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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유망 유방암 신약 보유 ‘이뮤노메딕스’ 210억달러에 인수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9-15 16:34:32
  • 수정 2020-12-29 03: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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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NBC 치료제 ‘트로델비’ 확보 차원, 유방암 외 비소세포폐암 등도 가능성 … 기대 매출 연 20억달러 파이프라인 ‘고가에 무모한 인수’ 지적도

길리어드가 이뮤노메딕스(위‧로고)를 210억달러에 전격 인수하게 된 동기가 됐던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스터시티(Foster City)에 위치한 바이오기업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는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플레인스(Morris Plains) 소재 단일클론항체 기반 표적항암제 개발 전문 제약기업 이뮤노메딕스(Immunomedics)를 주당 현금 88.0달러, 약 210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길리어드의 CEO이자 회장인 대니얼 오데이(Daniel O’Day)는 이번 인수와 관련, 이뮤노메딕스의 혁신 항TROP-2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이자 삼중음성유방암 (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 치료제인 ‘트로델비’(Trodelvy, 성분명 Sacituzumab Govitecan-hziy)를 신흥 항암제 사업에서 ‘혁신적인 초석이 되는 치료제’라고 치켜세웠다.
 
트로델비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에스트로겐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HER2) 등 유방암 세포의 성장과 생물학적 특징을 나타내는 세 가지 수용체가 발견되지 않는 TNBC 치료제로 가속승인을 받았다.
 
이뮤노메딕스는 TNBC에 유효성에 힘입어 지난 4월부터 출시 두 달 만에 201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인수를 “고가에 충격(Sticker shock)”, “엄청난 가격(hefty price)”, “무모한 일보(bold step)”이란 말로 수사했다. 해당 가격은 이뮤노메딕스의 11일 종가에 108%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치열한 논의 끝에 결정됐다. 비록 몇몇 초기 임상시험 파이프라인이 협상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주로 트로델비를 중심으로 가격 협상이 이뤄졌다.
 
길리어드의 최고영업책임자(Chief Commercial Officer, CCO) 조한나 머시어(Johanna Mercier)는 “신종코로나 유행이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한 트로델비의 빠른 출시는 강한 과학적 근거와 영업팀의 수완 덕분이었다”며 “약의 유방암 치료제 구매력 상위 150개 병원에서 시장점유율 80%를 돌파했으며 아직도 성장 여력이 크다”고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트로델비는 지난 7월 일부 소개된 3상 ASCENT 임상연구 톱라인 데이터에서 주요지표를 가볍게 달성했다. 과거에 다른 항암제로 치료한 적이 있는 진행성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질병 악화 없이 5.6개월 생존했다. 이는 항암화학치료의 1.7개월과 대비된다. 또 트로델비는 항암화학치료에 비해 종양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9% 줄였다. 트로델비는 생존기간을 늘리는 등 주요 부차지표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사외 자료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의 만장일치 권고에 따라 ASCENT 시험은 예상보다 이른 지난 4월 종료됐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이달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의 가상 연례회의에서 발표될 계획이다.
 
이번 3상 임상은 트로델비가 TNBC 초기 단계에 쓰일 수 있는 근거가 됐지만 저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 팀 앤더슨(Tim Anderson) 울프리서치(Wolf Research) 애널리스트는 “이뮤노메딕스는 트로델비를 요로상피암(방광암, 2상), 호르몬수용체 양성,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R+/HER2-) 유방암(3차 치료제, 3상)과 비소세포폐암 및 기타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TROP-2 세포막단백질은 90% 이상의 TNBC 사례에서 발견되고, 비소세포폐암에서도 발현되는데 편평상피(Squamous) 비소세포폐암에서는 75%, 선암성(Adenocarcinomas)인 비소세포폐암에서는 64%였다”고 13일 고객 보고서에 적었다.
 
트로델비는 이밖에 단독요법제, 면역관문저해제 또는 다른 면역항암제들과 병용하는 요법제로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들이 이뮤노메딕스와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현재 트로델비의 정점에 연간 매출은 40억달러를 조금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이번에 길리어드가 지불한 210억달러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이에 길리어드 경영진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업계 예상치는 유방암 이외의 암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데이는 “우리가 애널리스트들보다 더 많은 임상데이터를 지난 몇 달 동안 봐왔다”며 “트로델비가 줄 수 있는 더 큰 잠재력을 보았다”고 말했다. 길리어드는 지금까지 에이즈(HIV감염증), B형간염, C형간염 등 바이러스성 감염질환 치료제 위주의 제약사였다. 대부분의 매출이 HIV 치료제 ‘빅타비(Biktarvy)’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오데이는 항암제 회사 로슈(Roche) 베테랑으로서 작년 취임 이후 항암제 부문에 발을 들이고 있다.
 
이뮤노메딕스의 베자드 아가자데(Behzad Aghazadeh) 대표는 “길리어드가 전이성 TNBC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저력을 보이기 시작한 트로델비의 중요한 역할뿐만 아니라 장래에 다른 암 치료를 도울 수 있는 잠재력까지 인정해 준 것에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길리어드 최고재무책임자(CFO) 앤드류 디킨슨(Andrew Dickinson)은 “트로델비 취득은 2030년도 중반부터 길리어드의 수익 성장에 ‘상당한 가속’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브라이언 아브라함즈(Brain Abrahams) RBC캐피탈마켓(RBC Capital Markets) 애널리스트도 동의하며 “2023년 출시 예정인 마그롤리맙(Magrolimab)이나 2025년 후 출시 예정인 제휴사 아르쿠스바이오사이언스(Arcus Biosciences)의 파이프라인들이 준비되기까지 트로델비는 후기 임상(적응증 개발) 자산의 초석으로서 상업적 토대를 다지는 데 상당한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본다”며 “중기적 관점에서 길리어드에게 매우 필요한 잠재력 있는 성장 견인 의약품”이라고 표현했다.
 
트로델비는 시장에서 첫 번째 TROP-2 약물이지만 이 분야 유일한 약물은 아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7월 말 일본 다이이찌산쿄 ‘다토포타맙데룩테칸(datopotamab deruxtecan, 코드명 DS-1062)’에 대한 개발 및 판매권을 얻기 위해 최대 60억달러 규모의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선불 계약금 10억달러에 허가 성공까지의 마일스톤 10억달러, 40억달러의 매출 대비 수수료 등이다. 
이 ADC는 유방암 분야에서는 트로델비보다 개발 과정에서 뒤처져 있지만 폐암에서는 대등한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울프의 앤더슨은 강조했다.
 
지난 3월 초 길리어드는 항-CD47 항체 마그롤리맙을 보유한 포티세븐(Forty Seven)을 인수하려 49억달러를 쐈다. 마그롤리맙은 지난해 9월 FDA로부터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 및 골수이형성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 MDS) 치료제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았다. 또 오늘(9월 15일, 미국 현지시각) 골수이형성증후군의 혁신치료제로도 지정받았다.  

지난달 5월 27일에는 10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 헤이워드(Hayward) 소재 면역항암제 전문기업 아커스바이오사이언스(Arcus Biosciences)에 총 3억7500만달러(계약금 1억7500만달러, 마일스톤 2억달러)를 투자했다. 아커스는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의 일종인 항-TIGIT 항체인 AB154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2상 중이다.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하며, 이 회사의 PD-1 억제제인 짐비어리맙(zimberelimab)의 효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길리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남샌프란시스코 티조나테라퓨틱스(Tizona Tehrapeutics)의 49.9%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수했다. 이 회사의 항 CD39 항체인 TTX-030은 전임상에서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 억제 경로를 차단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여 애브비 등으로부터 관심을 끌었다. 1억5000만달러의 선금에 TTX-030을 저가로 확보하려는 셈법이었다.
 
유사한 방식으로 6월 23일 길리어드는 암 치료제 파이오니어이뮤노테라퓨틱스(Pionyr Immunotherapeutics Inc) 주식 지분 49.9%를 2억7500만달러에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종양미세환경에 따라 면역세포의 침투 조건을 특이적으로 변경해 항종양 효과를 극대화하는 ‘PY314’ 및 ‘PY159’ 두 가지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각각 TREM1 및 TREM2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계열 최초의 항체약물(first-in-class antibodies)이 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이다.
 
이번 길리아드와 이뮤노메딕스 간 거래는 ADC 제제에 대한 업계의 높아져가는 관심을 반영한다. ADC는 단일클론항체들을 사용해 종양 부위에만 탑재했던 항암제 성분을 전달한다.
 
이번 계약 이전에 아스트라제네카와 파트너인 다이이찌산쿄는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HER2) 표적 ADC ‘엔허투’(Enhertu, 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 trastuzumab deruxtecan)를 개발해왔다. 이 약은 작년 12월 23일 FDA으로부터 가속승인을 받았다. 절제불가능한 또는 전이성인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로 전에 두 번 이상 다른 항HER2 제제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를 적응증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9월 14일 미국 머크(MSD)는 아연 수송체인 LIV-1(SLC39A6)를 타깃으로 하는 LIV-1 ADC 제제인 라디라투주맙베도틴(ladiratuzumab vedotin)을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주 보델(Bothell) 소재 시애틀제네틱스(Seattle Genetics)와 공동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으로 6억달러를 선지급하고 10억달러를 개발에 투자하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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