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장기지속형 혈우병A 치료제 ‘엘록테이트주’(Eloctate 성분명 에프모록토코그-알파, Efmoroctocog-alfa)를 이용한 유지요법이 출혈률을 낮추고 관절병증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스페셜티케어 사업부 사노피젠자임은 5일 서울시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A형 혈우병의 최신 치료 지견과 국내 치료 환경의 현재’를 주제로 미디어 세미나를 열고 세계혈우연맹(World Federation of Hemophilia, WFH)이 8년 만에 발표한 ‘혈우병 치료 가이드라인 제3판’의 업데이트 내용과 의의, 엘록테이트 주요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혈액응고인자 8인자에 Fc단백 결합시켜 반감기 12.4시간에서 19시간으로 연장
과거 1주일에 3번 맞던 것 2번으로 줄여 … 소아 환자들 순응도 높아져
엘록테이트는 2014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2017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혈액응고인자 8인자 성분의 반감기가 연장된 유전자재조합 치료제다. 이 약은 혈액응고인자 8인자에 Fc단백을 융합해 체내에서 리소좀에 의한 엘록테이트(rFVIIIFc)의 가수분해 과정을 지연시켜 혈액응고인자 8인자(FVIII)의 반감기를 19시간으로 엘록테이트의 반감기는 19시간으로 기존의 표준 반감기 치료제의 12.4시간 대비 최종 반감기를 50%가량 연장했다.
혈우병 환자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합병증은 관절병증이며 국내 A형 혈우병 환자의 57.8%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혈우병성 관절병증은 신체 활동량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부정적인 심리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날 최은진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출혈 시에만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하는 것은 더 이상 장기치료 옵션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며 “유전자재조합 혈액응고인자를 이용한 ‘유지요법’으로 예방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방요법은 응고인자 활성도가 1%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해 출혈을 막고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강조했다. 응고인자의 활성도(%)에 따라 중증(1%미만), 중등증(1~5%), 경증(5%초과)으로 분류할 수 있다.
중증 A형 혈우병 환자에서의 엘록테이트 치료 효과를 평가한 ‘ASPIRE’ 및 ‘ A-LONG’연구에서 성인 및 소아 환자에서 엘록테이트 유지요법은 필요할 경우에만 투여하는 보충요법에 비해 낮은 연간 출혈률을 보였다.
필요시 보충요법에서 엘록테이트 예방요법으로 전환한 7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 중 6개월 이상 예방요법을 받은 환자가 96%(67명)로 연간출혈률(중앙값, 월별 출혈 횟수를 연간으로 환산한 값)이 과거 30.0에서 1.5로 감소했다.
또 연구에 참여한 70명 중 48명은 엘록테이트 예방요법으로 전환한 이후 관절건강점수(A modified version of the Hemophilia Joint Health Score, mHJHS)가 과거 20점에서 4점가량 감소됐으며, 환자의 29%에서 관절 통증이 감소했다.
A-LONG 임상에 참여한 12세 이상 성인 중증 A형 혈우병 환자 150명과 KidS A-LONG 임상에 참여한 소아 중증 A형 혈우병 환자 61명을 대상으로 한 ASPRIE 연장 연구 최종 결과 (mHJHS) 평균 변동은 성인 및 청소년기의 환자(72명)는 2.5점이 감소했고, 소아 환자(35명) 0.5점 낮아졌다.
mHJHS는 좌우 발목관절, 무릎관절, 팔꿈치관절의 8가지 증상지표(부종 정도, 부종 유지기간, 근육무력증, 관절운동시 마찰음, 유연성 상실, 근전성 상실, 특정 부위 통증, 통증 강도 등)을 측정 평균낸 값으로 0~20점으로 매겨지며 낮을수록 좋다.
또 성인 및 소아 환자에서 엘록테이트 유지요법은 필요 시 보충요법과 비교하여 낮은 연간출혈률을 확인했다. 개별 유지요법 시행군에서 전체 연간 출혈률은 성인 환자 0.7, 소아 환자 1.2였다. 관절 자발출혈률은 성인과 소아 모두 0이었다.
연간출혈률 및 관절통증 낮추려면 유지요법 필요 … 급여제한으로 적정용량의 절반만 투여 실정
세계혈우연맹, 세계보건기구 등에서는 출혈을 막고 만성적인 관절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1년에 46주 이상 응고인자를 보충하는 예방요법을 추천하고 있다. 이전에 A형 혈우병 환자가 표준 반감기 제제로 예방요법을 시행하려면 25~40 IU/kg 의 응고인자 제제를 일주일에 3회 투여해야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엘록테이트 등 혈액응고인자 8인자의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의 등장으로 3~5일에 1회 투여로 투여 간격이 길어졌다.
최 교수는 “기존 치료제와 엘록테이트 간 차이는 정맥주사를 2일에 한번 맞는 것과 3일에 한번 맞는 차이이며, 1년에 52번이나 정맥주사를 덜 맞는 셈”이라며 “이는 환자가 아닌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차이다. 정맥주사를 덜 맞게 되니 엄마와 환아 모두 치료에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반감기가 연장된 혈액응고인자 치료제는 투여 횟수를 줄여 병원 방문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예방요법 순응도를 높이는 게 장점이다. 이로써 동일한 투여 일정으로 높은 출혈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활발한 신체활동도 가능해진다.
개선된 기전의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A형 혈우병 환자의 유지요법 시행률은 미국이나 호주에 비해 낮은 편이다.
최 교수는 “호주는 소아 98%, 성인 82%, 미국은 74.9%의 중증 A형 혈우병 환자가 유지요법을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63.7%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제한적 급여기준에 있다.
엘록테이트 3상 임상연구에서 주당 용량은 6세 미만 91.63IU/kg, 6세~12세 미만 86.88IU/kg, 성인은 77.90IU/kg였으며, 식약처 허가용량은 소아는 3~5일 간격으로 1회 최대 80IU/kg, 성인은 3~5일 간격으로 1회 50IU/kg까지 지정했다. 그러나 현행 엘록테이트 급여기준에 따르면 1회당 25~30IU/kg, 1주 최대 60IU/kg까지만 인정을 받는다.
최 교수는 “소아는 성인에 비해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성인보다 높은 용량 투여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급여기준에는 성인과 소아 모두 동일하게 1회당 최대 30IU/kg만 인정을 받는다”며 “당연히 소아 환자 치료 접근성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급여 기준상 용량은 제품이 가진 특장점 대비 기존 표준반감기 치료제 효과를 뛰어넘기에 한계가 있다”며 “환자들이 새롭게 발전한 치료옵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급여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농도 이상 유지 환자비율을 확대하고 돌발성 출현 방지와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실현해야 한다”며 “특히 소아환자의 유지요법에 필요한 용량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진영 사노피젠자임 희귀혈액질환사업부 팀장은 “엘록테이트 '급여' 용량은 식약처 허가 용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일반적으로 소아환자가 유지요법을 시작하려면 성인보다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함에도, 현재 급여 기준은 성인과 소아의 용량이 같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8응고인자 결핍이 혈우병 A, 9인자 결핍이 혈우병 B … 국내 환자 2500명선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의 선천적 결핍으로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유전자가 X염색체에 존재하는 8인자와 혈액응고인자 9인자의 결핍이 가장 흔하며 각각 A형 혈우병, B형 혈우병이라 칭한다.
2018년 기준 국내 혈우병 환자는 2458명이다. A형 혈우병 환자가 1721명(70%)으로 가장 많으며 B형 혈우병 환자는 427명(17.4%)이다.
혈우병은 인자 활성도에 따라 중증(1% 미만), 중등증 (1~5%), 경증(5% 이상)으로 나뉘며 이 활성도에따라 출혈 정도와 빈도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A형 혈우병 환자 중 중증 환자가 1249명(72.6%)으로 가장 많으며, 중등증 환자가 281명(16.7%), 경증 환자가 185명(10.7%)이다. B형 혈우병은 중증 환자가 236명(55.9%)으로 가장 많고 중등증 환자는 141명(33.0%), 경증 환자는 43명(10.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