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인 상황에서 임시적으로 허용했을 뿐 합법 아냐 … 대한약사회, 따로 입장 발표 계획 없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등장한 민간업체의 비대면 의약품 배송 서비스(닥터가이드의 배달약국)가 최근 약국 의약품 택배가 ‘합법’이라고 주장하자 일부 약사단체가 발끈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상담 형태의 진료 및 대리처방에 따라 의약품 배송도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데 이를 장기적으로 방치했다가는 약국 업권이 크게 침해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서울시약사회와 경기도약사회는 지난 3일 의약품 택배는 현행법상 ‘불법’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서울시약은 “배달약국 서비스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라며 개국 회원에게 의약품 배송 서비스 가입에 주의하라는 문자를 발송하고 배달약국과 제휴한 약국은 탈퇴하라고 권고했다. 경기도약도 “탈법적인 배달약국 모집과 의약품 배달서비스를 즉각 중단조치하고 처벌하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대한약사회 임원과 배달약국 서비스를 진행 중인 닥터가이드는 면담을 가졌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한약사회는 면담 전 회원들에게 배달서비스는 불법이라고 안내하며 제휴 신청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닥터가이드에게 서비스를 지속할 경우 고발 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배달약국 서비스를 운영 중인 닥터가이드 측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배달약국 서비스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공고 제 2020-177호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에 근거, 보건복지부와 보건소로부터 위법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히며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경기도약사회는 보건복지부가 업체의 주장에 대한 진위 여부를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현행 약사법 제50조에 따르면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 배달 서비스는 코로나19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임시적으로 허용되는 것일 뿐 현행 법령에 따르면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항”이라며 “업체 측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약사회는 이와 관련, 이슈화는 오히려 가이드닥터의 블랙 홍보전에 유리한 빌미를 줄 수도 있다고 판단,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닥터가이드 측에 따르면 배달약국 서비스는 서울과 경기 중심으로 약 50개 약국이 제휴신청을 했다. 서비스 이용자는 총 1100여명이다.
코로나19 확산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대면 의약품 배달 서비스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섣불리 도입했다간 무엇보다도 의약품 오남용이 우려되고, 배송 과정에서 약이 뒤바뀌거나 변질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환자안전과 직결될 수 있으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개국가로서는 비교적 시스템이 잘 구축된 대형약국에 주문이 몰려 동네 소규모 약국에 피해가 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음식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이 배달 알선 수수료를 과다 청구한다는 비판을 맞고 있는 것처럼 배달약국 같은 시스템이 확산되면 언젠가는 약국도 배달알선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점차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배달약국에 종속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새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신사업을 전개하려는 서비스업체와 약사의 이권을 지키고 의약품 오남용도 막아야 하는 약사회의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