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화학요법제 병용요법으로 승인, 전체 유방암의 15~20% 해당 … 사망위험 35% 감소
로슈 ‘티쎈트릭’은 1가지 병용요법에 그쳐 … FDA, 9월에 티쎈트릭+파클리탁셀 사용 말라 권고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삼중음성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키트루다가 유방암으로 적응증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D-L1이 발현된(복합양성점수, Combined Positive Score, CPS 10점 이상) 국소 재발성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TNBC를 치료하기 위해 다른 항암화학요법제들과 병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이번 승인은 847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KEYNOTE-355’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는 이번에 획득한 적응증을 나타내는 환자에게 키트루다 200mg을 3주 간격으로 투여하면서 ‘탁솔’(paclitaxel 파클리탁셀) 또는 ‘아브락산주’ (Abraxane, 나노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nanoparticle albumin bound paclitaxel, Nab-paclitaxel) 또는 ‘젬자’(성분명 젬시타빈·gemcitabine)+백금착제인 카보플라틴·Carboplatin) 등 화학항암제들과 병용투여한 환자군은 종양이 진행되었거나 환자가 사망한 비율이 항암화학요법제들만 단독 투여한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35% 낮게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5월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크게 보도됐다. 이번 승인은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형태로 이뤄진 것이라 향후 확증시험을 통해 유효성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 이뤄져야 허가가 유지될 수 있다. MSD는 향후 수명연장 효과를 추적관찰해서 입증해보여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종합암연구소에서 유방암‧임상시험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호프 루고(Hope Rugo) 교수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15~20% 정도가 난치성인데다 공격적인 TNBC로 진단받고 있다”며 “3상 KEYNOTE-355 임상에서 3가지 화학요법제와 병용해 유효성을 입증한 것은 의사들에게 중요하고도 새로운 치료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로슈 ‘티쎈트릭’ 통계적 유의성 입증 실패 … 허셉틴·퍼제타·캐싸일라 삼각편대에 힘빠져
이번 승인으로 지난해 3월 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표적형 면역항암제로는 처음으로 TNBC 적응증을 획득했던 로슈의 PD-L1 억제제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가 경쟁에서 키트루다에게 밀리게 됐다. 지난 8월에 나온 3상 확증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지 못해 효과 재입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티쎈트릭은 세엘진(Celgene)의 화학요법제인 아브락산과의 병용요법이 PD-L1 양성 환자에서 질병 악화 또는 사망 위험을 40%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IMpassion130 임상 3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TNBC 적응증을 획득했다.
지난 9월 유럽종양학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ESMO)에서 발표된 최종 연구결과는 이 병용요법이 사망 위험을 33%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구겼던 체면을 살릴 수 있었다.
티쎈트릭은 PD-L1 양성을 PD-L1 염색된 종양 침윤면역세포(infiltrating immune cells, IC)가 종양 면적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한편 MSD는 보도자료에서 키트루다의 TNBC에서의 확산율(prevalence)이 40% 안팎이기 때문에 CPS 10 점수는 로슈의 IC 1%와 거의 동일하다고 밝혔다.
‘티쎈트릭’ 선택지 좁아 의사 처방 제한 … 9월 FDA는 파클리탁셀과 병용 금지 권고
티쎈트릭의 TNBC 적응증 승인은 키트루다보다 20개월 앞섰다. 로슈는 티쎈트릭으로 자사의 ‘허셉틴주’(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트주맙 trastuzumab), ‘퍼제타주’(Perjeta, 성분명 퍼투주맙, Pertuzumab), ‘캐싸일라주’(Kadcyla 성분명 트라스트주맙엠탄신, Trastuzumab Emtansin)로 이어지는 큰 HER2 억제제를 바탕으로 한 유방암 치료제 프랜차이즈를 구축하려 했는데 티쎈트릭 때문에 공백이 생겼다.
주식투자 분석기관인 에버스코어ISI(Evercore ISI)의 우머 라파트(Umer Raffat) 애널리스트는 “키트루다는 3가지 병용요법이 가능한 반면 티쎈트릭은 아브락산 한 가지만 연구돼 있다”며 “의사에게 더 많은 항암화학요법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키트루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같은 세밀한 사항이 과거의 의사에게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지난 9월 FDA는 이전에 치료되지 않은 TNBC에서 티쎈트릭+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을 쓰지 말라고 의사들에게 권고했다.
올해 ESMO에서 소개된 IMpassion131 임상시험 상세 데이터는 이들 콤보가 화학요법제 단독요법보다 종양 진행을 지연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망 가능성도 증가시켰음을 보여줬다.
양사, 수술 전 초기 TNBC 겨냥 맞불 … MSD는 ADC+키트루다로 한발짝 더 뛰기
MSD와 로슈는 모두 초기 TNBC 환자에 자사의 면역항암제가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3상 Keynote-522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키트루다를 수술 전에 화학요법에 추가하면 새로 진단된 TNBC 환자의 64.8%에서 수술로 제거된 조직의 모든 암세포 징후가 제거됐다.
IMpassion031 연구에선 수술 전에 티쎈트릭과 화학요법제를 병용한 환자의 57.6%에서 이같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화학요법제 단독요법은 41.1%에 그쳤다. 로슈는 통계적으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이라고 말했다.
MSD는 키트루다+화학요법제 짝짓기를 넘어서 시애틀제네틱스(Seattle Genetics, 최근 Seagene으로 개명)로부터 16억달러를 들여 연구용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를 도입했다. 라디라투주맙 베도틴(ladiratuzumab vedotin)으로 불리는 이 약물은 TNBC에서 증가하는 LIV-1을 표적으로 한다. 단일요법 및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