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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치료제는 진화 중 … 고전약물 1세대부터 부작용 줄인 3세대까지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9-08 17:38:20
  • 수정 2020-09-11 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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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모트리진’ 경구피임약과 복용시 약효 감소 … 국산 신약 ‘세노바메이트’ 작년 11월 FDA 허가
뇌전증 치료제인 대웅제약 ‘라미아트정’(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대웅프리미돈정’ , 부광약품 ‘라모티진정’, 종근당 ‘리보트릴정’
과거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뇌질환으로 꼽힌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과흥분이나 과동기화로 반복적인 발작 증세가 나타난다. 질환의 영어명인 ‘epilepsy’는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힌다’는 의미의 그리스어다.

박광우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아직 뇌전증의 정확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완벽하게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뇌전증 치료에는 약물치료·수술치료·전기자극기 치료·식이요법 등이 쓰이며 약물치료는 가장 일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실제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약 60% 이상이 발작 없이 지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전증 치료제는 뇌의 과도한 흥분작용을 억제해 뇌전증에 의한 발작을 예방 및 조절한다. 발병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발작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발작을 치료·예방하는 성분으로 20여 종이 사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61억달러(약 7조2000억원)에 이른다.

약물 선택은 발작 유형에 따라 달라지며 단독요법으로 시작한다. 한 가지 약물을 최대용량으로 투여해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새로운 약을 추가하는 병용요법을 쓰거나 아예 약을 바꿔 다른 단독요법을 받게 된다. 약물치료는 최소한 2년 이상 장기간 유지해야 하므로 각 환자에서 효과를 나타내면서 부작용이 없는 약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약물을 복용하고 마지막 발작 후 3~5년 동안 발작이 없다면 치료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 갑자기 중단하면 발작의 재발 위험이 있으므로 충분한 기간에 걸쳐 서서히 감량해야 한다. 그러나 약을 사용하면서 발작이 없는 상태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거나 구조적인 뇌 이상이 있는 경우, 신경학적 검사에 이상이 있는 경우, 약물 중단 후에 재발한 적이 있는 과거력을 가진 경우엔 재발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약물을 계속 쓰는 게 원칙이다.

뇌전증 치료에 효과가 좋고 부작용은 적으면서 복용하기 편한 약이 계속 개발되고 있어 뇌전증은 불치병이 아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전부터 많이 써오던 고전적인 약물로는 페니토인(phenytoin), 발프로산(Valproic acid),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등이 있다.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약물이 개발 및 상용화되면서 뇌전증 환자의 치료 옵션이 훨씬 다양해졌다.
 
차세대 약물은 라코사미드(lacosamide)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2008년을 기점으로 이전에 나온 것은 2세대, 이후에 출시된 3세대로 나뉜다. 2세대 및 3세대 약은 1세대 약과 비교해 효능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이 적은 게 장점이다.

1세대 카바마제핀·페니토인·페노바르비탈·발프로산 등

1세대 치료제인 카바마제핀, 페니토인 등 나트륨통로(Na+ Channel) 억제제는 신경흥분에 관여하는 나트륨 이온통로를 차단해 발작을 억제한다. 카바마제핀은 2차적 전신발작을 포함한 부분발작의 1차 선택약이며 뇌전증 이외에 삼차신경통, 조증에도 적응증을 갖는다. 페니토인은 여드름, 남성형 털과다증, 잇몸증식, 얼굴형태변화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소아나 젊은 여성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부광약품 ‘부광페니토인캡슐’(성분명 페니토인), 한림제약 ‘쎄레빅스주사’(포스페니토인), 한국노바티스 ‘트리렙탈필름코팅정’(옥스카르바제핀), 한국노바티스 ‘테그레톨정’(카르마제핀) 등이 대표적이다.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과 프리미돈(primidone)은 바르비탈류에 속한다. 이들 약물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하고 운동 활성을 감소시켜 진정·최면 작용을 한다. 신경절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mma-aminobutyric acid, GABA) 의 활성을 높임으로써 발작을 억제하며 고용량 투여 시 항경련 효과가 나타난다.

이들 약은 부작용으로 진정, 인지기능 장애, 행동이상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젊은 환자나 각성과 인지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을 가진 환자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경구용 피임약 대사를 촉진해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복용할 때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하나제약 ‘하나페노바르비탈정’, 대웅제약 ‘대웅프리미돈정’ 등이 대표적이다.
 
옥스카르바제핀은 트리렙탈필름코팅정(옥스카르바제핀) 등이 대표적이다. 노인에서 최대혈중농도가 높아 저용량이 권장된다. 부작용으로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발프로산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의 합성 효소인 글루타민산탈탄산효소(Glutamic acid decarboxylase, GAD) 활성을 높이고 GABA의 유리를 항진시킨다. 또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아스파르테이트(Aspartate)의 뇌내 농도를 저하시킨다. 한림제약 ‘바로인에이연질캡슐’(성분명 발프로산), 명인제약 ‘발핀연질캡슐’(발프로산), 부광약품 ‘오르필서방정’(Sodium Valproate) 등이 대표적이다.

에토숙시미드(ethosuximide)도 칼슘이온 통로를 차단해 자극의 전달을 막아 발작을 억제한다. 영풍제약의 ‘자론티연질캡슐’ 등이 있다.

2세대, 조니사미드·가바펜틴·프레가발린·라모트리진 등

설폰아미드(Sulfonamide)계에 속하는 조니사미드(zonisamide)는 나트륨 통로 및 T-type 통로를 차단하고, 탄산탈수효소(carbonic anhydrase,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온화된 수소이온(H+)과 중탄산이온(HCO³⁻)으로 촉매)를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일 100~200㎎을 1~3회 분할 경구 투여하며 이후 1~2주마다 증량해 보통 1일 200~400㎎을 1~3회 분할 투여한다. 하루 최대 복용량은 600㎎이다. 한국에자이 ‘엑세그란정’ 등이 대표적이다.

가바펜틴(gabapentin)과 프레가발린(pregabalin)은 신경병증성통증에도 사용되는 약물로 뇌의 과도한 흥분작용을 억제하고 신경성 통증을 완화한다. 화이자가 개발한 ‘뉴론틴캡슐·정’(성분명 가바펜틴)과 ‘리리카캡슐·정’(프레가발린)이 오리지널 제품이며 현재는 많은 제약사에서 제네릭을 판매하고 있다. 프레가발린은 가바펜틴의 후속 제품으로 개발된 약물로 가바펜틴과 같은 가바펜티노이드(gabapentinoid) 계열에 속한다.

가바펜티노이드는 GABA 유사체로 전위의존성 칼슘 채널(Voltage-gated calcium channels, VGCCs)을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이들 약은 알파2-델타 리간드(α2-δ ligand) 칼슘 통로에 작용해 글루타메이트(glutamate), 노르에피네피린(norepinephrine), P-물질(substance P) 등 통증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감소시킨다.

활동 전위(電位)가 시냅스 전신경 말단에 도달하면 시냅스 막의 전위의존성 칼슘채널이 열리고 칼슘이온이 세포 내로 유입된다. 이때 시냅스 간극으로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촉진돼 글루타메이트와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 이온채널에 결합하게 된다.

가바펜틴과 프레가발린은 전위의존성 칼슘채널 세포 외측에 존재하는 알파2-델타 소단위에 결합해 신경 말단으로 칼슘이 유입되는 것을 억제한다. 특히 프레가발린은 가바펜틴에 비해 알파2-델타 소단위에 대한 결합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모트리진(lamotrigine)은 신경 흥분에 관여하는 나트륨이온 통로를 차단, 자극 전달을 막아 발작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뇌전증 이외에 양극성장애 환자의 우울 증상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라모트리진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GABA의 작용을 늘려 전압-민감성 나트륨 채널을 차단한다. GABA는 포유류의 뇌 속에만 존재한 특이한 아미노산으로 신경세포의 과잉 작용을 억제해 불안·스트레스 신호가 뇌에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

라모트리진은 에티닐에스트라디올·레보노르게스트렐(ethinylestradiol·levonorgestrel) 등 복합호르몬 경구피임약과 함께 복용하면 약물 상호작용으로 피임 및 발작억제 효과가 모두 감소한다. 이 성분으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라믹탈정’, 부광약품 ‘라모티진정’, 대웅제약 ‘라미아트정’ 등이 있다. 
 
토피라메이트(topiramate)는 전위의존성 나트륨 및 칼슘 채널을 차단한다. 또 뇌의 흥분을 억제하는 GABA의 기능 항진, 뇌의 흥분을 유도하는 글루타메이트 경로 억제 등의 기능을 한다. 또 탄산탈수효소를 저해하는 작용을 한다. 단독 및 부가요법에서도 탁월한 효과로 부작용이 현저히 낮다. 뇌전증 이외에 편두통의 예방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2012년 토피라메이트는 식욕억제제 펜터민(phentermine) 성분과 병용요법으로 FDA로부터 체중조절제로 허가받았다. 한국얀센 ‘토파맥스스프링클캡슐’, 일동제약 ‘토파메드정’ 등이 대표적이다.

레비티라세탐(levetiracetam)은 정확한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말초조직에는 결합하지 않고 중추신경계에서만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주는 단백질에 결합해 작용한다. 정상적인 신경흥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뇌전증 발작에 관여하는 과도한 흥분작용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구체적으로 전(前)시냅스(신경세포와 근세포의 연접부위 중 신경세포에 가까운 쪽)에 작용,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해 발작을 억제한다. 이 약은 기존의 간질약과 전혀 다른 독특한 약리기전을 갖고 있는데다 간(肝)대사가 일어나지 않아 병용 투여하는 다른 간질치료제와 영향을 주고 받지 않는 게 장점이다.
 
국소 발작이 처음 진단되면 카바마제핀, 옥스카르바제핀, 라모트리진이 권장되며 환자에게 맞지 않을 경우 레비티라세탐을 사용한다. 레비티라세탐 성분으로는 한국UCB제약 ‘케프라정’, 한미약품 ‘레비라정’, 부광약품 ‘레비큐어정’ 등이 있다.

3세대, 라코사미드·세노바메이트·브리바라세탐·페람파넬 등

최근 등장한 3세대 약물로는 라코사미드(lacosamide), 세노바메이트(Cenobamate), 브리바라세탐(brivaracetam), 페람파넬(perampanel), 에스리카바제핀(eslicarbazepine), 루피나미드(rufinamide) 등이 있다.

라사코미드는 차세대 약물 중에서도 내약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질환 치료제나 기존 뇌전증약과 상호작용이 적어 병용 투여가 용이하다. 나트륨 채널의 구조를 변형시키고, 신경세포 말단의 축색(axon)을 형성하는 콜랩신 반응 매개체 단백질-2(CRMP-2, collapsin response mediator protein 2) 작용을 조절해 비정상적인 신경연결(neuronal connection)을 예방한다.

오리지널인 한국UCB제약의 ‘빔팻정’은 2010년 8월 국내 허가 후 비급여로 처방돼 왔다. 이후 SK케미칼의 ‘빔스크정’, 환인제약의 ‘네오팻정’, 한국콜마의 ‘빔코사정’ 등 비제네릭 제품의 급여 출시가 이어지자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됐다. 결국 한국UCB제약은 2018년 빔팻의 품목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신약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부분발작 증상을 보이는 성인 뇌전증 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낸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FDA 판매허가를 받았다.

엑스코프리의 작용기전은 체내 GABA 수용체A(Gama-aminobutyric acid receptor type A, GABAA) 이온 채널의 양성알로스테릭(Positive Allosteric) 활성화와 전압 개폐성 나트륨 전류의 차단으로 신경세포의 반복적인 발화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6주간 적정기간(유효 혈중약물농도로 높이기 위해 복용하는 기간, 실제 효과는 나지 않음)을 거쳐 6주간의 약물치료 유지기간(일정 농도 이상으로 혈중농도 유지)을 갖는 첫 번째 3상 임상시험인 Study 013에서 엑스코프리를 최대 200mg을 복용한 환자 113명은 발작 빈도 중앙값이 56% 감소해 위약 투여군 108명에서 22% 감소한 것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6주간의 적정기간에 이어 12주간의 유지기간을 갖는 두 번째 임상시험인 Study 017에선 100mg 108명, 200mg 109명, 400mg 111명에서 발작 빈도 중앙값이 각 36%, 55%, 55% 감소했다. 이 역시 위약 투여군 106명에서 24% 감소한 것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라세탐 계열의 브리바라세탐(brivaracetam)은 2019년 3월 ‘16세 이상의 뇌전증 환자에서 2차성 전신발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은 부분발작 치료의 부가요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뇌의 신경전달과 관련된 ‘뇌내 시냅스 소포 단백질2A(SV2A)’에 작용해 항경련 효과를 나타내며 한국UCB제약 ‘브리비액트정’이 대표적이다.

에자이의 ‘파이콤파필름코팅정’(성분명 페람파넬)은 AMPA 수용체의 길항제로서 기존 제제와는 다른 새로운 작용 기전의 제제다. 페람파넬은 선택적 비경쟁적으로 뇌 시냅스 후부(postsynaptic)의 AMPA(α-amino-3-hydroxy-5-methylisoxazole-4-propionic acid) 수용체에 결합, 이 수용체가 글루탐산과 결합해 신경 과흥분을 일으키는 것을 억제한다. 이로써 신경세포의 이상 흥분 현상을 억제, 뇌전증을 유발할 뉴런의 과도한 자극을 완화한다.

파이콤파는 2015년 12세 이상의 뇌전증 환자에서 △이차성 전신발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부분발작(Partial-Onset Seizure, POS) 치료의 부가요법으로 사용하거나 △특발성 전신성 뇌전증 환자의 일차성 전신 강직-간대발작(Primary Generalized Tonic-Clonic seizure, PGTC, 또는 Grand Mal) 치료의 부가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올해 5월에는 단독요법 및 소아 처방 연령 확대 승인을 획득했다. 허가 확대로 POS 4세 이상 단독·부가요법과 PGTC 7세 이상 부가요법으로 투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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