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심도 복지부 승리 … 국제약품·삼천당·종근당·휴온스 등 20개사 참여
고용량 1회용 점안제(인공눈물) 약가 인하 소송에서 법원이 다시 피고 측인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은 16일 오전 10시 20개 제약사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약제 급여 상한금액 인하처분 취소 소송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제약사는 태준제약, DHP코리아, 한림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휴온스, 휴메딕스, 휴온스메디케어, 삼천당제약, 씨엠지제약, 신신제약, 국제약품, 대우제약, 바이넥스, 한국글로벌제약, 이니스트바이오, 풍림무약, 대웅바이오, 영일제약, 일동제약 등 20개사다.
이들 제약사는 2018년 8월 서울행정법원에 용량에 상관없이 약가를 일괄 인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공익적 목적이 뚜렷하고 제약사의 이익 감소보다 대다수인 소비자에게 가는 혜택이 크다는 판단이었다. 제약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심을 청구했으나 2심도 패소하고 말았다.
고용량 일회용 점안제 약가를 둔 정부와 제약사간 대립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일회용 점안제의 약가를 동일 농도일 경우 용량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낮춰 제약사가 약가를 더 받기 위해 대용량 위주로 생산하는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2018년 4월 일회용 점안액 기준 규격을 0.3~0.5ml로 정하고 일회용 점안제 307개 품목에 대해 약가를 최대 55% 인하하는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고시했다. 이에 따라 일회용 점안제의 용량과 관계없이 히알루론산 농도(㎖당 함량)가 같은 제품이면 동일한 약가(0.1% 198원, 0.3% 396원)가 부여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복지부는 그동안 효력이 정지됐던 약가인하 처분을 다시 고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23일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집행정지 안내’를 발표하면서 약가인하 효력정지일을 ‘기존 2019년 9월 27일까지’에서 ‘서울고등법원 2019누52463 사건의 판결선고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로 변경 고시한 바 있다. 패소한 20개 제약사의 대법원 상고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약가 인하 진행 여부와 관계 없이 점안제 시장은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업계에 따르면 정책 변화에 따라 많은 제약사가 0.4∼0.5㎖ 용량을 메인 제품으로 내놓고 있어 1회용 점안제 처방은 0.4∼0.5㎖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점안제는 업계에서 크게 대용량과 소용량으로 나눈다. 2017년 이후 줄곧 국회와 언론에서 대용량 사용으로 개인적 낭비는 물론 건보재정 누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고용량의 약가 인하의 당위론이 제기됐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2018년 9월 1일부터 대용량 제품(0.5~0.9㎖)은 약 45%, 소용량 제품(0.3~0.4㎖)은 약 30% 정도 약가를 떨어뜨리기로 했다.
이에 당시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로 직접 피해를 보는 품목 수가 290여개로 추정 손실액은 500억~700억원에 달한다고 ‘엄살’을 떨면서 소용량을 만들기 위해 설비를 변경하려면 거액의 별도 투자시설비가 들어 아예 인공눈물생산을 일시적으로 또는 잠재적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2018년 8월 21개 제약사(작년에 셀트리온이 빠져 현재 20개사) 서울행정법원에 약가인하 고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받아들여진 후 소송을 거의 2년 가까이 끌면서 인하되지 않은 약가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 그 사이 자연스레 대용량을 소용량으로 교체했다. 1심과 2심의 연달은 패소로 제약사들로서는 몇 푼 안되는 소송 비용을 지출했지만 약가인하 ‘지연 작전’은 잘 먹혀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T 제약사 관계자는 대법원 상고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대답할 수 없다”며 “소송에 동참한 다른 제약사와 협의해 상고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