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앞두고 백신 승인 서두르자 화이자, J&J, 모더나, 사노피 등 “안전성 고려 졸속 승인 신청 안한다” 성명 준비
몬세프 슬라위(Moncef Slaoui) 미국 보건복지부 및 국방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총괄 책임자가 백신의 졸속 승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긴급 승인된 백신이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된다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과학잡지‘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슬라위는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 EUA) 문제는 정치하고는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 나는 사람들이 말을 못하게 막을 순 없다. 대통령은 자기 할 말을 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긴급사용승인은 절대로 말도 안 되는 백신에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어도 좋다”고 말했다.
슬라위는 “승인 과정 중에 지나친 간섭이 있다면 바로 사임하겠다. 지금까지는 간섭이 전혀 없었다. 나는 과거와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이 전염병 사태는 그것보다 훨씬 큰 문제다. 정치 이전에 인류는 항상 내 우선 순위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11월까지 백신이 대중에게 보급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잘라 말했다. 슬라위는 “3상 임상시험이 10월 말 이전에 끝나 백신이 준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긴급사용승인 부여에 필요한 다른 조건이 충족되면 승인이 있을 수 있다. 극히 가능성이 낮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백신이 효과적이라면 긴급사용승인 이니셔티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서류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슬라위 박사는 지난 5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예방백신 및 치료제의 신속 개발을 추진하는‘초고속실행계획’(Operation Warp Speed)의 수장으로 임명됐을 때 정치적 이해 관계가 승인 과정에 관여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겠다는 확인을 받으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슬라위의 이런 입장 표명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졸속 승인이 우려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트럼프의 정치적 압력 때문에 초고속 실행계획에 참여한 백신 후보 중 하나에게 긴급사용승인이 부여한다는 소문은 이 계획이 수립될 때부터 무성했다.
하지만 스티븐 한(Stephen Hahn) FDA 총괄국장은 백신은 FDA가 정한 기준 50% 효과성이 입증이 되어야 승인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백신을 신뢰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될 것이라고 슬라위가 말한 바 있다. 미국에서 매일 약 1000명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 미국 보건 당국자들은 최근 백신이 효과를 입증할 증거를 도출한다면 3상 시험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이언스 등 여러 언론은 슬라위에게 백신 승인 과정에서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지적해왔다. FDA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보류하기로 했던 혈장(Convalescent Plasma) 치료제에 대한 승인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 후보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의 일환으로 백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녀는 “60일도 안 남은 선거에서 트럼프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며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은 공개 데이터와 외부 평가만으로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금까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 과정들에 약 100억달러를 투자했다. 중복 투자는 통계적 실현 가능성 때문에 필수불가결했다. 임상과정을 통과하는 백신 후보들이 약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NASEM)는 초고속실행계획에 지원하는 백신 후보 7개 중 4개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백신 후보들은 보통 3상에서 수 천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할 때도 실패한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백신들은 각각 3만명의 건강한 지원자들에게 투여되는 조건으로 3상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모더나, 사노피,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엔텍,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미국 머크(MSD), 노바백스 등 백신 개발사들은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일 수 있도록 충분한 데이터가 수집될 때까지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겠다는 성명을 이르면 오는 8일 발표할 계획이다.
일부 공개된 공동성명 초안은 백신 접종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잠정 결과를 얻는 데만 최소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서둘러 백신을 내놓지 않겠다는 게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