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쿠싱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쿠싱증후군은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잉분비될 때 나타난다. 부신은 양측 신장 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신의 바깥쪽은 부신피질, 안쪽은 부신수질이라고 부른다. 부신은 생명유지에 중요한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데 그 중 부신피질에서 분비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이 코르티솔이다.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 위험 … 여성 발생률 남성의 8배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신체를 안정시키고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코르티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심장이 빨리 뛰어 혈압이 높아지고 콜레스테롤에도 영향을 주어 살이 찌게 된다. 뼈를 구성하는 세포에게도 악영향을 주어 골절의 위험이 높아진다.
코르티솔이 정상 이상의 농도로 분비되면 쿠싱증후군이 나타난다. 과량의 코르티솔로 인해 호르몬 불균형이 생기고 피부질환, 당뇨, 고혈압, 다모증 등의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난다. 여성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쿠싱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남성보다 8배나 높다.
쿠싱증후군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뇌하수체‧부신피질‧폐‧췌장 등과 같이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기관에 생긴 종양이다. 양성 혹은 악성 종양에서 부신피질자극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해 코르티솔이 정상보다 과도하게 분비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과도한 스테로이드 약물 목용이다. 스테로이드제는 부기, 열감, 피부 염증,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 매우 광범위한 질환에 치료제로 사용된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코르티솔 호르몬과 화학구조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몸에 들어온 스테로이드제를 코르티솔로 착각해서 쿠싱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도 쿠싱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코르티솔 분비를 자극해 쿠싱증후군을 부른다.
얼굴과 목, 복부에 집중된 비만이 특징 … 종양 등 원인질환 제거하고 약물치료 병행
쿠싱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비만이다. 특히 지방의 분포가 얼굴과 목에 집중되어 월상안(달덩이 얼굴) 형태를 나타내고 비정상적으로 복부와 목에 지방이 축적된다. 반면 팔다리는 가늘어지면서 중심성 비만을 보이게 된다.
얼굴이 붉고 피부가 얇은 것이 특징이며 혈압과 혈당의 상승, 골다공증, 골절과 같은 신체 변화가 동반된다. 여성은 월경 장애가 있을 수 있다. 이밖에도 여드름, 자주색 선조, 다모증 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근력의 저하, 성욕의 감퇴,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우을증 등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쿠싱증후군에 걸렸다면 쿠싱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조절해야 한다. 만약 뇌하수체나 부신에 생긴 종양으로 인한 쿠싱증후군의 경우에는 종양을 제거하거나 코르티솔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통해 호르몬을 조절할 수 있다.
약물이 원인인 쿠싱 증후군의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제제의 사용을 중단함으로써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갑자기 투약을 중단할 경우 오히려 부신의 기능이 저하되고 심하면 쇼크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김정아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쿠싱증후군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일반적인 비만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질환과 비슷하기 때문에 병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쿠싱증후군을 방치하면 고혈압, 고혈당 등 심혈관계 질환과 감염의 위험성이 커지므로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