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틸페니데이트,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법 사용하기도 … 게임 이용한 디지털 치료제 등장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불안장애 등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어린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ADHD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만1362명으로 2015년(5만106명)보다 42.4% 증가했다. 10대 환자가 46.4%로 가장 많았으며 9세 이하 30.6%, 20대 14.9%, 30대 5.3% 순으로 나타났다.
ADHD는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이 주된 증상으로 반복적이고 비율동적 움직임이나 소리를 내는 틱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 ADHD로 이어져 대인관계, 업무능력 등이 저하되는 등 삶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발병 원인의 70~90%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적절한 대비를 하기 어렵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외협력이사)는 “소아기 ADHD를 방치하면 성장과정에서 품행장애, 비행문제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초등학생 자녀에게 적대적 반항장애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반항으로 여기지만 말고 부모 양육방식, 유아기 시절 자녀의 행동과 증상을 되짚어보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면밀히 상담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ADHD로 인한 적대적 반항장애는 유아기에 방치된 공존질환이므로 ADHD를 치료하지 않고서는 증상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ADHD 치료는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을 병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ADHD 치료제는 뇌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킨다.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ADHD 환자는 뇌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과 노르에피네프린(nor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신경전달물질을 늘리는 약물이 치료에 사용된다.
ADHD 증상의 대부분은 약물요법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ADHD 치료제는 크게 정신자극제(stimulants)와 비-정신자극제(non-stimulants)로 나뉜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ADHD 치료제 중 정신자극제는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가 있으며 비정신자극제는 아토목세틴(atomoxetine)과 클로니딘(clonidine)이 있다. 이들 치료제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늘려 증상을 개선한다. 대부분 정제나 캡슐 형태다.
메틸페니데이트, 투여 1시간이면 약효 발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메틸페니데이트는 대뇌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시냅스전 신경세포(뉴런)로 재흡수되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이들 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활성화한다.
메틸페니데이트는 1955년 처음 개발된 이후 여러 건의 임상연구를 통해 60년 넘게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됐으며,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투여 1시간 만에 약효가 발현되는 게 특징이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수험생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한 때 오남용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아이가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하면 오히려 두통, 불안감, 환각, 망상, 공격성 등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자살이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ADHD 증상이 없을 경우엔 복용을 삼가야 한다. ADHD를 앓는 아이가 약물 복용 후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주의력 결핍 등 증상이 완화된 덕분이다. ADHD로 인한 집중력 장애와 정상인의 집중력 감소는 엄연히 다르다.
국내 출시된 제품으로는 서방형 제제인 한국얀센의 ‘콘서타OROS서방정’, 명인제약 ‘메디키넷리타드캡슐’과 속방형 제제인 환인제약 ‘페니드정’ 등이 있다.
콘서타OROS의 차별화된 장점은 약효가 1시간 만에 발현된 후 12시간 지속되고, 치료반응률이 높다는 것이다. 1일 1회 오전에 복용하는 서방형 정제로 기존 속방형 메틸페니데이트 제제가 약효 지속시간이 3~4시간으로 짧아 1일 3회 복용해야 했던 불편함을 개선했다. 이 약은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받았으며 국내에는 2003년 발매됐다.
콘서타OROS에는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 약물 방출속도를 조절하는 기술(Osmotic Release Oral Delivery System)이 적용됐다. 빨리 효과를 발현하는 동시에 오랫동안 작용하며 시간이 갈수록 약물 농도가 점차 증가하는 프로파일(Ascending profile)을 실현해 ADHD 치료에 가장 이상적인 제형으로 만들었다.
약물 표면의 메틸페니데이트 외부코팅물질(MPH overcoat)이 복용 즉시 용해돼 속효성과 같은 신속한 효과를 나타내고, 삼투압에 의해 약물 내부로 수분이 침투하면 가장 상단의 속방형(저밀도)이 먼저 유출된다. 다음으로 중단의 서방형(고밀도)가 물을 많이 머금어 장시간 약물을 방출한다. 이어서 맨 하단의 속방형(중간밀도)이 나오면서 약물농도를 피크에 이르게 한다. 이같은 형태의 유효 성분 방출을 위해 레이저로 알약 상단에 미세 구멍을 뚫어놨다.
항우울제로 개발됐던 아토목세틴, 1일 1회 복용으로 24시간 약효 지속
아토목세틴은 선택적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억제제(Selective 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SNRI)로 도파민과 세로토닌에는 거의 작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도파민성 부작용인 흥분, 중독 등 부작용이 적다.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환자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다.
아토목세틴의 흔한 부작용으로 두통, 불면, 졸림, 다한증, 구강건조, 오심, 식욕부진, 복통, 구토, 변비, 발기부전 등이 있다.
시판되는 치료제로는 한국릴리의 ‘스트라테라캡슐’과 그 제네릭인 환인제약 ‘환인아토목세틴캡슐’ 등이 있으며 식사와 관계 없이 1일 1회 또는 2회 복용하며 임상적 반응 및 내약성에 따라 용량을 단계적으로 증량할 수 있다.
아토목세틴은 처음에 항우울제로 개발됐지만 현재는 ADHD 치료제로만 사용된다. 스트라테라는 2002년 ADHD 치료제로 FDA 시판승인을 받았으며 2007년 국내 발매됐다. 2013년부터 1차 치료까지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다.
스트라테라는 약효 지속시간이 24시간으로 길어 1일 1회 시간과 관계없이 복용하는 게 장점이다. 투여 1주 후부터 약효가 천천히 발휘되며 6주째에 최대 효과에 도달한다.
비정신자극제로 콘서타OROS와 달리 틱장애나 투렛증후군(뚜렛증후군)을 동반한 환자에도 처방할 수 있다. 단 희귀 내분비성 고혈압 질환인 갈색세포종(크롬친화세포종) 환자에서는 혈압 상승과 빠른 부정맥을 포함하는 심각한 반응이 보고돼 투여하지 않는다.
클로니딘, 과잉행동·충동성·공격성에 효과
클로니딘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치료제로도 쓰이는 성분이다.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서방형은 ADHD 치료에 쓸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 ADHD 증상 중에서도 과잉행동, 충동성에 효과적이며 동반되는 공격성과 틱에도 효과적이다. 메틸페니데이트나 아토목세틴에 그다지 효과가 없었던 경우에 효과적일 수 있다. 알보젠코리아 ‘켑베이서방정’이 대표적이다.
클로니딘은 α2-아드레날린성 수용체를 자극한다. α2 수용체는 진정, 마취, 교감신경완화 등의 작용을 한다. 참고로 교감신경계의 대표격인 α1은 거꾸로 혈관을 수축하고 혈압을 올린다. 클로니딘의 기전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뇌에서 감정, 주의력, 행동을 관할하는 영역에 작용해 ADHD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틸페니데이트와 아토목세틴은 혈압을 높이는 데 반해 클로니딘은 혈압을 낮출 수 있다. 다른 약물과 비교해 불면증, 식욕저하, 신경과민 등 부작용이 없고 의존성(습관성)이 적은 게 장점이다.
클로니딘은 식사와 관계없이 1일 2회 오전 및 취침 전에 복용하며 서방정이므로 분쇄하거나 분할 또는 씹지 않는다. 임상적 반응 및 내약성에 따라 용량을 단계적으로 증량하고, 투여를 중지할 때에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
국내서 마약으로 분류되는 암페타민, 미국에선 ADHD 치료제
중독성으로 인해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으나 미국에서는 암페타민(Amphetamine)도 ADHD 치료에 처방되고 있다. 애더럴(Adderall)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돼 유통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유명 아이돌이 2010년 이를 밀반입했다가 2014년 뒤늦게 사실이 밝혀져 발칵 뒤집어졌다. 암페타민은 중추신경계 자극제로 노르에피네프린 및 도파민의 활성을 증가시킨다. 피로와 식욕을 낮추고 기민성을 증가시키는 페네틸아민 계열의 각성제 중 하나로 FDA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기면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차세대 치료제, 오츠카제약·SK바이오팜 신약후보물질 개발
일본 오츠카제약은 신약후보물질 ‘센타나파딘’(centanafadine)를 개발 중이다. 지난 6월 미국 자회사(
Otsuka Pharmaceutical Development & Commercialization, OPDC)가 실시한 센타나파딘의 성인 대상 임상 3상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상당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비흥분제의 일종인 이 후보물질은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재흡수를 조절하는 3중 재흡수 저해제다. 회사 측은 3상 결과를 두고 센타나파딘이 ADHD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도 ADHD 치료용 신약후보물질 ‘SKL13865’의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물질은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한 동물실험 약효를 보였으며 약물 남용 가능성이 적은 게 장점이다.
이젠 게임으로 치료한다 … 8~12세 위한 디지털치료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각종 질환을 치료를 할 수 있는 디지털치료제가 합성의약품,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새로운 의약품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ADHD 치료에도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킬리 인터랙티브 랩(AIL)이 만든 비디오 게임 ‘인데버알엑스(EndeavorRx)’를 어린이 ADHD 치료 수단으로 승인했다. 인데버알엑스 FDA 허가를 받은 최초의 게임 기반 치료제다. 다른 약물과 마찬가지로 치료 목적으로 이용하려면 별도의 처방전이 필요하며 만 8~12세 어린이만 처방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