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억달러에 사들인 미 샤이어 인수부채 상환에 안간힘 … 셀트리온 등 유럽·아시아·러시아·중동·아프리카 비 핵심자산 매각 중 … 일본 본부 인력 구조조정도
일본 다케다가 자국 내 일반의약품(OTC)자회사 다케다컨슈머헬스케어(TCHC)의 모든 주식을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Blackstone)에 23억달러(2420억엔)에 매각한다고 24일 발표했다.
다케다는 지난해 1월 혈우병 등 희귀의약품 전문업체인 미국 매사추세츠주 렉싱턴(Lexington) 소재 샤이어 샤이어(Shire)를 62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큰 부채를 안게 됐고 그동안 팽창한 유이자부채를 줄이기 위해 100억달러를 목표로 비중심 사업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자산매각액은 최대 약 80억달러에 이르고 TCHC 매각으로 목표를 달성하게 될 전망이다.
샤이어는 제8인자 혈우병A 치료제 ‘애드베이트주’와 ‘애디노베이트주’, 제9인자 혈우병B 치료제 ‘릭수비스주’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애브비가 548억달러에 인수하려다 실패했으며 2018년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다케다가 인수 경합을 벌이다 그 해 5월 650억달러를 제시한 다케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다케다는 일본 내 OTC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7년 100% 자회사로 TCHC를 분사했다. TCHC는 일본 최초의 비타민B1 제제인 ‘아리나민’, 종합감기약 ‘화이투벤’, 해열진통제 ‘벤자’ 등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제품을 다수 소유하고 있다. 아리나민은 1954년에 출시됐으며 일본 고도성장기에 회사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줬다. 일동제약 ‘아로나민’의 오리지널 제품이다.
이번 합의에 따른 양도 작업은 내년 3월 31일로 완료될 예정이며, 매각 후에는 다케다의 이름을 제품명에 병기하지 않는다. 블랙스톤은 현재 TCHC의 경영진과 종업원의 고용을 승계할 예정이다.
다케다의 크리스토프 웨버(Christophe Weber) 사장은 24일 보도자료에서 “오늘의 양수도 거래는 다케다의 번영과 고객의 수요 충족을 지속시키는데 초점을 맞춰 소유권 및 자산을 이동시키는 동시에 삶을 변화시키는 의약품으로 우리의 과학적 역량을 전환하고 그에 맞춰 재정을 운용하려는 예리한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TCHC의 매출 비중은 다케다 전체의 약2%에 불과하다. 다케다는 위장관질환, 희귀질환, 항암제, 신경계질환, 혈장기반 등 5개 주요 전문의약품 분야에 집중하면서 OTC 사업에 동일 수준의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웨버는 밝혔다.
다케다는 지난 4월 일본 내 영업사원 170명을 항암제 사업부로, 50명을 신경학 분야로 재배치하며 이런 의지를 표면화하고 있다. 2024년까지 31개의 신약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말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는 다케다가 2026년 352억6000만달러로 글로벌 11위 제약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케다의 2019년 매출은 약 297억6000만달러로 신약이 순조롭게 출시되고 매년 2.45%가량 성장하면 이같은 전망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TCHC를 인수한 블랙스톤의 사카모토 아츠히코(Atsuhiko Sakamoto) 상무는 “GSK가 화이자와 컨슈머헬스케어(일반약 및 의약외품) 합작회사(지난해 8월 통합 완료)를 세운 것처럼 5년 안에 TCHC를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카모토는 “최근 몇 년 동안 투자 및 신제품 부족으로 다케다의 OTC 시장점유율이 낮아졌다”며 “자체적인 지속성장이 가능한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상장 이전에 500억엔을 투자해 신제품을 출시할 판매망을 구축하는 등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블랙스톤은 일본에서 부동산 투자 및 기업 인수합병을 전개하고 있다. 2019년에는 항류마티스제와 해열진통제를 주력으로 하는 일본 아유미제약(Ayumi Pharmaceutical)을 인수했다.
TCHC의 2018년 3월말 결산 회계연도 매출은 총 799억엔이었고, 2019년 3월말 결산엔 641억엔으로, 2020년 3월엔 610억엔으로 계속 떨어졌다.
다케다는 2017년 4월 OTC 부문이 별도의 사업으로 분할된 이후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시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훨씬 더 민첩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익히 밝혔듯 전문의약품 5가지 영역에만 집중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다케다는 OTC 사업을 영위할 만한 최고의 주인은 아닌 셈이다.
다케다는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 유럽, 라틴아메리카,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잇따라 비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에 셀트리온은 지난 6월 11일 일본 다케다제약으로부터 한국,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문의약품(ETC) 및 일반의약품(OTC) 브랜드 18개 품목의 특허, 상표, 판매에 대한 권리를 332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이에 최근에는 사내에는 케미컬의약품 아시아태평양 지역(APAC)영업관리 (Sales & Operation) 리더와 실무자급, 프로젝트 매니저(리더급)을 모집하고 있다. 파견 인원이 확정되면 오는 9월 싱가포르로 이동해서 다케다에서 인수한 헬스케어 제품군의 마케팅을 본격 담당하게 된다.
다케다는 비용 절감을 위해 본사 제약 부문에서 희망퇴직자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일본 사업부 내 3년 이상 근무한, 30세 이상의 직원이 대상이다. 다케다는 이번 구조조정의 감축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올해 3월 31일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4만7495명이 다케다에 몸담고 있으며 이 중 일본 내 인력은 6509명이다.
당초 다케다는 2018년 샤이어 인수 당시 연간 14억달러 비용절감을 목표로 전체 인력의 6~7%에 해당하는 36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최근 그 목표가 23억달러까지 상향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