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의술과 예술이 만나 한폭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코골이·수면장애 치료 권위자인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오는 10일까지 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
지난 30일부터 진행된 이번 전시회는 추억을 자아내는 풍경 스케치에 다채로운 색을 입힌 21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주제는 ‘무제(無題)’. 그때그때 떠오른 풍경과 색감을 즉흥적으로 도화지에 옮겨 특별한 주제나 작품명은 없다. 그만큼 작품이 틀에 박히지 않고 개성 넘친다.
늦은 밤 가로등 빛에 반사된 나무, 눈으로 덮힌 대학교 캠퍼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풍경처럼 익숙한 풍경을 담아내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내원객이나 환자도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미술은 무조건 어렵다’는 편견을 가졌던 젊은층의 호응이 뜨겁다.
신 교수는 지난 5월 아내와 함께 체코의 유명 화가인 알폰스 무하(Alphonse Maria Mucha)의 작품을 보고 붓을 잡기로 결심했다. 취미로 하나둘씩 그려온 작품이 벌써 800점.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던 중 차상훈 안산병원장이 신 교수의 작품을 보고 ‘혼자 보기 아깝다’며 개인전을 권유한 게 오늘에 이르렀다.
늦은 밤 가로등 빛에 반사된 나무의 모습을 담아낸 신철 교수의 작품
신 교수는 그림을 그리는 방법도 남다르다. 한 번에 한 작품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내키는 작품에 손을 댄다. 그는 “한 작품에 장시간 집중하면 색이 한정되고 그림 자체가 틀에 박히는 느낌을 받는다”며 “네다섯 개 작품을 동시에 작업하면 아이디어가 풍부해지고 색도 다채로워진다”고 말했다.
그림을 그릴 때 블루스 음악은 필수다. 신 교수는 “흑인들의 애환이 담긴 블루스 음악을 들으면서 붓을 움직여야 100% 완성된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 교수의 음악적 조예는 의료계에서 정평이 나있다. 수준급 기타 실력으로 ‘다섯손가락’, 서울재즈소사이어티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가 환자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완치를 향한 희망을 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기회가 된다면 음악과 미술이 한데 어우러져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