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츠카제약(Otsuka Pharmaceutical)의 미국 현지 자회사인 아스텍스(Astex)의 경구용 혈액암 치료제인 ‘인코비’(Inqovi, 성분명 데시타빈+세다주리딘, decitabine+cedazuridine)’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과 캐나다에서 승인을 취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약을 과거 치료 여부와 원발성 또는 2차성에 상관없이 성인의 골수형성이상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s, MDS) 및 만성 골수단핵구백혈병(chronic myelomonocytic leukemia, CMML) 치료제로 승인했다. 인코비는 각 28일(4주) 주기로 첫 5일 동안 매일 1회 1정 복용한다.
인코비(ASTX727)는 DNA 메틸화 저해제(Hypomethylating Agent, HMA)인 ‘다코젠’(Dacogen 성분명 데시타빈)에 경구 투여 시 데시타빈의 분해를 억제하는 신규 대사효소 저해제 세다주리딘(코드명 E7727)을 더한 세계 최초의 경구 DNA 메틸화 저해제이다. 오츠카는 2014년 4월 2일 두 파이프라인을 에자이(Eisai)로부터 사들였다.
이번 승인은 MDS 또는 CMML을 가진 80명의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ASTX727-01-B 임상, MDS 또는 CMML을 앓고 있는 133명의 성인 환자 대상 ASTX727-02 임상 등 2건의 3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임상에 참여한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는 프랑스·미국·영국 아형 진단기준(French-American-British subtypes)에 부합하는 불응성 빈혈(refractory anemia, RA) 또는 철아구성(고리철적혈구) 빈혈(refractory anemia with ringed sideroblasts, RARS) 또는 골수아구 증가 불응성 빈혈(refractory anemia with excess blasts, RAEB) 등을 겪고 있었다. 또 모든 환자는 국제예후점수시스템(International Prognostic Scoring System, IPSS) 기준에 따라 증상의 중증도가 중간위험군1급(intermediate-1)·중간위험군2급(intermediate-2)·고위험군(high-risk) 등에 속했다.
두 임상시험에서 환자들은 데시타빈 35mg과 세다주리딘 100mg을 경구 복용하거나 데시타빈을 20mg/㎡(체표면적당) 정맥주사했다. 환자마다 1주기(4주가 한 사이클)와 2주기에 번갈아가며 경구 또는 정맥주사를 맞았다. 매 사이클마다 1~5일 째에 연속 하루 한 번 투여를 받았다. 3번째 사이클에는 1~5일에 모두 경구약을 복용했다.
임상시험은 오픈 라벨, 무작위 배정, 교차시험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미 허가된 데시타빈 정맥주사제와 데시타빈+세다주리딘 경구복합제의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ASTX727-01-B 임상 결과 18% 환자가 완전관해(CR)를 보였고 CR의 지속기간 중앙값은 8.7개월이었다. 또 적혈구(RBC) 또는 혈소판 수혈에 의존하던 피험자 41명 중 20명(49%)가 56일(2개 주기) 이상 연속해서 RBC와 혈소판 수혈 의존성을 탈피했다. 또 수혈을 받지 않았던 39명 중 64%(25명)는 56일 이상 연속적으로 수혈에 의존하지 않았다.
ASTX727-02 임상에서는 환자 21%가 완전관해를 보였으며 CR 지속기간 중앙값은 7.5개월이었다. 적혈구 또는 혈소판 수혈에 의존하던 피험자 57명 중 30명(53%)가 치료 중에 56일 이상 수혈 의존성을 벗어났다. 또 수혈에 의존하지 않았던 76명 중 63%(48명)은 56일 이상 연속적으로 수혈을 받지 않아도 됐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피로, 변비, 출혈, 근육통, 오심, 설사, 호흡곤란, 점막염증, 근육통, 관절통, 발진, 현기증, 섬유성신경통증, 부종, 기침, 식욕감소, 상기도감염, 폐렴, 간염증효소 수치 증가였다. 3~4등급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백혈구, 혈소판, 호중구, 헤모글로빈의 감소였다. 대부분 데시타빈의 정맥주사제와 비슷했다. 신생아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임신을 준비 중인 남녀는 가급적 효과적인 피임을 강구해야 한다.
인코비는 2019년 8월 FDA로부터 희귀질환 치료제로 지정됐다. 올해 2월 미국·캐나다·호주에 승인을 신청해 당초 오는 8월 11일에 심사가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조기에 승인됐다.
인코비 임상을 총괄한 미국 텍사스주립대 MD앤더슨암센터 백혈병치료부 골수이형성증후군 담당 기예르모 가르시아-마네로(Guillermo Garcia-Manero) 교수는 “정맥 또는 피하로 투여되는 DNA 메틸화 억제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MDS 및 CMML 환자 치료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이번 FDA의 승인은 이들 질환에서 입증된 DNA 메틸화 억제제의 치료적 유용성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스텍사의 CEO인 모하마드 아잡(Mohammad Azab)은 “그동안 MDS 및 CMML 환자에게 경구로 투여할 수 있는 DNA 메틸화 저해제는 없었다”며 “ORBIS project initiative에 의해 미국 캐나다 정부에서 정해진 기한 안에 허가가 나온 것은 그만큼 정맥주사제의 대안으로 경구제가 필요하다고 절실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감사했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항암제 관리국 국장을 겸직하는 FDA 암연구센터(Oncology Center of Excellence, OCE)의 리처드 파즈다(Richard Pazdur) 소장은 “코로나19로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는 MDS 환자들에게 경구용 약물이란 치료 옵션을 제공했다”며 “요즘 같은 시기에 암환자가 가정에서 복용할 수 있는 약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심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수이형성증후군
전세계에서 약 30만명의 앓고 있는 악성혈액질환을 총칭한다. 원인을 밝혀진 게 없으나 항암화학요법제, 방사선치료, 담배, 벤젠류, 살충제, 중금속 등이 발병을 초래할 수 있다. 골수에서 혈액세포들이 미성숙한 아세포 상태로 남아 기능장애가 유발된다. 골수 내 정상적인 세포발달을 억제하는 아세포 비율이 아주 높아질 수 있다.
호중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또는 수혈 필요성에 따라 △불응성 빈혈(refractory anemia, RA) △철아구성 빈혈(refractory anemia with ringed sideroblasts, RARS) △골수아구가 증가한 불응성 빈혈(refractory anemia with excess blasts, RAEB) △전환 중인 골수아구가 증가한 불응성 빈혈(refractory anemia with excess blasts in transformation, RAEB-T) △만성 골수단구성 백혈병(chronic myelomonocytic leukemia, CMMoL) 등 5가지 아형으로 구분된다.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에 따르면 매년 1만~2만명의 미국 환자들이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진단받고 있다. 치료 관련 치사율은 15~30%이며, 환자의 30~50%는 타인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치료되지만 나머지 30~50%는 수혈과 약물치료 후 재발되는 양상을 보인다. 환자들은 빈혈과 무기력증 등을 극복하기 위해 정기적인 수혈을 받아야 하지만, 잦은 수혈로 인해 생명에 치명적인 철분과다 또는 독성 위험에 노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