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00억원 규모 시장을 형성하는 비(非) 비타민K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 New oral anticoagulants, NOAC) 시장에서 제네릭이 서서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미 출시된 한국BMS제약의 ‘엘리퀴스정’(Eliquis, 성분명 아픽사판, apixaban) 제네릭에 이어 지난달 30일엔 바이엘코리아의 혈액응고 저해제인 ‘자렐토정’(Xarelto 성분명 리바록사반, rivaroxaban)‘의 제네릭이 삼진제약에서 출시됐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캡슐’(성분명 다비가트란 에텍실레이트메실산염 Dabigatran Etexilate Mesylate)의 제네릭까지 내년에 출격하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삼진제약의 리바록사반(rivaroxaban) 성분 기반의 항응고제 치료 제네릭 ‘리복사반정10mg’, ‘리복사반정15mg’의 시판을 허가했다. 삼진제약 제품까지 포함하면 자렐토의 제네릭은 이미 6개 품목이 출시됐다. 1~3월에 리바록사반 제제만 5개 품목이 무더기로 허가를 받았고 이번에 삼진이 가세했다.
여기에 ‘엘리퀴스’의 제네릭 6개 품목을 포함해 총 12개의 NOAC 제품의 제네릭이 나와 있다. 제약사로는 총 9개사가 제네릭을 냈다.
현재 주요 NOAC 제제로는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정’(Lixiana 성분명 에독사반 edoxaban), 바이엘의 ‘자렐토정’ , 화이자 및 BMS의 ‘엘리퀴스정’,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캡슐’ 등 총 4개 제제가 출시돼 있다.
우선 올해 자렐토의 제네릭은 지난 2월 21일 대원제약의 ‘리렐토정’을 시작으로 한림제약 ‘자렐큐정’, 한화제약 ‘한화리바록사반정’, 에리슨제약 ‘자렐슨정’, 명인제약 ‘명인리바록사반정’, 삼진제약 ‘리복사반정’ 등 총 6개 품목이 20mg으로 출시됐다.
엘리퀴스의 제네릭은 케이엠에스제약 ‘엘퀸사반정’, 경보제약 ‘아픽솔정’, 라이트팜텍 ‘라이트사반정’이 각각 5mg와 2.5mg으로 2개씩 6개 품목이 출시됐다.
프라닥스의 제네릭은 21개가 허가를 받았으나 특허 때문에 아직 시장에 나와 있지 않다. 릭시아나는 지난 5일 특허심판에서 방어에 성공해 아직 제네릭이 나와 있지 않다. 이로써 2026년 11월 10일까지 릭시아나 제네릭이 나올 수 없게 됐다.
11월 5일 기준 NOAC 4개 성분에 대한 제네릭은 리바록사반 53개, 아픽사반 102개, 다비가트란 21개가 됐다. 특허 만료시점과 우선판매품목허가 종료 시점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 특허심판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제약업계가 제네릭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심혈관질환 전문의약품이 강한 회사로 항혈전제 ‘플래리스정’, NOAC ‘엘사반정’ 등을 판매하고 있다”며 “허가받은 리복사반정 역시 NOAC의 일종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심방세동 환자가 상황별로 용이하게 대처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많은 제약사가 제네릭을 출시하거나 앞둔 상황 속에서 마케팅 전략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오리지널 특허가 내년 10월에 만료돼 출시일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마케팅 전략은 따로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몇몇 제약사가 NOAC 중 2개 이상 성분에서 허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진제약은 릭시아나를 제외한 3개 품목에 대한 허가를 모두 획득했다. 최근 고배를 마신 릭시아나 관련 특허 심판에도 참가하면서 NOAC 전 제품에 대한 제네릭 출시 의지를 엿보고 있다.
이밖에도 한미약품, 종근당 등은 프라닥사를 제외한 자렐토와 엘리퀴스의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자렐토를 제외한 엘리퀴스와 프라닥사에 대한 허가권을 얻었다.
여기에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의 특허 방어 여부도 국내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방어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릭시아나가 지난해부터 NOAC 처방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욕심을 내서 다른 방식으로 특허 깨기에 나설 여지가 충분하다.
업계에서도 이미 다수의 제품이 포진해있는 상황에서 제네릭 허가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NOAC 시장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오리지널 4개 품목, 릭시아나 독주 … 처방액 정체·감소 속 제네릭 출격
지난 7월 28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체 NOAC 원외처방액 규모는 460억원에 달한다. 2019년 2분기 451억원에 비해 2%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처방 규모는 소폭 상승했지만, 오리지널 품목들은 대부분 처방액이 감소했다.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만 같은 기간 150억원에서 159억원으로 6% 증가했다.
바이엘의 ‘자렐토’는 130억원에서 125억원으로 4%, BMS의 ‘엘리퀴스’는 125억원에서 121억원으로 3% 각각 감소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는 구원 투수로 보령제약을 판매 제휴사로 영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46억원에서 36억원으로 21% 급감했다.
오리지널 제품의 성장세가 정체된 가운데 제네릭이 영향력을 점차 확장하는 모양새다. 현재 시장에는 엘리퀴스 제네릭만 출시된 상태다. 지난해 2분기 종근당과 유한양행을 시작으로, 현재 12개 제약사가 제네릭을 판매하고 있다.
전체 NOAC 시장에서 제네릭의 처방 비중은 2019년 2분기 0.1%에서 3분기 0.8%, 4분기 1.7%, 올해 1분기 3.0%, 2분기 4.0%로 확대됐다.
올해 2분기 기준 제네릭 품목 가운데서는 종근당의 ‘리퀴시아정’이 5억원의 처방실적을 내며 1위에 올랐다. 이어 삼진제약 ‘엘사반정’ 4억원, 유한양행의 ‘유한아픽사반정’ 3억원, 아주약품 ‘엘리반정’ 2억원 등의 순이었다.
여기에 내년에는 자렐토와 프라닥사의 제네릭까지 등장을 앞두고 있다. 우선판매권까지 종료되는 내후년부터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선판매품목허가는 식약처 특허목록에 등재된 의약품에 대한 특허 도전에 성공해 후발의약품의 출시를 앞당긴 최초 품목허가신청자(퍼스트 제네릭)에게 9개월간 다른 의약품에 우선해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프라닥사의 제네릭 출격이 먼저다. 휴온스·아주약품·인트로바이오파마·진양제약의 각사 퍼스트제네릭인 ‘휴비트란캡슐’, ‘다비트란캡슐’, ‘다비칸캡슐’, ‘프라다비캡슐’(성분명 Dabigatran Etexilate Mesylate)이 우판권을 따내,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2021년 7월 이후 제품을 발매할 예정이다. 우선판매권이 종료되는 2022년 4월 이후로는 다른 제약사들도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프라닥사에서 Dabigatran Etexilate로 염을 변경한 제품으로는 보령제약의 ‘보령다비가트란캡슐’, 명인제약의 ‘명인다비가트란캡슐’ 등 12 품목이 허가돼 있다. 명인제약은 보령제약으로부터 2018년 11월 말에 허가받은 염 변경 약물을 양수했다. Dabigatran Etexilate Mesylate 성분의 제네릭은 9개다.
자렐토 특허는 2021년 10월 만료된다. SK케미칼과 한미약품이 우판권을 따냈다. 나머지 28개 제약사는 2022년 7월 이후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