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 오래 하면 암 유발? 국내 여성암 1위 유방암 팩트체크

김신혜 기자
등록 2020-11-11 11:00:57
수정 2020-11-11 11:51:59

가슴성형 보형물이 암 유발한다는 근거 없어 … 30세 이상은 매월 자가검진해야

유방암은 국내 여성에게 발생하는 전체 암 중 가장 흔하다. 2016년 갑상선암을 제치고 여성암 발병률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새롭게 발생한 여성 유방암 환자는 2만2300명(남성 95명)으로 전체 여성암의 20.3%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2.4%로 가장 많고 50대 30.1%, 60대 17.5% 순서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교적 흔한 암이다 보니 유방암에 대한 부정확한 속설과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난다. 강영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는 “유방암에 대한 무분별한 정보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라며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율 역시 높으므로 불확실한 정보에 현혹되기보다는 정기 검진 등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의 도움말로 유방암의 여러 속설에 대한 진실을 짚어본다.

Q.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유방암이 더 잘 생기나요? (X)

A. 과거 브래지어가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미국 인류학자 시드니 로즈싱거는 1995년 자신의 저서 ‘입으면 죽는다(Dressed To Kill)’에서 매일 12시간 이상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이 11% 더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암학회는 2007년 이 주장을 ‘루머’로 분류했다. 미국암학회는 브래지어가 림프기관을 압박해 독소가 축적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고 통계적인 결함도 있다고 지적했다.

브래지어 착용이 겨드랑이 부위의 림프기관을 누를 수는 있지만 벗으면 금방 회복된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브래지어 착용이나 시간, 시기가 유방암 발생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암의 원인이라는 연구가 학술지에 게재된 바도 없다.

Q. 콩과 두부가 유방암에 안 좋다는데요? (X)

A. 콩과 콩으로 만드는 두유, 두부 등이 유방암을 높인다는 속설은 콩에 대한 콩에 들어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때문에 생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인체 에스트로겐과 경쟁해 마치 항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먼저 차지하며 인체의 에스트로겐이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인체의 에스트로겐은 유선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체의 에스트로겐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Q. 모유수유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추나요?(O)

A. 모유수유가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은 사실이다. 모유 수유에 관한 연구는 임신과 연관돼 있어 모유수유만을 독립 변수로 하는 연구는 어렵지만, 모유수유를 했을 때 유방암의 발생 위험률을 약 10% 정도 낮추고 수유 기간이 길수록 발생 위험을 더 낮춘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모유수유를 한다고 해서 유방암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뜻은 아니다. 모유수유가 유방암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순 있지만 유방암의 발병을 억제하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무리해서 모유수유를 할 필요는 없다.

Q. 가슴성형 보형물이 유방암 위험을 높이나요? (X)

A. 보형물을 삽입하는 유방확대수술이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유방 보형물을 삽입한 여성과 아닌 여성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유방암 발생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혀졌다. 다만 지방이식이나 필러 주사를 맞아 확대를 한 경우 유방 촬영이나 초음파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워 유방암 진단이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지난해 유방암은 아니지만 표면이 거친 일부 보형물이 유방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발병률을 6배 높인다는 게 밝혀지면서 관련 엘러간 제품이 리콜을 당하기도 했다.

Q. 유방암에 좋은 음식이 있나요?(X)

A. 유방암에는 특별히 좋은 음식도 나쁜 음식도 없다. 서구화된 음식과 유방암을 연관 짓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좋다고 알려진 음식을 찾기보다는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 적정 체중 유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칼로리가 높은 기름진 음식이나 과도한 음주 등 보통 해롭다고 알려진 음식은 피하고, 동물성 지방의 섭취는 줄이는 게 좋다. 특히 비만은 유방암 환자에게 좋지 않다. 살을 찌우는 음식이나 생활습관은 자제하도록 한다. 기호식품인 커피, 콜라, 녹차, 비타민 칼슘 영양제 등은 섭취해도 괜찮다.

Q. 유방암은 가족력이 있으면 특히 위험하다고 하던데요? (△)

A. 유방암은 여성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유방암 중에는 부모로부터 암 유전자를 물려받아 선천적으로 암에 취약한 유전성 유방암이 있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를 차지한다. 미국은 이보다 많은 12% 정도가 유전성이다.

암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암 발병 확률이 높을 뿐이다. 물론 암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유방암은 60~80%, 난소암은 20~40%까지 발병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암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유방암은 20~40%, 난소암은 60~80%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유전성 유방암과 일반 유방암은 예후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전문가와 상담하에 예방적 치료나 적극적인 검사를 기본으로 좋은 식습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해소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잘 관리하면 된다.

강 교수는 “유방암은 빨리 발견해 치료할수록 예후가 매우 긍정적이다.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유방암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유방암 0기 5년 생존율은 98.3%, 4기는 34%로 30세 이상 여성은 매월 자가검진을 시행하고 35세 이상은 2년 간격으로, 40세 이상 여성은 1~2년마다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필이미지

김신혜 기자 다른 기사 보기

댓글 삭제

헤드라인

많이 읽은 기사 (최근 7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