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제약업계 고질적인 ‘불법 리베이트’ 코로나19로 변화 올까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0-15 11:52:48
  • 수정 2020-10-17 01:29:40
기사수정
  • 해묵은 고질병, 2020 국감에서도 화두 … 부실한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CSO 통한 우회제공 등 개선 시급
리베이트를 통한 의사 제약사 간 공생관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언택트’ 서비스 확산을 통해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
제약 영업 부문, 아니 제약업계 그 자체가 숙명적으로 벗어버리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제약사와 병원 간 이뤄지는 ‘불법 리베이트’다. 이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리베이트가 주요 화두로 꼽혔다.

이번 복지위 국감의 이슈는 독감백신의 허술한 유통 과정,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 불허 등이었지만 영원한 핫이슈인 의약품 리베이트도 도마에 올랐다. 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국감 질의와 보도자료를 통해 ‘제약사의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 기준의 유명무실함, CSO(영업대행사)에 의한 불법 편법 영업 난립, 다양한 리베이트 수수기법 등을 꾸준히 제기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제약사·의사의 리베이트 현황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그는 최근 5년간 32개 제약사에서 759개 품목이 불법 리베이트로 복지부 행정처분(약가인하 532개, 급여정지 96개, 과징금 94개, 약가인하 및 경고 34개, 경고 3개)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리베이트 제공업체·수령자 등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에스티는 267개 품목에 대한 행정처분을 받아 가장 많은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로 밝혀졌다. 이어 씨제이헬스케어(114개), 한올바이오파마가(74개), 이니스트바이오제약(49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리베이트 수수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 2578명 중 46명(1.78%)만이 면허취소 처분을, 924명(35.8%)이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현황을 지적하면서 의료인 처벌 강화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상반기 적발된 제약·도매업체 8곳의 불법 리베이트 규모가 8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6월)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액은 2016년 96곳 220억원, 2017년 35곳 131억원, 2018년 27곳 37억원, 2019 14곳 73억원으로 변해 왔다.

복지부가 제약·의료기기 업체의 지출보고서의 형식적인 작성 관행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계기도 마련됐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경제적이익 제공 지출보고서’ 작성관리 의무화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은 한국애보트를 예로 들고 ‘K-선샤인액트’로 지칭되는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제도가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K-선샤인액트는 초강력 리베이트 근절 대책이다. 2016년 11월 17일 국회에서 통과된 약사법 조항에 마련된 선샤인 액트는 제약사가 의사 등에게 견본품, 학회 참가비, 제품 설명회 때 식음료, 임상시험·시판 후 조사 비용 등을 지원하거나 제공할 경우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얼마 상당의 무엇을’ 제공했는지 경제적 이익 내역을 빠짐없이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영수증이나 계약서 같은 증빙서류를 5년간 보관해야 하고 정부가 요청하면 다 공개해야 한다. 이처럼 만물을 살균하는 ‘선샤인’처럼 부패에 대한 강력한 소독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제약회사가 영업대행사(CSO)에 판매수수료를 높게 책정하고 이를 통해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신종·변종 리베이트 사례가 줄었다”며 “최근 정부 감시 강화로 리베이트 직접 제공이 줄었지만 합법을 포장하면서 리베이트를 우회적으로 제공하는 통로가 많다 ”고 지적했다.
 
그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CSO 허가제 도입을 주장했다. 아울러 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따로 설정하고 있는 리베이트 규제 재분석·평가, 지출보고서 에 상세한 기록 누락에 대한 대책 마련, 난립하는 제네릭 규제 강화 등을 제안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SO가 존재의 취지와 달리 신종 리베이트 제공 창구로 악용되고 있는데도 약사법 상 사각지대로 인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며 CSO를 처벌할 법적 조항을 약사법에 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CSO가 리베이트의 창구가 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로 지난해 국감에서도 언급됐던 사항”이라며 “문제는 복지부 장관이 개선을 진행하지 않은 덕분에 제재 방안이 없다. 복지부의 직무유기다. 관련 법안 발의할 예정이므로 복지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책을 내놨다.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규제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음에도 비웃기라도 하듯 해마다 불법 리베이트로 입방아에 오르는 제약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리베이트는 영업사원에겐 실적으로, 기업으로선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제약업계가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약산업은 곧 리베이트 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제표준기준인 ISO37001(반부패경영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윤리경영을 위한 자정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물론 지금도 제약사 직원이 의사를 가급적 자주 만나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이런저런 불편한 것을 해결해주고 정을 쌓으며 판매를 권유하는 식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가는 뿌리 깊은 리베이트 관행은 언제 소멸될지 모른다.
 
우선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의사와 영업사원이 대면하는 전통적인 영업방식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게 일선 영업사원의 토로다.
 
때마침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로 전세계적으로 언택트 서비스 활성화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상위 제약사들이 자체 의료정보 포털 사이트를 열고 자사 전문의약품을 홍보 중이지만 사실 내용의 깊이나 보편성이 떨어진다.
 
우선 이런 것부터 고객친화적으로 고쳐야 한다. 물론 너무 깊은 학술적인 내용을 홈페이지에 담는 게 불필요할 수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의사만 들어갈 수 있는 여러 사이트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사원 없이도 궁금증을 해결할 만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의사와 영업사원이 만나지 않을수록 리베이트는 줄게 돼 있다. 물론 제약사들은 의사들이 대면 접촉을 선호하지 않고, 이럴 경우 손님이 떨어져나간다는 정서에 쪄들어 있다. 한국인은 얼굴을 마주하고 친분을 쌓아야 일이 이뤄진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디지털 채널을 통한 의사와 제약사 간 소통은 늘어날 전망이다. 아이큐비아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제약사를 대상으로 영업·마케팅 프로모션 활동 등을 분석한 결과, 국내 의사들의 디지털 채널 선호도는 21%였다. 비록 대면 접촉 26%, 미팅 및 이벤트 28%, 출판 및 인쇄정보 25%보다는 비중이지만 대세는 디지털 또는 모바일로 만나는 게 일상화될 날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여러 의원들의 지적에 ‘철저히 조사해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게 허튼소리가 되지 않으려면 리베이트 재원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달되며 이와 관련한 당사자들의 심리구조는 어떤지를 파악해서 입안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대책은 ‘디테일’이 중요하다. 
박수현 엠디팩트 기자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강동경희대학교병원
JW신약
탁센
동아ST
한국다케다제약
사노피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차병원
신풍제약주식회사
정관장몰
한국화이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휴온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