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이럴 땐 몸속에 숨어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재발하는 대상포진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 치료를 잘 하면 후유증 없이 낫기도 하지만, 치료가 늦거나 증상이 심하면 만성적인 통증을 일으키는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상포진후신경통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박장수 일산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알아본다.
대상포진후신경통이란 대상포진 피부병변이 좋아지고 난 뒤에도 척수에서 비정상적인 감각 통증 전달 신호와 과정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남는 신경계통 질환이다. 발병 후 1개월 혹은 3개월 이상 지속된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저하되면 몸속에 잠복되어 있었던 수두바이러스 재활성화되면서 신경절‧말초신경‧중추신경 등에 퍼져 신경을 파괴하고 신경 염증을 유발한다. 신경에 지속적인 자극이 주어지면서 점차 증폭되는데 뇌가 이것을 통증으로 인지하게 된다.
대상포진후신경통증은 대표적인 신경병증성 통증이다. 인종별 지역별 일부 차이가 나지만 대체적으로 대상포진 환자의 5%에서 30% 이상이 신경통으로 발전한다. △60세 이상 고령 △초기 극심한 통증이 수반된 경우 △피부의 수포 병변이 광범위하게 퍼진 경우 △눈을 침범한 경우 △수포발생 전에 일측면에 극심한 작열 통증 등 전구증상이 명확한 경우에 대상포진후신경통증으로 갈 위험도가 커진다.
바이러스가 침범한 신경병변 해당부위에 따라 예리하고 타는 듯한 그리고 찌르는 듯한 혹은 깊은 곳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동반된다. 자극이 없더라도 자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운동신경기능에도 영향을 주어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복벽 근육의 수축운동이 떨어짐에 따라 배가 불러 보이는 증상도 나타난다. 피부감각신경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피부가 남의 살처럼 멍멍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특히 눈 주위에 생긴 대상포진후신경통증은 통증뿐만 아니라 신경병증성 소양증이 같이 동반되어 무척 가렵고 손으로 긁기 때문에 피부에 상처가 반복적으로 생길 수 있다.
통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만성화가 되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지속적인 통증과 함께 갑자기 오는 발작성 통증 때문에 통증에 대한 불안감, 우울감이 심해지게 되고 불면증도 찾아올 수 있다.
통증 조절을 초기에 적극적인 신경차단 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출혈유발 약제를 복용하거나 혈액응고 장애가 있는 이들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또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면 오심‧소화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상포진후신경통 고위험군에서 대상포진 초기에 저용량의 항우울제와 진통제를 적절하게 투여한다면 효과적으로 통증 조절을 할 수 있고 신경통으로 진행을 줄일 수 있다. 환자 대조군 시험에서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투여하던 삼환계 항우울제가 진통‧진정효과를 보였다는 보고가 있다.
예방주사를 맞을 경우 대상포진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것은 생백신으로 고령의 환자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 사백신이 곧 시판될 예정이다. 대상포진 고위험군인 50대 이상 연령은 매년 병원을 방문해 상담하고 예방주사를 맞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