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 속 기존 원칙 재확인, 2개월 임상추적기간 단축 없어 … 지난 6월 FDA 허가 가이드라인 유지
아자르 보건부 장관, 내년 3월까지 … 슬라위 초고속실행계획 대표, 6월까지 전 미국인 접종 가능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랄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백신 긴급사용승인과 관련, 획기적인 조치가 나올 줄 알았던 22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백신자문위원회가 싱겁게 끝났다. 충격을 줄 만한 사용 승인이나 고무적인 임상데이터 발표는 없었다.
자문위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22일 하루 종일 격렬한 논의 끝에 ‘어떤 특별한 백신 승인’을 고려하지 않으며 지난 6월에 설정한 백신 허가 가이드라인을 준용해 엄정하게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문위원과 일부 청문객들은 부작용을 탐지하기 위해 중앙값 2개월의 추적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FDA는 기존 안대로 2개월 추적기간 후 승인 여부 결정 입장을 고수했다.
또 일각에선 백신 임상이 중증 환자와 입원을 줄일 수 있도록 디자인됐는지 따졌고, 유색인종의 임상 참여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필립 크라우제(Philip Krause) 백신연구심사 부국장은 타타 “중증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려면 지금보다 10배 정도 되는 임상시험 규모가 필요하지만 용이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역사적으로 경증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된 백신이 중증 질환에 더 효과적인 결과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도런 핑크(Doran Fink) FDA 바이오의약품평가연구센터(Center for Biologics Evaluation and Research, CBER)의 백신 담당 부국장은 22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이 나오더라도 각 업체가 임상시험은 계속해야 한다”며 “완전한 허가를 위해 후속조치를 잘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알렉스 아자르(Alex M. Azar)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CBS방송 ‘CBS 디스 모닝’에 출연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수주 또는 수개월 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며 “연말까지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백신을 취약계층에 접종할 수 있을 만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령층 및 의료종사자와 응급요원에게는 내년 1월까지, 나머지 국민에겐 내년 3월 말이나 4월 초까지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접종계획은 백신 생산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계획이 100% 지켜질 것이라고 말할 수 있길 바라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대비해야 한다”며 퇴로를 의식한 발언을 했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신속한 개발과 보급을 추진하는 초고속실행계획(Operation Warp Speed)의 공동 리더인 몬세프 슬라위(Moncef Slaoui)는 ABC News와 가진 22일 인터뷰에서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3상 임상에 성공해 내년 6월까지 모든 미국인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2000만~4000만도스 가량 비축될 것이고 연말까지 가장 위험이 높은 사람들, 일선 근로자, 의료 종사자들에게 예방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며 “내년 1월까지 6000만~8000만 도스가 비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논리가 개입돼 투명성이 훼손되는 것은 위험하고,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조기 승인을 위해 압력을 가한다면 지금의 자리를 사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슬라위는 지난 9 월에 “11월 초에 백신이 승인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가, 10월 초에 화이자와 모더나가 “11월이나 12 월에 유효성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수정하는 등 곤혹을 겪었다. 이에 FDA는 데이터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며 선거일까지 긴급사용승인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혀 결국 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백신이 탄생하는 것은 99.9%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CDC, 고위험군 접종 강요 못해 … ‘렘데시비르’ 효과 없다 논란 끝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정식 승인
반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의료 종사자 또는 기타 필수 직원에게 COVID-19 백신을 접종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백신후보물질에 대한 확신과 신뢰 구축을 선호한다”며 완연 결이 다른 발표를 했다.
CDC는 주 정부 및 지방정부와 함께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백신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부 주에서는 학교 등록을 통해, 특정 직종에 예방접종을 요구하고 있지만 연방정부는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의무화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CDC 관계자는 22일 FDA 자문위원회 패널 앞에서 “COVID-19 백신이 나오자마자 백신을 맞을 것이라고 답변하는 미국민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첫 백신은 1년 이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 이 점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고 보건당국과 제약사들이 부실 속결처리하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맹세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자평했다.
이에 따라 백신개발 및 승인 속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화이자는 앞서 11월 셋째 주 이후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11월에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12월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FDA는 이날 지난 5월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베클루리’(Veklury, 성분명 렘데시비르 Remdesivir)를 공식 승인했다.
이로써 유효성 및 안전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렘데시비르는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승인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의약품이 됐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은 이날 의료진 판단 아래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에게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