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 요구하는 두뇌활동으로 글 읽기와 쓰기 추천 … 혈액검사·인공지능 뇌파분석으로 조기 발견 가능
기대수명 증가로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바라보게 됐으나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법을 찾지 못한 치매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치매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80만명으로 연평균 16% 늘어나고 있다. 2009년 대비 4배 늘었다. 2019년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진료를 본 환자는 27만6045명으로 최근 10년간 19배 늘었다.
현재로서는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윤영철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최근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혈장 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를 밝혀내 진단키트를 만들었다. 또 인공지능 뇌파분석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아이싱크브레인(iSyncBrain)’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에 대한 정확도가 90% 이상인 것을 확인했다.
윤 교수는 “정확도가 높은 인공지능(AI) 뇌파분석검사와 간편한 혈액검사만으로 치매 위험을 예측하면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초기 치료를 통해 중증 치매로 진행되는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알츠하이머병 치매 진단에서 아밀로이드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고가 영상검사를 받기 전에 비교적 저렴한 뇌파검사와 혈액검사로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를 선별해낼 수 있어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매는 하나의 질병명이 아니라 여러 증상 또는 질환의 모임을 일컫는다. 치매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 질병으로 알츠하이머병과 뇌혈관질환(혈관성 치매)이 있다. 두 질환이 치매 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밖에 파킨슨병, 루이소체치매, 전두측두치매, 신경계 감염과 염증 등 뇌 손상을 일으키는 모든 신경계 질환, 호르몬 장애, 비타민 결핍 등이 치매의 원인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65세 이상의 노인 100명 중 5~10명에서 발병한다. 아직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건강했던 뇌세포가 유전자 이상으로 이상 단백질을 만들어 뇌세포에 독으로 작용해 뇌세포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치매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뇌 혈액순환의 장애가 원인이며, 학력이 높거나 지적인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서는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윤 교수는 “나이가 들어서도 삶의 목표를 세우고, 외국어를 배우며,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적극적인 생활과 두뇌 활동을 계속하는 게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흔히 고스톱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체 판세를 읽고 책략을 구사하며 점수를 계산하는 두뇌활동을 요구하는 오락으로 인지기능을 증진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어도 치매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며 “고스톱만 잘 치는 치매 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스톱이 일부 뇌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지만 전반적인 인지기능이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향상시키지는 않는다“며 ”글을 읽고 쓰는 창조성을 요구하는 뇌 활동이 치매 예방에 더 효과적이므로 저녁 취침 전 하루 있었던 일과를 돌이켜보며 어릴 때처럼 매일 일기를 쓰는 습관이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치매 환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는 예방이 가능하며 초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막고 치료도 가능하다. 뇌혈관이 좁아지고 막혀서 뇌로 산소 및 영양분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뇌세포가 죽어서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기도 하고 얼굴이 돌아가기도 하고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한다. 또 아무런 신경학적 증상 없이도 치매가 올 수 있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혈관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 운동 부족 등 혈관을 지저분하게 할 만한 원인을 제거하는 게 좋다. 윤 교수는 “40대 이후부터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자주 확인하고 조절하며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뇌혈관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연구에서 규칙적인 운동이 뇌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적인 운동은 중추신경계의 염증을 줄이고, 뇌세포의 산화손상을 완화하며, BDNF나 IGF-1과 같은 뇌 영양인자를 생성해 뇌세포를 보호하며 치매를 예방하고 발병과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 따라서 매일 30분~1시간 정도 빠르게 걷기가 추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