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은 간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간세포가 파괴돼 간의 점진적인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만성 간질환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한 후에는 다양한 합병증과 간암 발생의 위험도가 현저히 증가하므로 정기적인 검사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송명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지훈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의 도움말로 간경변과 간암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알아본다.
간경변증은 왜 생기는 것인가요?
간경변증은 만성적인 염증이 일어나 발생한다. 국내 간경변증 환자의 70~80%는 B형간염 바이러스, 10~15%는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나머지 10~15%는 알코올 과다 섭취와 여러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암 환자의 80~90% 가량이 B형 혹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중 80% 이상이 간경변증을 가지고 있다.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 ‘제2의 심장’이라 할 만큼 단백질 합성, 각종 대사작용, 해독작용과 면역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간 기능이 저하되면 초기에는 간의 보상능력이 좋아 정상 간기능을 유지하지만, 심해지면 복수·정맥류·간성혼수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고 결국 간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 간암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간이 굳어지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간경변증은 상태에 따라 전신쇠약, 만성피로, 식욕부진,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 얼굴이 거무스름해지는 경우가 많고 어깨, 등, 가슴에 확장된 모세혈관이 보인다. 이 모세혈관은 붉고 작은 반점을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뻗어 거미처럼 보인다. 손바닥은 정상인보다 유난히 붉어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위와 식도 정맥류가 발생하고 간성뇌증(혼수)이 생길 수 있으며 정맥류에서는 다량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복수가 차거나 하지부종을 동반하기도 한다. 남성은 유방이 커지거나 고환이 작아질 수 있으며 여성은 월경이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간경변증은 회복이 가능할까?
일단 간경변증이 진행되면 원래의 정상 간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에는 B형간염, C형간염에 대한 적극적인 항바이러스제 치료로 간경변증을 호전시킬 수도 있으며 질병의 진행을 막아 심각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송명준 교수는 “간경변증 환자는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성분의 생약재나 민간요법을 피하며,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의와 상의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40세 이상의 만성 간질환 환자 또는 기타 간병변 등 간암 발생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정기 검진을 받아 조기에 간암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간암엔 수술만 있나? … 암의 크기 ·개수·전이 등에 따라 치료 달라져
간암의 치료는 암의 크기와 개수, 혈관 침범 및 원격 전이뿐만 아니라 기저 간경변 등에 따른 간의 잔존 기능에 따라 다양하다.
먼저 종양 절제가 가능하면서 간경변증이 없거나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는 ‘간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간은 재생력이 뛰어나 일부분을 절개해도 다시 자라난다. 암 부위가 넓으면 개복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암세포가 작거나 제거하기 편한 부위라면 복강경수술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간절제술은 암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고주파열로 종양을 괴사시키는 ‘고주파열치료’, 종양 부위에 알코올을 주사해 암세포를 죽이는 ‘경피적 에탄올 주입술’ 등이 있다.
가장 이상적인 수술은 ‘간이식’이다. 다른 곳에 전이가 되지 않은 초기 간암 환자에게 좋다. 하지만 수술 후 감염, 출혈, 거부반응, 간동맥혈전증 등 다양한 합병증과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암이 비교적 많이 진행되거나 종양 제거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할 수 있다. 종양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동맥에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넣어 막는 치료법이다. 정상적인 간 조직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종양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재발이 흔해 주기적인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김지훈 교수는 “최근 혈관 침범 또는 원격 전이를 동반한 진행성 간암 환자에서도 표적치료제뿐 아니라 면역치료제와의 복합 요법으로 예후가 크게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