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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임상에서 배제된 여성, 약물 부작용 많이 겪는다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9-23 12:51:40
  • 수정 2021-12-30 16: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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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보다 혈중농도 높고 배출 시간 길어 … 美 2016년부터 남성·여성 피험자 모두 모집할 것 요구
남성보다 여성에서 약물 이상반응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가 밝혀졌다. 지난 6월 5일 학술지 ‘성별생물학’(Biology of Sex Differences)에 실린 캘리포이나주립대(UC) 버클리와 시카고대의 공동 연구(Sex differences in pharmacokinetics predict adverse drug reactions in women)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약물 임상시험은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필요한 약물 용량도 이에 따라 정해졌다. 이렇게 남성을 기준으로 정해진 약물 용량을 여성도 똑같이 투여받으면 과다 복용 부작용을 겪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어빙 주커(Irving Zucker) UC 버클리대 심리학 및 통합생물학 명예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86종 의약품에 분명하게 성별 격차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여성에게 남성과 동일한 성분과 용량의 약물을 투여했다. 그 결과 혈중약물농도는 더 높았고 약물이 체내에서 배출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 90% 이상의 사례에서 여성은 메스꺼움, 두통, 우울, 인지결손, 발작, 환각, 불안, 심장이상 등 심한 이상반응을 보였다. 이상반응 빈도 역시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서 약 2배 가량 높았다.
 
이들이 연구한 약물은 아스피린(aspirin), 모르핀(morphine), 헤파린(heparin)과 흔히 처방되는 서트랄린(sertraline), 부프로피온(buproprion) 등 항우울제를 포함한다. 거의 모든 약이 여성에서 남성보다 천천히 대사되고 노출 정도가 심했다. 이로 인한 여성의 부작용 비율도 현저히 높았다. 이같은 결과는 전세계 여성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제약업계의 위험한 편견을 보여준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브라이언 프랜더개스트(Brian Prendergast) 시카고대 행동면역학·일주기생물학·행동신경내분비학 교수는 “약물은 임상시험 단계부터 남성의 몸에서 잘 작동하도록 최적화된다”며 “남성과 여성에게 모두 같은 용량을 처방하는 관행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면증에 흔히 사용되는 졸피뎀(zolpidem)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배출 시간이 길다. 따라서 졸피뎀을 복용한 여성은 다음날 아침 졸림증, 인지장애 등으로 운전을 할 때 사고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이런 이유로 2013년 FDA는 여성의 권장 용량을 절반으로 낮춘 바 있다.

그동안 여성이 임상 시험에서 제외돼 왔던 것은 여성호르몬의 변동으로 인해 연구하기가 까다롭다는 주장 때문이었이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약물검사에서 아예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발생한 비극적인 사례 중 하나가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약물 사건이다.

1950년대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Grunenthal)이 개발한 탈리도마이드는 신경안정제로 동물실험 결과 무해한 성분으로 판단돼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었다. 입덧에도 효과적이라 임산부에게 많은 인기가 있었으나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가 낳은 1만명 정도의 신생아에게서 바다표범처럼 선천적으로 팔다리가 결손되거나 짧은 상태로 태어나는 ‘해표지증’(해표상지증, phocomelia)이 나타났다.

탈리도마이드 참사 이후 30년이 지난 1990년대에 들어 마침내 가임기 여성도 임상 시험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2016년이 돼서야 미국 국립보건원은 임상시험에서 나타나는 남성 편향성을 인정하고, 이후 연구비를 신청할 때 연구계획서에 남성과 여성 참여자를 모두 모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커 교수는 “여성을 등한시하는 현상은 주로 피험자가 남성이었던 세포연구나 동물연구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전히 많은 연구가 성별 차이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유전학자이자 의사인 샤론 모알렘(Sharon Moalem) 역시 “산부인과 외의 분야에서 우리가 혜택을 입고 있는 현대의학의 놀라운 발전은 거의 전적으로 남성 참여자, 수컷 실험동물, 남성의 조직 및 세포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사는 여성 환자에서 처방하는 약물의 적절 투여량이나 치료법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커 교수와 브라이언 교수는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FDA가 연구 참가자의 임상시험 성적을 성별로 구분해 도출하고, 성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별도의 라벨을 붙이는 것이다. 또 이런 내용을 의학교육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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