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중등도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에서 괄목할 만한 효과를 보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 승인 당시 렘데시비르는 산소공급이 필요한 중증 환자에서만 회복기를 15일에서 11일로 4일 정도 줄이는 효과를 보여 폭넓은 유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왔는데 이번에도 별 다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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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의사협회학술지(JAMA)’에 중등도 코로나19 환자 58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렘데시비르의 3상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기존에 승인받은 중증 환자가 아닌 중등도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연구였다.
이번 임상은 올해 3월 15일부터 2020년 4월 18일까지 미국·유럽·아시아의 병원 105개소에 등록한 환자를 3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 렘데시비르 10일 치료과정, 5일 치료과정, 표준치료요법(대조군, 항생제·스테로이드·증상완화제 투여)을 시행했다.
환자들은 첫날 정맥주사로 렘데시비르 200mg을 투여한 뒤 이후 매일 100mg을 주사맞았다. 환자들은 일부 컴퓨터단층촬영(CT)상 폐에 코로나19의 침입 흔적이 있었으나 폐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코로나19 진단일부터 렘데시비르 또는 표준치료를 받았으며 11일째에 증상 관련 임상적인 상태와 치료 관련 부작용을 비교평가했다.
주요 평가지표는 사망률에 대한 영향, 증상 지속시간, 퇴원기간 등으로 설정됐다. 임상 결과 렘데시비르 5일 투여군은 환자의 70%가 무사히 퇴원했으며, 10일 투여군은 65%로 오히려 퇴보했다. 반면 표준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퇴원율 60%를 나타냈다.
연구진이 11일 차에 3개 그룹을 비교분석한 결과 렘데시비르 5일 투여군은 표준치료군 대비 개선된 임상 상태에 도달할 확률이 65%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두 그룹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있었으나 ‘불확실한 임상적 중요성’(uncertain clinical importance)이라고 의미를 절하했다.
JAMA 논문의 저자는 병원 퇴원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임상 상태의 개선 정도를 7점 순서 척도(ordinal scale)로 매겨 측정한 것은 환자 사망률을 기준으로 삼는 흑백(가부) 평가가 아니어서 임상적 중요성이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결과와 함께 게재된 JAMA 사설에서 미국 피츠버그대의 두 과학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한 순서 척도의 각 단계가 균일한 임상적 중요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요약된 오즈비(odds ratio, 승산비)를 환자, 임상의사, 정책 입안자들에게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진술로 바꿔 말하는 것(번역)은 어렵다”고 기술했다.
길리어드의 에이즈(HIV) 및 신종바이러스질환 임상연구 책임자(수석 부사장)인 다이아나 브레이너드(Diana Brainard) 역시 “환자의 생존 여부 외에 환자의 치료결과를 얼마나 잘 치료됐는지 묻는 방법으로 치료제의 임상적 중요성을 판단하는 방법은 불확실하다”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게다가 같은 기준으로 렘데시비르 10일 투여군과 표준치료군을 비교할 경우 렘데시비르에서 아무런 임상적인 개선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입원기간, 사망률, 임상 상태 개선에 걸리는 시간, 산소요구량 감소 등 다른 평가기준들을 들이대도 이점이 없었다.
지금의 분석 결과를 더욱 복합적으로 들여보다면 5일 투여군과 10일 투여군의 임상결과가 실제 5일, 10일 치료결과로 그대로 이어지지도 않는 맹점이 있다. 예컨대 무작위 배정된 5일 투여군의 76%만이 치료과정을 마쳤고, 35명의 환자(18%)는 치료를 마치기도 전에 완전히 회복됐다.
반면 10일 투여군의 환자 193명 중 38%만이 전체 치료과정을 완료했고, 98명(51%)가 치료 10일 이전에 퇴원했다. 이들의 치료기간 중앙값은 6일에 그쳤다.
JAMA 사설은 “전체 10일 동안 치료받은 환자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치료 결과의 차이가 치료기간의 차이 때문인지 파악하려는 시도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현재의 연구 결과와 이전의 임상시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렘데시비르에게 가장 적합한 환자군(적응증)과 최적의 치료기간 설정은 불분명하다”고 맺었다.
결론적으로 5일 동안 렘데시비르 정맥주사를 투여 받은 코로나19 환자들은 표준치료 대비 개선을 보였으나 10일 투여군은 별다른 이점을 입증하지 못했다.
하지만 길리어드 측은 FDA로부터 공식 승인받는 데 문제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브레이너드 수석부사장은 “입원 중인 모든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달 초 FDA에 정식 승인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현재 미국에서 중증 환자를 위한 용도로만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상태다. 유럽연합에서는 산소공급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하는 적응증으로 ‘베클루리’(Veklury) 상품명으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로이터는 22일 브레이너드의 말을 빌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FDA는 렘데시비르의 적응증을 확대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