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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외에 어떤 사람이 코로나19 조심해야할까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09-02 09:29:50
  • 수정 2020-09-04 17: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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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액암‧간경병증환자, 패혈성 쇼크, 호흡부전, 신장부전 발생률 높아
비만환자, 염증반응 및 산화스트레스에 취약

무료이미지 픽사베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1일 전세계 확진자는 약 2500만명, 사망자는 85만명, 치명률은 3.38%를 기록하며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일 0시 기준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222명, 해외유입 사례는 13명이 확인돼 총 누적 확진자 수는 2만182명(해외유입 2836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수도 321명이나 된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27일 441명으로 급증한 이후 5일째 371명→323명→299명→248명→235명으로 소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200명대를 넘기면서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코로나19의 높은 사망률은 어떤 부류의 환자가 이 바이러스질환에 취약한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지난달 28일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치명률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나이다. 영국의 코로나19 치명률 데이터를 보면 70대 중반 이후 환자는 10명 중 한 명 이상인 11.6%가 사망한다. 이는 45~64세의 0.5%나 44세 미만의 0.03%에 비하면 수십~수백 배 높은 치명률이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0세 이상의 치명률은 20.5%, 70대의 치명률은 6.5%, 60대의 치명률은 1.4%에 이른다. 반면 40대 미만에서 치명률은 0.1% 밑으로 떨어진다. 신규 환자의 고령화도 두드러진다. 1일 발생한 신규환자 235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50대(19.6%)와 60대(19.2%), 70대(12.8%)다. 여기에 80대 이상(4.3%)를 더하면 55.8%다. 가장 주의해야 할 연령대가 절반을 넘는 것이다. 
 무료이미지 픽사베이.
“혈액암 환자, 다른 암보다 중증질환 진행률 및 사망률 높아”

고령 다음으로 조심해야 할 취약군이 암환자다. 백혈병이나 림프종, 골수종 등 혈액암 환자는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다른 암환자들보다 예후가 더 좋지 않고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옥스퍼드대(Universities of Oxford)와 버밍엄대(Universities of Birmingham) 공동 연구팀이 ‘영국 코로나바이러스 암 모니터링 프로젝트(UKCCMP)’ 통계를 분석한 결과, 혈액암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중증질환 발현율과 사망률이 유방암 등 다른 암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난 3월 18일부터 5월 8일 사이에 UKCCMP 코호트에 등록된 코로나19에 걸린 암환자 1044명을 2017년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암 환자 관련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UKCCMP 코호트 환자 1044명 중 319명(30.6%)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295명(92.5%)은 사망원인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혈액암을 앓고 있던 코로나19 환자의 중증질환 발현율은 2017년 데이터에 비해 57% 증가해 다른 어떤 암종보다 높았다. 또 코로나19에 걸린 다른 암환자들과 비교한 사망률도 오즈비(Odds ratio, 집단 간 비교를 통해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나타내는 수치) 2.25로 다른 고형암의 평균수치 1.57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간경변증 환자, 고령·당뇨 있으면 중증도·사망률 상승 … 간수치 오르면 코로나19 중증화”
 
간경변증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예후가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환자가 간경변증을 동반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중증도와 사망률이 더 높다는 것.
 
경북대병원 및 대구·경북지역 5개 의료기관 연구팀은 입원한 코로나19 감염 환자 1005명을 대상으로 만성 간질환 환자의 임상 경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1005명 가운데 47명이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었고 그 중 14명(1.4%)에서 간경변증이 확인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간경변증 환자는 중증 폐렴 발생률이 4.5%로 그렇지 않은 경우의 0.9% 대비 5배였고 패혈성 쇼크, 호흡부전, 신장부전 발생률도 더 높았다. 간경변증이 동반되면 중증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4.5배, 사망 위험은 2.9배 더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간경변증 환자는 산소치료, 중환자실 입원, 급성 호흡부전 및 사망이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단 간경변증이 아닌 만성 B형 및 C형간염 등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는 예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간경변증은 고령, 당뇨병과 함께 코로나19의 중증도 및 사망률과 연관성 있는 독립적인 인자로 밝혀졌다.
 
또한 혈액검사에서 간수치 상승을 보이면 더 중증의 코로나19 감염증과 연관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송정은·김병석 교수팀은 대구 시내 5개 대학병원에서 874명의 코로나19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입원 중 간수치 상승을 보이는 환자와 정상 간수치를 보이는 환자를 비교 분석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총 362명(41.1%)이 간수치 상승을 보였는데, 남성이 여성보다 비중이 높았다. 남녀별 증상 발현 비율은 발열 52.2% 대 39.9%, 호흡곤란 34.3% 대 19.6%로 남성이 여성보다 유의미하게 증상이 빈도 높게 나타났다. 더 심한 폐렴을 보이고 중증도가 높았다. 이에 따라 입원 기간은 26일 대 22일로 남성이 더 길었고 사망률 또한 12.4% 대 2.9%로 남성이 더 높았다.
 
입원 당시 중증 코로나19 상태 및 흉부단순촬영에서 양쪽 폐 침범 소견을 보인 남성의 경우 간수치 상승이 연관성이 있는 독립적인 인자로 작용했다. 입원 중 복용한 약제 중 킬레트라(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항생제도 간수치 상승과 관련성 있었다. 치료 경과와 관련, 간수치 상승을 보인 환자군은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격리해제까지 걸리는 기간이 더 길었고 사망률도 더 높았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제 중 상당수가 간수치 상승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어 약제 사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비만 환자는 과도한 지방세포에서 염증유발물질이 더 많이 분비돼 정상 체중보다 코로나19에 취약할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지방세포, 염증 유발하는 물질분비해 합병증 발생 높여 … 과하게 분비시 사망까지”
 
과체중 및 비만한 사람의 경우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경과를 밟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비만학회 편집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원저우 3개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진단된 초기 214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지방간 및 비만 환자의 경우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이 약 6배 높고 예후 역시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3개 병원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의 중등도 비만 환자가 중환자실에 더 오래 입원한 것으로 보고됐다. 상대 위험비(Odds ratio) 값은 5.4배였다. 국내 13개 병원에서 발표된 보고에서도 코로나19를 진단받은 환자의 40%가 BMI 25㎏/㎡ 이상의 비만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 환자는 만성적으로 염증반응 및 산화스트레스에 취약해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높다”며 “특히 지방세포는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6을 분비하는데, 염증매개물질인 사이토카인의 과도한 분비가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켜 합병증 발생 위험을 높이고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비만은 염증 기전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비만한 경우에는 올바른 마스크 착용이 어렵고, 기계호흡 등 중환자실에서의 치료과정이 힘들어져 사망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비만인 사람은 코로나19 유행기에 신체 활동을 덜 하려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더욱이 비만인은 방역 정책으로 인한 운동 공간 제한과 사회적 제약들이 더해져서 신체활동의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식당과 같이 사람이 모이는 밀집된 공간에 대한 기피로 비만인의 음식 배달서비스 의존 경향도 높아지고 있어 영양학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운동과 신체활동, 건강한 식습관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체내 염증반응은 줄이고 면역력은 향상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비만 환자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앓고 있다면 기존 치료 약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 구보경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고혈압 약제 중 일부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차단제가 코로나19의 체내 유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초기 보고가 있었지만 이런 우려보다는 고혈압약을 잘 복용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 역시 복용하던 약을 통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 혈당이 높으면 코로나19가 증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 치료제도 항염증 및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보여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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