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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법 제정, ‘왜 해야 하는지’가 매우 궁금하다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03-14 19:04:44
  • 수정 2023-03-20 17: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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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핵심 이익과 무관 … 의사 중심의 의료직역 역학관계 흔들어, 의료소비자만 불편해질 수도

요즘 거의 매일 한두 건 씩 보도자료가 보건복지의료연대, 대한의사협회 등이 보내오는  ‘간호사법 제정안’의 입법 중단 요구에 관한 것이다. 간호사법 제정안은 2022년 5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하고, 2023년 2월 9일 국회 본회의 직회부 방안이 복지위에서 의결됐다.


의료법은 의사(치과의사, 한의사 포함)를 정점으로 간호사·간호조무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물리치료사·조산사·안마사 등 의료인이 의사의 처방(진료의 하위 행위에 대한 지시) 아래 일사불란하게 환자의 진료에 나서도록 체계가 잡혀 있다. 병원 업무와 관련해 종사하는 약사·영양사 ·한약사·안경사·응급구조사·요양보호사·기타 의료기사 등은 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역시 의사의 통제를 받게 돼 있다. 


간호사법은 2005년, 2019년에도 입법이 시도됐지만 무산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간호사들의 희생정신과 전문성이 부각되면서 2021년 11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처음 상정됐다. 


민주당 중심의 야당 의원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당의 반대로 간호사법의 법사위 통과가 어려울 것을 알고, 본회의 직회부 방식을 택했다. 올해 2월 9일 복지위(민주당)가 간호사법 제정안,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법사위가 60일 이상 상임위가 제안한 법률에 대한 수정 검토를 미룰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시키는 경로를 택한 것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입법 추진 중인 간호사법은 간호사가 아니면 그 누구도 간호업무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간호업무의 범위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간호조무사 및 요양보호사가 수행하는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로 규정하였다. 또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 등을 말한다. 또 간호사는 면허 범위에 규정된 다른 진료행위를 일절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내용들은 현행 의료법에 어느 정도 포괄적으로 담겨져 있지만 문제는 이런 간호행위를 간호사만 할 수 있다고 못박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간호사를 제외한 다른 직역(간호조무사 포함)은 일절 간호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 간호업무는 너무 포괄적이어서 어찌 보면 의사가 직접 하지 않는 모든 진료행위로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간호사를 제외한 의료직역들이 간호업무를 일절 못하게 막는다면 업무 영역이 침해되고, 간호사들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불편과 불이익을 직면해야 한다. 간호사법 제정을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에 13개 단체가 동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일치단결해 간호사법 출현을 막는 것은 왜 똑같은 의료인인데 간호사만 특혜를 주고 의료인 직역 내 또 다른 ‘옥상옥’을 만드냐는 불만 때문일 것이다. 


13개 단체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가 참여하고 있다. 13개 단체 소속 회원만 400만 명에 달한다. 


주요 의료인 단체 중 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빠진 것은 의사로부터 독립해 물리치료 행위를 독자 서비스업으로 독립시키고 싶은 속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법은 통과 여부를 떠나 현미경적으로 보면 따질 게 많은 의료직역간 역할 분담에 관해 기본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가 주사를 놓는 것은 의사의 처방 아래 이뤄지는 진료행위다. 의사가 직접 놔야지 왜 간호사가 대신 놓느냐는 지적에 입원 환자의 정기적인 주사를 제외하고는, 외래진료에서 의사가 직접 놓는 게 최근 추세다.


상당수 방사선사들은 의사들을 대신해 방사선 사진을 판독하기도 한다. 엄연히 불법이지만 관행화돼 있다. 물론 난해한 판독은 의사가 한다 치더라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방사선사가 조영제 부작용이 있는 환자에게 조영제를 투여하거나, 또는 과량 투여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경우 의사나 방사선사가 모두 처벌 대상이지만 지난한 법률소송을 거쳐야 환자가 승소할 수 있다.


의사들은 수술보조인력(Physician’s Assistant, PA)을 주로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으로부터 충당한다. PA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거나, 아직은 경험이 일천한 수련의를 대신해 수술을 보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지만 그동안 의료계는 관행적으로 PA를 진료에 활용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양성화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의료계 안팎에서 찬반이 갈린다. 간호사법이 제정되면 PA 업무는 간호사법에 제정된 업무가 아니어서 오히려 불법으로 몰리거나, 별도의 법적 근거가 추가돼야 한다.


간호사들은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의사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획득하고,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간호사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간호사들은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의사들의 지시에 복종해야 하는 힘없는 집단이었다. 하지만 이후 간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배출되고, 전반적인 인권의식이 강화되면서 이런 필요성은 많이 약해졌다. 오히려 간혹 간호사끼리의 갈굼. 일명 ‘태움’이 문제시되는 상황이다. 


국외자인 시민으로서 왜 간호사법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첫째 전반적인 인권 강화 추세로 간호사의 권리도 점점 강고지고 있다. 둘째 새로운 법안의 출현은 그만큼의 규제를 수반한다. 셋째 의료계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허물어지면 직역 당사자는 물론 의료소비자가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예컨대 과거에 아무런 문제가 없던 의사의 지시를 간호사가 ‘업무행위’ 영역 밖이라고 거부하면 환자들은 낭패를 보게 돼 있다. 


의료계에서 의사들의 권위주의는 많은 억울함과 불합리를 양산하기도 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구하거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만약 의사들의 진료 프로세스가 간호사법 조항 때문에 지장을 받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소비자에게 전가될 게 뻔하다.  


비의료인 국민들이 볼 때 간호사법이 없다고 불편한 점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간호사법 제정은 국민의 핵심이익과 전혀 무관하다. 간호사들이 특별히 억울하게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지도 않은데 왜 굳이 여당의원들이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것일까. 그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 결집력이 높은 간호사단체를 아군으로 포섭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따라서 정치권은 불요불급한 간호사법 제정에 헛힘을 쓸 게 아니라 진정 민생에 직결되는 법안의 처리에나 신경써줄 것을 권한다. 예컨대 ‘문재인 케어의 폐악 정리정돈’, ‘국민연금의 전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개선안 도출’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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