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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랑받는 발효식품 ‘김치’ … ACE2 차단해 코로나 호흡기 침입 억제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0-31 08:08:48
  • 수정 2020-11-02 20: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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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습관, 코로나바이러스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면역작용 활성화시켜 … 독일 ‘사우어크라우트’, 그리스 ‘요거트’ 등도 각광
코로나19로 전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발효식품 ‘김치’
1년 365일 한국인의 밥상에 절대 빠지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김치’다. 지역과 가정마다 담그는 방법이 다양해 우리나라에는 200종이 넘는 김치가 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김치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프랑스 잡지 ‘슬레이트’가 한국인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낮은 원인으로 한국 대표적인 발효식품, 김치를 지목해서다. 최근 어린이들도 집에서 먹는 식사가 늘면서 백김치 소비량이 늘기도 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지역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 분석에서 발효된 배추(양배추)를 주식으로 삼는 한국과 독일 사망자가 적다는 공통점을 발견해 발표했다. 발효된 배추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 호흡기에 침입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특정효소(안지오텐신전환효소·Angiotensin-Converting Enzyme2·ACE2)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ACE2는 인간의 세포막에 있는 효소인데 주로 폐에 많다. 코로나바이러스는 ACE2와 결합해 신체에 진입한다. 발효된 배추를 많이 먹으면 ACE2가 줄고, 바이러스가 신체에 침투할 가능성도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발효 배추는 항산화제가 많아 면역기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독일에는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가 있다. 사우어크라우트는 채를 썬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독일식 김치다. 소시지 등에 곁들여 먹는다. 연구진은 독일,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발트해 국가들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내 프랑스어 또는 이탈리아어 사용 지역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요거트 등 발효음료를 많이 먹는 그리스와 불가리아, 상어알을 발효시킨 캐비아를 많이 먹는 터키도 같은 이유로 다른 유럽국들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피해가 작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발효 배추와 요거트가 일종의 천연 바이러스 차단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치와 같은 채소 절임 음식은 전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도 오래전 부터 먹어 왔다. 기무치의 경우 원래 일본의 전통 야채절임 음식인 ‘츠케모노’의 하나였는데, 그중에서도 하룻밤 정도 야채를 소금에 절인 뒤 담백한 양념을 넣은 ‘아사츠케’가 김치와 비슷하다.

중국에는 배추나 무에 고추, 생강, 피망, 마늘을 첨가한 후 소금과 식초, 설탕 등을 섞어서 절인 ‘파오차이’라는 음식이 있으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는 ‘아차르’가 있다. 서양의 대표적인 채소 절임 음식은 오이피클, 올리브피클 등이다. 
 
하지만 김치는 재료나 제조법 등에서 다른 채소 절임 음식들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지닌다. 일본 기무치의 경우 김치처럼 자연 발효를 시키지 않고 사과산과 구연산 등 여러 가지 인공 첨가물을 넣어 부드러운 신맛을 낸다. 이는 젖산 발효가 일어난 뒤 자연스레 생기는 신맛을 일본인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무치는 김치보다 유산균 수가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일본 후지 TV에서 실시한 유산균 수 비교 결과에 의하면 김치에는 1g당 8억마리가 넘는 유산균이, 기무치에는 1g당 480만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어 무려 167배나 차이 났다.

중국의 파오차이는 재료들을 소금, 식초, 설탕, 바이주(白酒)로 섞어 만든 물에 담가 고온 발효시킨다. 때문에 저온 발효로 숙성시키는 김치와 달리 2~3일이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에 비해 김치는 배추를 소금에 반나절 정도 담가 숨을 죽인 다음 본격적인 조리에 들어간다. 이때 소금은 양념의 맛이 채소 조직 내에 잘 침투되고, 김치가 발효할 때 좋지 않은 균이 생성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

김치문화가 발전하면서 각종 양념과 재료를 섞어 버무렸다. 조상들은 미생물들을 위한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젓갈과 쌀가루 등을 넣어 김치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의 먹이가 되게끔 한 것이다. 이같은 지혜는 타 국가의 저장식품과는 전혀 다른 김치만의 특징이다. 김치가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단백질이나 지방 등 열량을 내는 영양소가 적은 대신 칼슘과 인이 비교적 많이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서양 식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칼슘과 인이 부족인데, 쌀밥과 김치만 함께 먹어도 그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코로나19 효과 한국산 김치 올 수출액 1642억원 예상 … 전년 수출액 뛰어넘을 전망 
 
이런 이유로 한국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김치 수출액은 1억84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5%나 급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액 1억499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물론, 종전 연간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2012년 1억661만달러도 추월했다.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수출액은 1억4465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이 김치를 수출하는 국가는 2012년 62개국에서 올해 83개국으로 더 확대됐다. 특히 미국은 올해 9개월간 김치 1747만달러어치를 한국에서 사들여 2015년 한 해보다 1213만달러 수입액이 늘었다. 대미 김치 수출이 5년 사이 3배 이상 뛴 것이다.
 
뉴욕포스트의 4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기업 블룸리치(Bloomreach)가 전자상거래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2월 셋째주 기준 미국 내 김치 판매량은 952%, 3월 넷째주 기준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는  960% 증가했다.
 
호주에 대한 수출액도 2015년 227만달러에서 올해 446만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밖에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도 수출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의 효능과 관련한 김치 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700명에 달하며 사스가 기승을 부렸지만 국내에선 단 한명의 감염자가 나오는데 그치자, 유독 한국 내 사스 발병자가 없던 이유의 하나로 ‘김치’가 지목되기도 했다. 그 해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김치 양은 전년 대비 348.1% 증가한 바 있다.
 
발효 미생물 이용해 미래 먹거리 찾기도 … 일본은 개량 황국균으로 연간 50조원 경제효과
 
발효식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은 종 연구로 이어져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우선 특정 미생물을 골라내 배양하면서 한 종씩 ‘균주’를 분리해 유전자분석 기술로 유전체 서열을 해독하면 더 나은 발효 능력과 기능성을 확인하고 개량에 응용할 수 있다.

김치는 여러 연구에서 증명된 바와 같이 유산균 기능을 바탕으로 바이러스와 면역질환을 다스릴 수 있는 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셀바이오텍은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김치 유산균이 함유한 항암단백질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발효식품에서 분리된 균주의 유전자 정보로 종균 생산도 가능하다. 분리된 미생물 균주는 분양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경제성이 크다. 일본 미소 된장의 원료가 되는 황국균은 누룩곰팡이균의 하나로, 된장과 술(사케) 등의 발효에 활용된다. 일본은 황국균 유통으로만 1년에 50조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낸다. 웬만한 공산품보다 더 높은 가치이다.

발효식품은 그저 건강한 음식에 그치지 않고, 의학 발전, 생물의 유전자원 확보를 통한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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