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벌써 개발에 성공하기라도 한 것처럼 생산시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가 하면 경황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큐어백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각각 mRNA 프린터, 재조합 식물 유래 항원 등 신기술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와 노바백스 등 신흥 벤처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중국 시노백은 브라질의 협조 속에 3상 임상을 준비 중이다. 리제네론은 예방약 및 치료제로서 중화항체의 가능성을 입증해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얻어냈고, 인도의 한 업체도 6개월 내 백신개발을 자신하며 스타트를 알렸다.
미국 뉴저지주 뉴브런스윅(New Brunswick)에 본부를 둔 존슨앤드존슨(J&J, 얀센)은 오는 9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백신 임상 3상 착수를 앞두고 생산시설 확충에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Gaithersburg) 소재 의약품 생산설비 제조 및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Emergent BioSolutions)과 맺은 계약을 지난 6일 구체화했다.
계약은 이머전트가 2021년부터 5년간 존슨앤드존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후보 ‘Ad26.COV2-S’의 상업적 생산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이다. 첫 2년간 4억8000만달러 규모에 달하는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며 이후 2023년부터 남은 3년간은 백신의 연간 수요에 맞게 유동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월엔 시 이머전트가 존슨앤드존슨의 지원을 받아 1억3500만달러 규모 약물 CDMO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는데 생산 물량이 확대됐다.
존슨앤드존슨은 코로나19 항원 유전자를 복제 불가능한 아데노바이러스 타입(Ad26) 벡터에 삽입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 회사의 플랫폼인 ‘애드백(AdVac)’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을 아데노바이러스 타입 26벡터를 이용해 체내 전달하는 백신후보 물질이다. 내년 초에 백신을 출시해 내년 연말까지 10억도스 이상을 공급한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이머전트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시설에서 존슨앤드존슨의 백신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미국 보건부(HHS)가 전염병 창궐 등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대비해 대량의 백신 및 치료제 생산 시설로 지정한 ‘백신 고도화 및 개발혁신센터(CIADM)’이다. 이밖에 이머전트는 지난 6월에는 HHS와 6억2800만달러 규모, 아스트라제네카(AZ)와 8700만달러의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백스(Novavax), 백사트(Vaxart)와도 별도로 코로나19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7일에도 이탈리아 공장 확충을 마무리하기 위해 같은 뉴저지주의 생물학적제제 CDMO인 캐털런트(Catalent)와 계약했다. 이미 지난 4월말 캐털런트의 인디애나주 블루밍턴 소재 2만4590평 규모 시설을 확보하고 직원 300명을 고용하며 7월 24일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기로 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캐털런트로 하여금 이탈리아 라치오주 아나니(Anagni) 공장(8571평)을 활용해 자사의 백신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아나니 공장은 지난 6월 15일에 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들 코로나19백신(AZD1222)을 만들어주기로 계약한 바도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4월에 네덜란드 레이든(Leiden)의 임상시험용 백신 생산시설을 정비해놨다.
지난달 15일 사실상 독일 정부가 인수한 큐어백(CureVac)은 지난 3일 전기자동차 및 우주여행 업체인 테슬라(Tesla)와 휴대용 mRNA 프린터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8500만달러를 유럽연합 산하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으로부터 대출받아 독일 튀빙겐(Tubingen) 소재 공장에서 양산화 공정을 개발키로 했다. 개발 진척에 따라 2833만달러씩 3차례에 나눠 지급받게 된다.
이 프린터는 주입되는 원료 배합에 따라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mRNA 기반 치료제를 대량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큐어백이 보유한 mRNA 기술에 테슬라의 자동화 기술이 결합하면 저비용 고효율로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7일 캐나다 제약회사 메디카고(Medicago)와 코로나19 백신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 메디카고는 식물 유래 유전자재조합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사입자(coronavirus virus-like particles, CoVLP)에 대한 전임상시험을 거의 마친 상태여서 내주 중에 1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임상 진척이 빠른 모더나(Moderna)는 지난주 후반 3상 임상의 프로토콜을 바꾸는 문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옥신각신하면서 임상이 지연됐고 이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도 하락했다. 3상 임상 설계를 중간에 변경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로 백신의 유효성을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는 FDA의 견해와 그 기준을 낮춰보려는 모더나의 입장이 부딪혔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모더나는 20가지가 넘는 mRNA 백신 및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상용화된 것은 없다. 그만큼 첨단 기전이기 때문에 첫 허가를 내줘야 하는 FDA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더나는 미국 정부가 연내로 코로나19백신을 개발을 추진하는 초고속 실행계획(Operation Warp Speed) 참여 대상으로 선정한 5개 기업 중 유일하게 빅파마가 아닌 바이오벤처다. 지난 4월 16일 일찌감치 미국 바이오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iomedical Advanced Research and Development Authority, BARDA)으로부터 최초로, 그것도 4억8300만달러를 순수 코로나19백신 개발 비용으로 지원받는 특혜를 입어 화제가 됐다.
중국 베이징 소재 시노백(Sinovac Biotech)은 브라질 의약품규제기관인 안비사(Anvisa)로부터 불활성 코로나19백신의 3상 임상을 허가받았다. 브라질 백신 메이커인 부탄탄(Instituto Butantan)과 제휴해 패스트트랙으로 신속 승인을 얻었다. 병원 등 코로나19 관련 위험 종사자 중 건강한 9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7월 중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달 3일 미국 정부가 지정한 화이자, 미국 머크(MSD), AZ, J&J, 모더나 등 초고속 실행계획 5대 기업에 끼이지 못한 노바백스가 결국엔 추가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정부로부터 16억달러를 지원받아 양산화 준비 및 후기 임상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노바백스가 개발한 NVX-CoV2373 백신은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모방한 유전자 재조합 나노입자 항원에 ‘매트릭스-M’ 항원보강제(Matrix-M adjuvant)를 결합한 것이다. 항원 인식을 높이고 체내 면역반응을 배가시키는 원리다. 이 회사는 3상 착수를 앞두고 있으며, 올 가을 총 3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연말까지 1억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사노피와 제휴한 리제네론(Regeneron)은 지난 7일 미국 BARDA 및 국방부와 COVID-19 항체 칵테일요법제(REGN-COV2) 관련, 4억5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백신 및 치료제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초고속 실행계획의 일환이다. 앞서 6일 리제네론은 코로나19의 예방약이자 치료제인 이 약의 3상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3상은 미국 내 약 100여곳의 의료기관에서 확진자의 가족처럼 코로나19 환자와 근접한 상태에서 지내지만 감염되지 않은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감염 예방 효과를 확인한다.
또 신종 코로나 감염의 중증도(status)에 따라 1850명의 입원환자와 1050명의 비 입원환자들을 충원한 가운데 미국뿐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및 칠레 등에 산재한 150개 의료기관에서 2건의 2/3상 임상을 진행한다.
이들 임상시험은 자료모니터링위원회(DMC)가 30명의 입원환자 및 비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1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검토 결과가 나온데 따른 것이다.
백신 등 생물학적제제를 개발 생산하는 인도혈청연구소(The Serum Institute of India)는 연말까지 코로나19백신 개발을 마칠 것이라고 7일 소형 진단분석기 ‘MyLab Discovery Solutions’ 출시 기념식에서 아다르 푸나왈라(Adar Poonawalla) CEO가 밝혔다. 이 회사는 또 10억루피(1340만달러) 이상을 투입해 코로나19 분자진단 역량을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 푸나왈라는 언젠가는 백신을 만들 것이라며 6개월 이내에 희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달 중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텍(독일)이 각각 3상 임상에 들어간다. 오는 8월엔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영국), 9월엔 존슨앤드존슨이 3상 임상에 출격한다. 백신 임상에는 건 당 3만명씩 약 12만명의 임상 참여자가 필요해 구인난을 보일 전망이다. 백신만이 코로나19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확실한 출구인데 위험을 감수하면서 백신 주사를 내 몸에 꽂을 환자가 얼마나 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