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강이 질환 발생과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면서 이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 복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명 기능성 유산균으로 통하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가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대표 제품이 될 만큼 유산균 제품을 꼬박 챙겨먹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세균총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균주로 알려져 있다. 장내세균총은 장내에 형성된 미생물 무리를 말한다. 정상적인 장내세균총은 유익균과 이상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나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균주(중간균)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스트레스, 특정 질환, 건강이상, 노화, 약물복용, 가공식품 남용 등으로 장내세균총 균형이 깨지면 각종 질환 발병의 원인이 된다.
안상봉 노원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몸에는 인체의 세포 수보다 10배 이상 많은 약 1000조개의 미생물 세포가 존재하고, 인체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 받는다”며 “이러한 미생물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가 사람의 위장관으로 건강한 사람은 장내 미생물 조성이 다양하고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장 건강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유산균 섭취와 관련된 정보도 넘쳐나 제대로 복용하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진다. 유산균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본다.
1.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과 같은 말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Antibiotics)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겨났다. 프로(Pro, ~위함)와 바이오틱스(Biotics, 생명)의 합성어로 ‘미생물에서 분비돼 다른 미생물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물질’을 의미한다. 1998년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쏟아져 나오자 ‘장내 미생물의 밸런스를 개선해 숙주의 건강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정의가 바뀌었다.
흔히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를 동의어로 취급하지만 명백하게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포괄적인 개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산균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장내 ‘유익균’으로 정의하고, 프로바이오틱스는 ‘상업적으로 제품화된 살아있는 유익균’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해한 박테리아가 장에 달라붙거나 성장하는 것을 억제한다. 다른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거나, 산을 만들어 장내 환경의 산도(pH)를 낮춰 항박테리아 작용을 한다.
2. 바나나와 함께 섭취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유산균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유산균의 먹이를 챙기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로 통하는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는 장내 유익균의 성장과 활성을 자극해 숙주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난소화성 성분을 말한다. 이런 성분으로는 프락토올리고당이나 식이섬유, 유산균 사균(死菌) 등 위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는 물질을 의미한다. 프리바이오틱스 복용 목적은 프로바이오틱스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시중에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식품으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특히 바나나, 양파, 아스파라거스, 우엉, 마늘, 벌꿀, 치커리, 돼지감자 등에 풍부해 이들 식품을 프로바이오틱스와 함께 섭취하면 더 좋다. 반면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식품 등은 유해균 증식을 유발해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바나나와 유산균은 모두 공복에 먹으면 위벽이 깎이는 등 좋지 않은 작용을 할 수 있으므로 식후에 디저트처럼 먹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엔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의 혼합물로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의미를 갖는 신바이오틱스(Synbiotics)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3. 금속 수저로 요구르트를 먹으면 유산균이 죽는다?
요구르트를 금속 수저로 떠먹으면 유산균이 파괴되기 때문에 나무나 플라스틱 수저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유통되는 금속 수저는 코팅 처리가 돼 있기 때문에 유산균과 반응할 가능성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다가 금속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으므로 유산균이 파괴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4. 항생제와 함께 먹으면 안 된다?
유산균을 항생제와 함께 먹으면 유산균의 약 90%가 사멸할 수 있어 효능이 떨어지게 된다. 항생제를 복용했다면 최소 2시간 정도 지난 뒤에 유산균을 섭취하는 게 좋다.
5. 유산균 수가 많을수록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권장하는 유산균 섭취량은 하루 1억~100억 마리다. 그래야 프로바이오틱스가 도달해 유익한 유산균 증식, 유해균 억제, 배변활동 원활 등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많이 섭취하면 장이 예민해져 설사 등 부작용이 나타나므로 과량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유산균 수보다 중요한 것은 균주의 다양성이다. 한 가지 균종만 들어간 단일 균주 유산균보다는 다양한 균주가 혼합된 복합균주 유산균제를 고르는 게 다양한 세균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품을 고를 때 필수 유익균(락토바실루스 람노서스·카세이·플란타룸·아시도필루스·루테리, 비피도박테리움 롱검·비피덤 등)이 얼마나 다양하게 함유됐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또 비타민, 미네랄 등은 유산균 생착을 도와주는 효능도 있어 함께 섭취하면 효과를 배가시킨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섭취다.
6. 유산균도 부작용이 있다?
장내 환경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유산균을 먹어도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장 건강을 위해 유명한 유산균 제품을 추천받아 섭취하기 시작했는데 이전보다 설사, 변비, 위장 불편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존의 장내 미생물에 유산균이 침투하면서 혼란이 생긴 것이다.
대부분은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나며 꾸준히 섭취하면 섭취한 균종이 자리를 잡아 장내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너무 심해 섭취가 어렵다면 다른 균주의 유산균 제품으로 바꿔는 게 좋다.
최근 연구에선 소아 등에서 장기간 투여했을 때 미치는 영향이 밝혀지지 않아 안전성 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으로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