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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차가운 것은 차가운 것으로 푼다?’ 그 오해와 진실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1-11 08:41:13
  • 수정 2020-11-13 18: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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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도 물에 20~30분간 담가 서서히 녹이는 게 최선 … 뜨거운 물이나 차가운 물은 오히려 증상 악화
동상에 걸렸을 땐 따뜻한 물을 이용해 서서히 따뜻하게 해야 2차적인 조직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출처=유튜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엔 동상이 맹위를 떨치기도 했다. 대충 1980년대까지를 말한다. 이후엔 방한 의복도 좋아지고 기후 온난화로 겨울 기온이 높아지고, 실내난방이 개선되면서 동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반대로 방심한 나머지, 등산이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간 장기간의 외출에 뜻밖에 걸리기도 하는 게 동상이 됐다.

아주 옛날엔 동상으로 손, 발, 귀 등이 벌겋게 부풀어 오르면서 아프고 가렵다가 심하면 사지말단을 절단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나타났다. 요즘은 주위에서 동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의복, 주거환경, 영양상태 등이 개선된 덕분이다.
 
동상은 이제 사라진 질환이다?

동상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어 갈 무렵 등산, 스키, 스케이팅 등 겨울 레저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한다. 요즘 웬만한 동상은 증상이 비교적 가벼워 초기에 간단한 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 황인홍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예방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동상이 생기는 기전은 크게 두가지로 설명된다. 하나는 추위에 노출된 부위의 혈관이 손상을 받아 피 속의 액체 성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감으로써 결과적으로 혈액 내 고형성분이 많이 남게 돼 혈관이 막히는 기전이다. 이렇게 되면 막힌 혈관의 말단 부위는 혈액순환이 차단되고 결국 조직이 죽게 된다.
 
두 번째는 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부위에 작은 얼음덩어리가 생겨나면서 세포를 파괴하는 기전이다. 이 두 가지 기전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조직을 파괴하는 게 보통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밟게 되는 직접 원인은 추위, 즉 주위 조직과 큰 격차를 보이는 국소적인 저온이다.
 
동상에 걸리면 마치 바늘로 찌리는 것처럼 콕콕 아프다가 차츰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고 점점 통증이 심해진다. 여기서 더 악화되면 피부가 푸른색을 띠기도 한다. 피부 충혈, 부종이 일어나면 1도 동상이다. 출혈‧부종‧수포가 일어나면 2도 동상, 피부나 피하조직이 괴사되면 3도 동상이라고 부른다.
 
보통 야외활동을 많이하는 군인, 산악인, 잠수부에게 자주 발생하고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당뇨병, 영양실조가 있다면 동상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동상이 잘 생기는 부위는 추위에 쉽게 노출이 되고 부피에 비해 피부의 면적이 넓은 손, 발, 귀, 코, 등이다. 체온이 떨어질 수 있는 조건이 되면 동상이 더욱 쉽게 생긴다. 예컨대 몸에 물이 묻어 있으면 물의 증발에 따라 열을 빼앗겨 체온이 낮아져 동상이 잘 생긴다. 반대로 몸을 많이 움직이면 몸에서 열이 발생해 체온이 증가하므로 동상을 막아주게 된다.
 
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동상의 발생 경로를 모두 차단시키면 된다. 첫 단계가 몸속에서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외부의 바람이 몸에 닿으면 대류 작용에 의해 체온을 많이 빼앗기므로 방풍을 할 수 있는 의류나 장비를 갖추는 게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예방책이다. 장갑을 끼는 것은 필수고, 두피를 통해 열을 빼앗길 수 있어 추운날은 모자를 써야 한다. 목도리 등으로 바람을 막고 마스크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기는 증발할 때 주위로부터 열을 많이 빼앗아 간다. 젖은 의복이나 장갑 등은 절대 피해야 한다. 젖은 상태에서 그대로 있으면 동상의 위험이 높아져 마른 옷으로 갈아입거나 실내에서 말린다. 옷에 습기가 차는 것도 방지해야 하고 몸에 땀이 날 때는 잠시 벗어 땀을 말리고 운동량을 줄여야한다.
 
추울 때 술 마시면 동상을 예방한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동상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절대 금기며, 음주 역시 열을 많이 손실시키므로 절주하는 게 좋다. 추울 때 따뜻한 술을 마시면 온기가 유지돼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술은 열 손실을 가속화해 급격한 외부와의 온도 차는 동상에 잘 걸릴 수 있게 만든다. 추운 곳에서 음주는 금물이다. 야외활동 시 물이나 스포츠음료를 충분히 보충해줘야한다. 몸에 수분이 줄어들면 동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두꺼운 옷을 입는 것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야 더 따뜻하다는 건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기본 3겹을 입으면 좋고 느슨하게 입어야 옷이 따뜻한 공기를 함유하게 된다. 겉옷은 따뜻하고 방수성이 있는 다운 파카 등으로 습기도 차단해 주면 좋다.
 
냉은 냉으로 푼다? 급한 김에 뜨거운 물로?

동상에 걸렸을 때 치료법은 어렵지 않다. 동상 치료의 기본 원리는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세포 사이의 결빙을 풀어주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면 어느 것이나 치료로 가능한데 가장 좋은 방법은 동상 부위를 체온에 가까운 40도 정도의 물에 20~30분간 담가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나 민간요법에서 말하는 소위 ‘차가운 것은 차가운 것으로 푼다’는 이론은 별로 근거가 없는 말이다. 동상 부위를 눈 속에 집어넣거나 차가운 물에 담그는 등의 방법은 잠시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어도 동상을 오히려 악화시킨다.
 
손으로 비비거나 마사지하는 방법도 별로 효과가 없고 오히려 피부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포(물집)가 생기게 되는데, 터뜨리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이 안전하며 통증이 심한 경우에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은 해가 되지 않는다.
 
동상 부위는 가능한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감각이 둔해져 위험을 피하지 못하고 손상을 입기가 쉬우며 일단 손상을 받으면 정상 부위에 비해 잘 낫지 않고 2차 감염이 발생하므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동상으로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동상에 걸린 환자를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옷, 양말, 신발 등을 벗겨 안정을 취하게 한다. 손과 발, 얼굴 보온이 잘 돼야 하므로 가벼운 동상이면 입김을 불어주거나, 따뜻한 부위에 대주거나, 핫팩 등을 활용해 따뜻하게 한다. 손가락 전체가 동상이면 마찰을 피하기 위한 거즈 등으로 감싸고 서로 붙지 않도록 처치한다. 통풍이 잘 되는 신발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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