. 발생 부위인 손과 발 자체의 염증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면역 조절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유발하는 원인을 파악해 함께 치료할 필요가 있다.
습포, 소염 약침 및 한약치료로 증상 개선 가능 … 소독제 보다는 손 씻는 것이 도움
급성 염증일 때는 염증 원인을 치료하는 내복 한약과 피부 재생을 유도하는 외용한약으로 습포치료를 시행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 국소부위에 항염, 항알레르기 작용을 하는 소염 약침 치료를 병행한다. 수포가 가라앉고 각질이 생기면서 딱딱해지고 갈라질 때에는 피부를 회복시키는 한방 연고와 면역력을 개선시키는 한약을 함께 복용하는 게 좋다.
치료와 함께 손위생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인이라면 잦은 손 위생으로 인한 손 습진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손 씻는 횟수를 줄이고 글리세린 등의 보습 성분이 함유된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그러나 한포진을 포함한 손 습진 환자에서는 손소독제에 함유된 알코올 성분이 따가움과 쓰라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피부 조직 손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때문에 되도록 손소독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강민서 교수는 “한포진 환자는 자극적인 성분이 최소화된 손세정제를 이용하여 최소한의 횟수로 손을 씻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평소에는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면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손을 씻은 후에는 물기를 제거한 후 바로 충분한 향료와 같은 자극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보습제를 도포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