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은 크게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뉘는데, 전세계적으로 소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주로 10세 이후에 발병하며 연령이 올라갈수록 발생 빈도도 증가한다. 소아에선 크론병이 더 흔히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크론병으로 진료받은 10대 이하 환자는 3175명, 궤양성대장염 소아 환자 1373명에 비해 약 2.3배 많았다. 김태형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도움말로 소아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어려서 발생할수록 유전성향 강하고 증상도 심해 … 몸살·급성장염과 증상 비슷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현재까지는 환경학적, 유전학적 인자 등이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학령기 이전 어린 나이에 염증성 장질환이 발병할수록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더 많이 보고됐다는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며 “이럴 경우 더 심한 경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아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 복통과 함께 묽은 변이 관찰되며, 때때로 혈변이 동반된다. 소아 크론병은 식욕 저하 △활동량 감소 △체중 감소 등이 특징적이다. 자칫 몸살, 급성 장염, 스트레스로 인한 의욕 저하 등과 오해하기 쉽다.
이밖에 소화불량이나 관절통증, 성장부진, 항문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연령이 낮을수록 증상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아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소아 크론병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성장부진, 장 절제 등 합병증이 진행될 수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소화기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
소화기관 전반 검사로 진단 … 확진 후 주기적 뼈 발육검사 필요
소아 크론병을 진단하려면 입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기관 전반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혈액검사와 대변 염증 검사부터 영상학적 검사(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소장 평가, 위·대장 내시경 검사, 조직검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진단 후엔 6~8주의 유도치료와 유지치료가 진행된다. 크론병은 아직 완치가 되지 않는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경구약과 주사제뿐 아니라 영양치료 등 다양한 치료적 접근이 요구된다. 오랜 기간 관리가 병행돼야 하므로 가족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이 뒤따라야 한다.
성인 크론병이 주로 일상생활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소아 크론병은 가장 큰 관심사는 정상적인 성장 여부와 대장암 발생 및 장절제 수술의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소아가 크론병을 앓으면 장에서 영양소 흡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장기 및 사춘기의 뼈 발육에 대한 검사와 평가는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영양 흡수 문제로 인한 성장장애를 줄이기 위해 적정 기간의 약물 사용과 영양 상담도 고려해야 한다.
적절한 유지치료 중에도 정기검사 시 눈에 보이지 않는 합병증이 진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가급적이면 소화기관에 해로운 음식들을 줄이고, 바른 영양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비타민과 칼슘·아연 등 미네랄 등 영양 섭취가 충분히 이뤄지도록 관리해야 한다. 통증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가족 및 친구들의 심적인 지지와 응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