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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아는 지식인은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마신다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8-11 21:07:00
  • 수정 2020-09-07 22: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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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양조장에 순수 맥아로 빚어 단순하고도 깊은 맛 … 셰리 오크통에 12년 이상 숙성이면 수준급

적당히 부드럽고 강한 맛을 잃지 않은 ‘글렌모렌지’(왼쪽)와 단조로우면서 맛이 깊은 ‘맥캘란’ 싱글 몰트 위스키
요즘 건강음주를 한다며 위스키(whisky) 소비량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대체로 유흥업소에서 팔리는 저급 국산 양주의 소비가 룸사롱 등의 퇴조로 감소한 것일 뿐 17년산 이상 최고급 위스키는 여전히 한국에 세계 상위권의 소비량을 자랑한다. 2012년 정도만 하더라도 한국인들의 고급술에 대한 ‘지르기’는 대단해서 서구 양주업체로부터 특별손님으로 대접받았지만 이후엔 중국의 고급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그 자리를 내줬다는 게 주류 업계의 얘기다.
 
건강음주 트렌드에 국내서는 일반적인 39~40도 도수의 위스키 대신 35~36.5도의 ‘저도’ 국산 위스키를 내놓고 소비자를 기망하고 있다. 심지어 30도 짜리도 있다. ‘골든블루’나 ‘주피터’ 같은 브랜드가 그렇다. 알코올 함량을 5도가량 낮췄으니 원가가 그만큼 절약됐을 텐데 가격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높기도 하다. 해당 업체는 맛이 순하고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술은 원래 건강에 도움이 안 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누구나 안다. 소량의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말도 기실 건전음주가 불가능한 음주 생리의 특성과 조금의 알코올도 몸에 해롭다는 최신 연구에 비춰보면 다 거짓이다.
 
필자는 국산 양주는 ‘막양주’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찾아서 마시진 않는다. 국산 양주는 위스키 원액을 들여와 적당히 블렌딩해서 원가의 5배 이상의 가격을 붙인다. 광고비를 들여 널리 브랜드가 알려진 국산 양주는 명주처럼 인식되고 있으나 원액이 좋은지 나쁜지도 알 수 없고, 연산 표시가 불분명해 도대체 몇 년산 짜리를 집어넣는지도 확인할 길 없다. 위스키는 통상 최소 3년 이상 저장해 숙성시키며 알코올 도수는 30~40%의 술로 정의가 규정돼 불법은 아니지만 저도 양주와 무연산 표시 양주는 정통성에서 벗어나 있다. 게다가 유흥업소에서는 이마저도 돈을 아끼려고 기타제제주(其他再製酒, concoction, mixed liquor, 국산 럼주 등)나 알코올 주정을 타서 가짜 국산양주를 팔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다.
 
필자는 어느 해 ‘지식인은 싱글몰트를 마신다’는 광고 카피에 반해 애호가가 됐다. 1990년대, 2000년대만 하더라도 1차에서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먹고, 2차에서 맥주로 호프집에서 입가심을 한 뒤 성에 차지 않으면 거금을 들여 룸사롱에서 가짜일 확률이 높은 ‘윈저’, ‘임페리얼’ 등 국산 양주를 마시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다 선배 애주가의 안내로 1차로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셔보니 그 깊은 맛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은 고뇌에 찬 모습을 연출할 때 레드와인 또는 위스키를 들고 홈바나 주방에서 들이킨다. 왠지 위스키를 마시면 와인에 비해 더 고뇌가 깊고 부유스럽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위스키는 맥주를 증류해 참나무통(오크통) 속에 저장해 놓은 것이다. 12세기 이후 전해져온 스코틀랜드 지방의 토속주로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의 급진전으로 도시 인구가 불어나 알코올 수요가 늘고 양조기술도 발전하면서 서구사회에 대중화됐다. 오랜 세월이 경과하는 동안 술통에서 목재 특유의 탄닌 등 다양한 성분이 술 속으로 들어가 위스키의 향과 맛을 이루게 된다.
 
위스키는 크게 7가지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첫 맥아제조(Malting) 단계는 보리를 물에 불려 싹을 틔워 엿기름을 만드는 것이다. 말린 맥아는 물과 혼합해 당분을 우려내는 당화(Mashing), 효모를 넣어 발효(Fermentaion) 과정을 거치면 7~8도 수준의 알코올 성분을 함유한 걸쭉한 술 원료가 된다. 이를 증류기에 넣고 2~3회 증류(Distillation)하면 비로소 법적인 정식 술이 된다.
 
맥아를 바탕으로 호프를 넣지 않은 맥주로 발효시킨 다음 증류해 알코올 도수를 40도 안팎으로 올린다. 맥아를 건조할 때 과거에는 목재를 썼다. 비효율적이서 더 화력이 높은 피트(Peat, 토탄, 土炭, 이탄, 泥炭)을 썼다. 토탄은 스코틀랜드 광야에 자생하는 헤더(heather, 석남과의 작고 낮은 종 모양의 꽃. 밝은 청색기가 도는 연한 보라색의 꽃)라는 화본식물이 토양에 축적돼 석탄처럼 굳어진 것이다. 피트의 훈제향이 스코틀랜드 위스키(스카치 위스키)의 독특한 개성이 됐다. 여기까지가 4단계다.
 
이어 진정한 위스키로 탄생시키기 위한 숙성(Maturation)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과거 영국(잉글랜드) 정부가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산업을 세금 부과로 규제하자 스코틀랜드 양조업체는 밀주로 제조한 위스키를 그때그때 팔기 어렵게 되자 스페인에서 수입한 오크통에 저장하게 됐다. 이게 오크통 숙성의 시작이 됐다. 덕분에 무색무취하던 증류원주는 연갈 또는 황갈색의 향미 강한 위스키로 업그레이드됐다. 다년간 숙성된 여러 오크통의 원액은 다시 적정한 비율로 섞어 최상의 맛을 찾는다. 이를 조화 또는 결혼(Marrying)이라고 한다. 다음엔 이를 커다란 통에 넣고 3개월 정도 더 숙성시킨다. 마지막으로 알코올 도수가 40% 정도 되도록 물과 섞은 뒤 병에 넣으면(Bottling) 제품이 완성된다.
 
위스키는 제조 성분에 따라 몰트·그레인·블렌디드 위스키로 나뉜다. 몰트(malt)는 보리에 싹을 틔워 만든 맥아를 의미한다. 맥아 원료만을 사용한 위스키를 몰트 위스키라고 한다. 초기 위스키는 모두 몰트 위스키였다. 하지만 보리 맥아의 공급이 달려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다. 결국 밀·옥수수 등 곡류를 사용한 그레인 위스키가 등장하게 됐다. 순수한 알코올에 가까운 무덤덤한 맛이 특징이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만든 것이다. 20세기 전반에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주류를 이루면서 위스키의 동의어처럼 쓰였다. 발렌타인·조니워커·로얄살루트·시바스리갈 등 국내에 많이 알려진 위스키들은 대부분 블렌디드 위스키다.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섞는 것은 블렌딩(blending)이라 하며 혼합 비율과 추가되는 향료나 감미료에 따라 여러 가지 맛을 낼 수 있다.
 
블렌디드 위스키에 밀려 고사 상태였던 몰트 위스키가 회생한 것은 1960년대다. 스코틀랜드 주류업체 윌리엄 그랜트 앤드 선스가 하일랜드 지역에서 명맥만 이어가던 몰트 위스키 가운데 ‘글렌피딕’을 공식 제품화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독특한 맛과 3각 기둥 모양의 병 모양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이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입맛이 고급스러워지자 몰트 위스키가 다시 위스키 시장의 한 축을 이루게 됐다.
 
몰트 위스키는 대부분 여러 오크통의 원액을 믹싱하는데 한 양조장의 원액만 섞으면 싱글 몰트, 여러 양조장의 원액을 섞으면 블렌디드 몰트라 부른다. 대표적인 싱글 몰트로는 글렌피딕·맥캘란·글렌리벳·글렌모렌지 등이 유명하다. 싱글몰트는 전세계 위스키의 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서는 3%에 못 미친다. 싱글몰트 중 한 오크통에 있던 위스키를 다른 것과 섞지 않고 병에 넣은 것을 싱글 캐스크(single cask)라 한다. 싱글 캐스크는 그리 많지 않고 상대적으로 비싸다.
 
어떤 오크통의 원액을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이를 담당하는 각 양조장의 몰트 마스터들은 30~50년의 경력을 갖고 후각과 미각을 총동원해 해당 브랜드와 가장 적합한 향미를 조율한다.
 
같은 재료를 써서 같은 방식으로 제조하면 맛도 비슷할 것 같지만 싱글몰트는 증류소와 브랜드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가장 먼저 맛을 좌우하는 요소는 오크통이다. 투명한 위스키 원액이 호박빛으로 변하는 것은 오크통에서 참나무 진액과 섞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는 맨 처음 스페인의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 와인에 위스키 원주정을 섞은 15~22도의 고도 와인)인 셰리(Sherry)를 저장하던 셰리 오크통을 수입해 썼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셰리 와인 생산량이 줄면서 오크통까지 줄게 되자 대신 미국의 버번 오크통을 쓰게 됐다. 셰리 오크통에서는 꽃 향기와 과일향, 달콤한 맛이 풍겨나온다. 반면 버번 오크통에서는 매운 맛이 난다. 또 셰리오크는 붉은 빛을, 버번 오크통은 노란색을 위스키 원액에 더해준다.
 
와인의 빈티지가 포도가 생산된 해의 특징을 대표한다면, 몰트의 빈티지는 숙성시킨 기간을 의미한다. 위스키는 최소 3년 이상 숙성한 것을 의미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최소 3년 이상 숙성된 술에만 스카치 위스키 자격을 주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12년 이상 숙성시킨다. 17년산 위스키라는 것은 적어도 17년 이상 숙성했다는 의미다. 흔히 오래 숙성할수록 향미가 좋아질 것이라고 믿지만 6년 이상이면 충분하고 10~12년이면 최적의 풍미를 우러낼 수 있는 기간이다. 10년 이상이면 고급에 속한다. 굳이 17년산, 30년산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사람도 너무 나이가 들면 기력이 쇠하는 것처럼 연산이 과도하게 오래된 것은 향미가 풍부하지 않고 뒷맛이 쓸 수도 있다. 오크통의 특성이 과도하게 반영되다보면 오히려 풍미가 떨어지게 된다.
 
오랜 기간 숙성하면 위스키 가격이 올라간다. 숙성도가 높아져 향미가 향상되는데다가 매년 증발돼 사라지는 양을 가격에 전가하기 때문이다. 창고에서 더 오래 묵은 보관비도 반영됐을 것이다. 오크통에선 매년 2~3%씩 원액이 증발해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오크통이 원액에 젖었다 마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 부른다.
 
그러나 블렌디드 위스키나 저가 위스키는 연산 표시가 없다. 무연산(NAS, no age statement) 위스키 제조업체는 블렌딩 마스터들이 최고의 감각으로 원액의 연산에 구애받지 않고 풍미가 극대화된 위스키를 만든다고 홍보하지만 간결하고 깊은 싱글몰트에 비하면 덕지덕지 화장한 B급 제품일 뿐이다.
 
숙성 기간 오크통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며 맛과 향·색을 변화시킨다. 참나무통에서 위스키 원액은 화학적·물리적 변화를 거쳐 부드럽고 우아한 향미를 갖게 되고 아름답게 착색된다. 독성을 띠는 것은 자연분해돼 스러지고 혀끝에 당기는 맛으로 변신하게 된다. 사람도 중년을 넘기면 연륜이 쌓이고 기품이 갖춰지는 것처럼….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환경(일조량·습도·바람 등)에서 숙성했느냐에 따라 위스키의 향미는 다양해지게 된다.
 
증류 방식도 위스키 맛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양주 증류 방식에는 단식 증류(pot still)과 연속식 증류(continuous still)이 있다. 단식은 양파 모양의 구리 재질 솥단지에 술을 모으는 집주구가 하나다. 구리는 열전도가 높은 데다가 촉매로서 다양한 향기 성분의 도출을 돕는다. 단식 증류는 맛과 향의 파괴가 연속식 증류법에 비해 적다. 순수 에탄올 외에 알데히드, 에스테르, 푸젤유(fusel oil), 푸르푸랄(Furfural) 등 다양한 형태의 불순물이 같이 남아 숙취를 유발할 개연성이 있지만 독특한 향을 갖게 된다. 코냑,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몰트 위스키는 단식 증류법으로 증류돼야 한다. 증류소마다 각각 추구하는 향의 위스키를 얻기 위해 증류기의 모양과 설계가 달라진다. 위스키 맛의 다채로움이 여기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반면 연속식은 단을 여러개 쌓아 윗단에서 증류된 술이 아랫단으로 내려갈수록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고 불순물을 더 많이 제거할 수 있다. 보드카, 공업용 소주 주정처럼 무색 무취한 술을 만드는 데 좋다. 요즘엔 스팀 가열 방식으로 에너지·공간·시간 효율을 높였다. 이밖에 물맛, 원재료인 보리의 품질, 재료를 다루는 양조인의 솜씨 등이 위스키맛을 좌우할 것이다.
 
싱글몰트 브랜드를 숙지하려면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지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크게 하일랜드(Highlands), 스페이사이드(Speyside), 로우랜드(Lowlands), 캠블타운(Campbeltown), 아일레이(Islay), 아일랜드(Islands) 등 6개 산지로 나뉜다.
 
스페이강에 인접한 스페이사이드는 하일랜드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 이 곳엔 스코틀랜드 전체 120여개 증류소 중 60개 남짓이 밀집돼 있다. 맥캘란(Macallan), 달위니(Dalwhinnie), 글렌리벳(Glenlivet), 글렌피딕(Glenfiddich), 글렌그랜트(Glengrant 상당수는 블렌디드위스키), 발베니(Balvenie), 싱글턴(Singleton, Glendullan-Diageo) 등이 유명 브랜드다. 사과, 바닐라, 참나무, 맥아, 견과류, 건과 등 다양한 향미로 머리를 아찔하게 한다.
 
글렌리벳은 싱글몰트의 개척자다. 영국 정부가 음지에 숨었던 스코틀랜드 양조업자를 달래 양성화에 나섰는데 이 때 양조면허를 1번으로 받은 게 글렌리벳이다. 지금도 피트향이 상쾌하며 델리케이트한 맛을 낸다고 평가받고 있다. 글렌피딕은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이다. 맥캘란은 고급화에 성공한 깔끔한 싱글 몰트다. 발베니는 보리 재배부터 병입까지 전 과정을 직접 사람이 진행하는 ‘수제’ 위스키로 럭셔리함과 최고가를 지향한다.
 
하일랜드(Highland)는 스코틀랜드 북부 지역으로 물이 좋고 피트가 풍부하다. 스페이사이드산 위스키에 비해 헤더향과 견과류, 프루트케이크(Fruit Cake, 설탕과 럼 따위의 술에 재운 과일을 잘게 썰어 넣고 서서히 구워 낸 케이크)의 향미가 더 강해 달콤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글렌모렌지(Glenmorangie)나 달모어(Dalmore)가 대표적이다. 하일랜드엔 25개 정도의 증류소가 있어 스페이사이드와 합치면 이들 두 지역의 위스키 생산은 스코틀랜드 전체의 85%가량을 차지한다.
 
스코틀랜드 싱글몰트에 유난히 많이 들어가는 글렌(glen)은 우리말로 계곡이다. 스코틀랜드의 특수한 지형상 경사가 다소 완만하며 좁고 길게 흐르는 강을 따라 형성된 계곡을 의미한다. 글렌피딕은 사슴계곡(스코틀랜드 고어(Scottish Gaelic)로 피딕은 사슴을 뜻함)에서 양조한 또는 보관한 위스키란 의미를 갖는다. 각 위스키 브랜드는 증류소 또는 지명인 경우가 많다. 하일랜드는 북쪽이라는 의미도 지니지만 고도가 높고 날이 써늘한 지역으로 위스키 숙성에 좋은 조건을 갖췄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대다수 숙성창고는 고산지역의 동굴을 이용하며 고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글렌을 이룬다.
 
로우랜드는 스코틀랜드 남부 지역으로 스코틀랜드 최대 항구도시인 글래스고(Glasgow)를 중심으로 그레인 위스키를 주로 생산하며 몰트 위스키는 거의 나지 않는다. 글렌킨치(Glenkinchie), 오큰토션(Auchentoshan) 등이 대표적이다. 잔디밭, 인동덩굴(Honeysuckle), 생크림, 토피사탕(Toffee, 설탕·버터·물로 졸여 만듦), 계피(Cinnamon) 향미가 난다.
 
아일레이는 서남해안에 있는 작은 섬으로 피트향이 강한 몰트 위스키를 생산한다. 해초, 함수(Brine,소금물), 약산성의 석탄산 비누(Carbolic Soap), 훈제 및 염장한 말린 생선(Smoke and Kippers), 사과 등의 향미가 복합적으로 난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아드벡(Ardbeg), 라프로익(Laphroaig), 라가불린(Lagavulin) 등이 있다. 끈끈한 촉감을 주고 맛이 중후한데 초심자에겐 적합하지 않다. 다만 거친 맛과 피트향을 좋아한다면 마니아가 될 수 있다.
 
아일랜드 지역은 북서해안에 있는 여러 섬들이다. 각기 떨어져 있어 맛을 한가지로 규정할 수 없고 다채롭고 다이나믹하다. 유명한 브랜드로는 하일랜드파크(Highland Park), 탈리스커(Talisker), 쥬라(Jura) 등이 있다. 훈제, 함수, 후추, 꿀 등의 향미에 기름진 느낌이 든다.
 
캠블타운은 아일레이 섬 남쪽에 길게 뻗쳐 있는 반도로 피트향이 강하지만 아일레이보다는 부드러운 향미를 지닌다. 글렌가일(Glengyle), 스프링뱅크(Springbank), 글렌스코티아(Glen Scotia) 등이 있다. 스프링뱅크는 매우 강한 훈제향을 뿜는 반면 글렌스코티아는 잔디밭 풀냄새가 풍부한 가볍고 부드러운 성향을 보인다. 글렌가일의 10년 또는 15년 숙성 싱글 캐스크와 버번우드에 숙성한 51도 내지 53.5도 독주인 ‘킬커란’(KILKERRAN)은 애주가에게 사랑받는 독특한 브랜드다.
 
필자가 보기에 가성비는 글렌리벳, 단조롭되 깊은 맛은 맥캘란, 약간 부드럽되 너무 순하지 않는 것은 글렌모렌지 등을 추천할 수 있다. 국산 수입으로는 싱글턴만한 게 없다. 나머지 수입 양주는 거품이 끼어 가성비가 떨어진다.
 
양주의 감미는 와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가능하면 아래(bowl)가 넓고 목(lip)이 좁은 튜립 모양의 잔을 써서 마신다. 얼음을 넣어 마실 경우 밑이 평평한 게 좋고, 바닥과 거리를 띄울 수 있는 잔대(stem)가 짧게라도 달린 게 저온 유지에 바람직하다. 위스키를 따른 후 잔을 흔들어 밖으로 튕겨져 나오는 향을 음미한다. 이때 술 방울이 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속도가 느릴수록 몰트가 잘 숙성됐음을 의미한다. 첫 잔은 한 모금 입에 담아 음미하는 것으로 싱글몰트와의 여행을 떠난다.
 
필자는 가급적 물이나 얼음에 싱글몰트를 타서 마시지 않는다. 향미가 희석돼 고유의 강렬한 느낌을 잃기 때문이다. 잔술은 시키지 않고, 미니어처를 사서 찔끔찔끔 먹지도 않는다. 오로지 한 병을 통째로 지인들과 어울려 다 마신다. 위스키의 안주는 아무 거나 상관 없다. 식사 후 한참 지나 먹으려면 과일, 육포, 견과류, 치즈가 적당할 것이다. 물 또는 얼음과 함께 마시려면 술을 먼저 따르고 물을 붓는 게 순서다.
 
요즘 위스키 수요가 줄었다지만 그래도 싱글몰트 가격은 해마다 5~9% 오른다. 비싸게 팔아도 꼭 마시겠다는 마니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면세점에서는 굳이 유명 브랜드를 사지 않아도 된다. 웬만하면 다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부드러운 또는 거친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피트향을 선호하는지 정도만 따져보면 큰 문제가 없다. 찾아보기도 힘들겠지만 면세점에서 윈저나 임페리얼을 사는 것은 바보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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