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의 하루 평균 기온은 약 23~24도다. 이때 내리는 비의 양은 1년 강수량의 약 30%에 달하고 습도는 80~90%를 오르내린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피부부호장벽을 손상시키고, 곰팡이‧세균을 번식시켜 피부질환을 유발한다. 비와 땀 속에 섞여 있는 여러 화학물질이나 불순물도 피부를 자극하는 유해 요인이다. 장마철에 생기기 쉬운 피부질환과 대응법을 알아본다.
발가락 간질간질 ‘무좀’ … 젖은 신발 바싹 말리고, 자주 갈아 신어야
백선은 곰팡이 일종인 피부사상균 전염으로 발생하는 피부질환이다. 무좀(족부백선)은 발에 백선이 생긴 경우로 전체 백선질환의 40%를 차지한다. 피부사상균은 고온‧다습‧밀폐 등 3가지 조건에서 번식한다. 장마철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발 피부가 건강했던 사람도 이 시기에 무좀에 걸릴 수 있고, 이미 앓고 있던 환자는 증상이 심해진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발가락 사이와 발바닥에 심한 가려움증이 생기고, 발가락 사이가 짓무르거나 발바닥에 수포가 발생해 심하면 진물이 흐르기도 한다.
증상이 가벼우면 무좀 연고를 발라 개선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면 바르는 약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피부과를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권장된다. 이현경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신발이 빗물에 젖었다면 건조기 등을 이용해 신발의 습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신문지를 신발 깊이 넣어 보관해야 한다”며 “평소 자주 신는 신발은 여분을 마련해 번갈아 착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가랑이가 붉고 가렵다면 ‘완선’ 의심 … 통풍 잘되는 속옷 필요
완선(고부백선)은 양쪽 가랑이에 생긴 백선이다. 무좀이 있는 사람의 발에 있던 피부사상균이 위로 전파되면서 발생한다. 주로 남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신체 구조상 이 부위가 밀폐돼 발과 비슷한 조건을 형성되기 때문이다.
무좀처럼 장마철에 잘 생기거나 심해지는데 경계가 명확한 붉은 피부 병변이 가랑이에 생기고 점차 크기가 커진다. 가려움증을 동반하며 심한 경우 진물이 생길 수도 있다. 통풍이 잘 되고 흡수력이 좋은 속옷을 착용하고 오래 앉는 것을 피해야 한다. 초기에는 바르는 무좀 연고로 증상이 나아질 수 있으나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피부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맞닿은 피부가 쓰라려오는 ‘간찰진’ … 피부 파우더로 예방
피부가 맞닿는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염을 간찰진이라고 한다. 목의 주름, 팔꿈치 관절의 접히는 부위, 무릎 뒤, 손가락 사이, 유방 밑, 가랑이 사이, 엉덩이, 발가락 사이 등 피부가 맞닿는 부위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붉게 짓무르고 가렵거나 화끈거리기도 한다. 2차적으로 곰팡이나 세균에 감염되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장마철과 여름철에 잘 발생하며 특히 비만한 사람에게 흔하다. 피부에 사용하는 파우더를 뿌리면 마찰을 방지할 수 있다. 염증이 심하거나 2차감염이 동반되면 피부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
비 맞은 후 가려운 ‘자극성 접촉성 피부염’ … 깨끗이 씻고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
비에는 대기 중 각종 오염물질들이 포함돼 비를 맞으면 피부에 자극을 주게 된다. 바닥에 흐르거나 고여 있던 빗물은 오염 정도가 심해 피부에 더 자극적이다.
빗물과 접촉한 후 바로 씻어내지 않으면 빗속 불순물이 손상된 피부보호장벽을 뚫고 침투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경우 피부병변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대부분 가려움증을 동반하며 때로는 경계가 불분명하고 크기가 다양한 붉은 반점이 전신 혹은 국소 부위에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우면 깨끗이 씻은 후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개선된다. 하지만 가려움증이 심하고 피부병변이 가라앉지 않으면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