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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신라젠 상장폐지 여부 결정 ‘유보’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8-07 07:16:00
  • 수정 2020-09-07 1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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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7일 주총 이후 재심의 … 소액주주 불만 고조에 거래소 책임론 부상

신라젠의 상장 폐지 판단이 다음달 7일 신라젠 임시 주주총회 이후로 미뤄졌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6일 기업심사위원회 회의에서 5시간 넘게 신라젠에 대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상폐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신라젠의 상폐 여부는 다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다시 결정될 예정이다. 새로운 심의가 열리기까지 지금처럼 거래정지 상태도 유지된다. 상폐 위기를 벗어나길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의 배임·횡령·회사지분 부당취득·사전정보 거래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4일 주식거래 정지 처분을 받아 현재 주식 거래가 막힌 상태다. 5월 12일 문 대표가 구속됐으며 이틀 후 대표직을 사퇴해 대표의 배임·횡령이라는 사유로 주식거래 정지 해소를 노렸으나 지난달 5월 29일, 6월 19일, 8월 6일 등 세차례에 걸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의 최종 결정이 미뤄지면서 오는 9월 7일 이후에나 결론이 날 수 있을지 투자자와 바이오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일 거래소의 결정은 신라젠 주총 결과를 보고 경영개선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의 거래정지일 기준 시가총액은 8666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 수는 16만8778명, 보유 주식 비율은 87.68%에 달한다. 상장이 폐지되면 소액주주 지분 가치 7600억원이 자칫 휴지 조각처럼 소멸될 수도 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지난해 8월 2일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 3상 실패 관련 기자회견에서 재임상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한국거래소가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2016년 신라젠은 거래소의 기술특례 상장제도와 상장규정에 따라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 과정에서 ‘AA’라는 전례 없는 평가를 받았다. 신라젠이 개발한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성공 가능성에 거래소가 사실상 힘을 실어줬다. 상장할 때는 문제 없다고 승인해놓고 이제 와서 문제가 있었다며 코스닥의 부실평가 책임을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떠넘긴다는 주장이다.
 
오는 9월 7일 이후 속개될 기심위에서 투자자들은 기대하는 소식을 들을 수도 있다. 이날로 예정된 신라젠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선임되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임시 주총에서 주상은 부사장, 이권희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홍승기, 정영진, 남태균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주 부사장과 이 전무의 공동대표 체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신라젠은 2017년 하반기부터 간암치료제로 개발한 펙사벡의 임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신라젠 주가는 2017년 11월말 15만2300원까지 치솟으며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미국에서 펙사벡 임상 3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5월 4일 거래정지 당일 주가는 1만2100원에 멈춰섰다.
 
지난해 8월 당시 최대 주주였던 문은상 전 대표를 비롯해 이용한 전 대표, 곽병학 전 감사 등 임직원 및 특수관계인들이 임상중단 사실을 미리 알고 주식을 사전에 매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검찰이 수사에 나서 이용한 전 대표이사와 곽병학 전 감사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회사지분 부당 취득)과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한 데 이어 문 전 대표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 조사 결과 신라젠 경영진들은 펙사벡 임상 3상 실패 관련 정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공식 발표하기 4개월 전인 지난해 3월 말 이미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임상 환자 40% 사망 관련 보고서가 이 때 신라젠에게 전해진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문 대표 등은 이같은 사전정보를 바탕으로 손실을 피하고자 292만주(약 2500억원)에 달하는 회사 주식을 매도했다. 문 대표가 약 1928억원, 나머지가 지난 4월 10일 구속된 이 전 대표와 곽 전 감사의 지분이다. 다만 사전정보 거래 혐의는 문 대표의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았다.
 
거래소는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3회에 걸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열었지만 결정을 유보했다. 6일 결정도 당초 지난 7월 10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심사가 신라젠이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미뤄진 것이다. 이번에 9월 이후로 심의가 미뤄지면서 소액주주들의 실낱 같은 희망이 되살아날 기다림의 기간이 더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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