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로 다시 한번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필수백신의 자립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다국적 빅 파마들이 자궁경부암·폐렴구균·대상포진·로타바이러스 등 고수익 프리미엄 백신에만 신경 쓴 나머지 사망이나 치명적 장애를 유발하는 디프테리아·소아마비·장티푸스 등을 커버할 백신 공급에 소홀히 하고 있는데 책임감을 갖고 그런 공백을 메우도록 하겠습니다.”
차성호 보령바이오BR센터장은 “무기·식량과 함께 필수백신도 자주국방, 국가안전에 필요한 요소”라며 “예컨대 다국적 제약사가 다양한 백신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원료 수급이나 공장 사정에 따라 무책임하게 몇 개월씩 한국이나 개도국에 공급을 중단하는 경우가 잦아 백신자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센터장은 2018년 8월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정년 퇴임하고 보령바이오파마에 합류해 2년 째 임상시험 또는 출시 준비 중인 백신에 대한 안전관리와 학술적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가 참여해 첫 결실을 거둔 게 지난 2월 출시된 영유아용 ‘보령디티에이피아이피브이백신프리필드시린지’ (DTaP-IPV) 백신이다.
이 백신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를 예방하는 기존 DTaP 백신에 불활화 소아마비백신(Inactivated Poliovirus Vaccine, IPV)을 혼합한 4가 콤보백신이다. 과거에는 생후 6개월 이하 영아에게 DTaP 단독백신과 IPV 단독백신을 각각 따로 세 번씩 총 6회 접종했지만 DTaP-IPV 콤보백신 등장으로 총 3회로 줄어 병원에 자주 들러야 하는 부모님의 불편과 영아의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와 고통이 줄어들게 됐다.
물론 이 4가 백신은 다국적 제약사들도 보유하고 있으나 종종 수급이 불안정해 조달이 끊기면 엄마들이 혹시 아기들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봐 애를 태워야 했다. 백신은 민감한 의약품이라 한 회사가 동일한 균주로 생산한 제품을 계속해서 맞아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DTaP 백신의 경우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 3회 기초접종은 같은 제약사, 동일 백신으로 끝까지 맞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다국적사의 한국법인은 글로벌 본사로부터 미리 할당량을 배분받고 수입하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반면 보령바이오파마는 확고한 원료 수입원을 바탕으로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국내사로는 유일하게 IPV 단독백신을 2007년에 허가받았다. DTaP 백신도 갖고 있다. 모든 어린이들이 맞아야 하는 일본뇌염의 사백신과 야전 군인과 의료종사자, 열대지역 여행자에게 필요한 장티푸스 백신도 국내서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차성호 센터장은 “국산 백신 자급률은 50%(28종 중 14종, 보건복지부 자료)에 그치고 원료까지 국내 생산이 가능한 백신을 기준으로 하면 39%(11종)로 떨어진다”며 “프리미엄 백신을 제외한 국가필수예방접종(NIP)만 하더라도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백신과 피내용 BCG(결핵) 백신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백신 자립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국산 백신 자급률이 4년 전 40% 수준에서 10%p 올라간 것은 국내사들이 분발한 덕분”이라며 “보령바이오파마도 그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차 센터장은 “4가 콤보백신에 만족하지 않고 올 12월 경에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뇌수막염 유발)를 추가한 5가 콤보백신 임상을 태국, 베트남, 한국에서 착수할 것”이라며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사노피, 미국 MSD 등만 주름잡던 시장에 과감하게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령바이오파마가 현실감 있게 필수백신의 자급화 향상에 집중하는 것은 빅파마와의 경쟁을 피하면서도 인류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면역원성과 이상반응을 평가하고 이따금 발생하는 이상반응에 대한 대응 방안을 조언하는 게 주된 임무”라며 “학계에 있을 땐 몰랐지만 제약사 임직원들이 균주 선정, 백신 설계서부터 임상시험 관리, 임상 전후 허가절차 진행, 생산, 출시 후 마케팅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립의료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를 거쳐 고려대에서 의학박사를 학위를 받은 다음 경희대 의대 소아감염학 및 소아심장학 담당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이 분야를 연수하고 귀국한 수혜자이기도 하다. 소아감염학 전문가로서 은퇴 후 제약사에 몸담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이를 시작으로 한국백신, SK케미칼, GC녹십자 등도 다국적 제약사처럼 교수 출신 전문가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접근 중이다.
차성호 센터장은 “통상 업그레이드된 백신을 임상시험할 때에는 300명 이상을 모집해야 하는데 국내서는 태어나는 아기 수가 적고 아이들에게 탈이 날까봐 지원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약사가 충분한 검토 끝에 효과와 안전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임상시험에 나서는 것인 만큼 긍정적인 마인드로 지원해줄 부모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NIP가 시행되기 전에는 국내사 임상에 참여한 사람도 많았고, 외국계 제약사의 프리미엄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어 적극적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해외에 나가 임상할수록 비용과 관리상 어려움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전망과 관련해 차 센터장은 “국내외 여론이 너무 낙관적”이라며 “정치적 논리로 올해 안에 백신이 상용화될 것이란 기대는 과잉이고, 3~4년 안에 안전성이 확보된 백신이 나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도 발생 후 4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고 코로나19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잖다”며 “현재로선 하반기에도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형도 점차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임상에 참여할 대상자 모집이나 이에 대한 대응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센터장은 “본래 매년 2~3월이면 B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한 독감, 5~8월엔 영유아 수족구병이 유행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 개선으로 잠잠한 상태”라며 “덕분에 올 하반기 독감도 기승을 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코로나19에 따른 병원 방문 자제 영향으로 올 1분기 어린이 필수 예방백신 접종률(10종·질병관리본부 자료)은 12개월 이후 첫 접종이 이뤄지는 백신의 경우 전년 대비 1%p 감소했고, 만 4~6세의 추가접종 접종률은 약 2~3%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예의주시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바람의 영향으로 영유아 백신에 든 미량의 수은을 문제삼아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백신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백신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의 피해보다 월등하게 높기 때문에 필수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DTaP-IPV 등 대다수 백신은 티메로살(thimerosal)을 거의 쓰지 않고 있고, 일부 미량을 넣는 백신도 인체에 유해하다거나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티메로살은 에틸수은으로 독성을 띠는 메틸수은과는 성질이 완연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알루미늄 보강제는 항체반응을 대폭(10~20배) 늘려주는 면역보강제로서 자폐나 치매를 유발한다고 우려하지만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차 센터장은 끝으로 “백신자립을 위해서는 정부가 전략적으로 더 과감하게 투자해야 하고, 인허가·세제 등에서 제약사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며 “의약품 인허가 담당 공무원도 개방적인 시각으로 의약품산업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을 같이 견인한다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성호(車聖昊) 보령바이오BR센터장 프로필
학력
경희대 의대 의학과 의학학사
고려대 의대 대학원 의학과 의학박사
경력
국립의료원 소아과 레지던트
경희대 의대 소아과 교수
2003년 경희대병원 소아과 과장
2018년~현재 보령바이오BR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