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과 귀먹먹함 등 중이염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뇌수막종의 일종인 ‘측두골 수막종’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영호 서울대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측두골 수막종’을 진단받은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다기관 연구 결과를 18일 소개했다. 올 2월 ‘미국이비인후과학회지(The Laryngoscope)’에 게재된 내용이다.
뇌수막종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지주막 내 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이다. 대부분의 수막종이 대뇌를 덮고 있는 천막 상부에서 발생하는 것과 달리 ‘측두골 수막종’은 귀를 포함한 두개골 부위인 측두골 부분에서 발생한 종양으로 매우 드물다.
연구팀은 1998~2018년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최종적으로 측두골 수막종을 진단받은 환자 13명의 진단 데이터를 다기관연구를 통해 수집, 분석해 측두골 수막종에서 발생하는 임상적 특성을 연구했다.
환자의 92.3%는 여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52.5세였다. 주요 증상으로는 청력 손상이 83.6%로 가장 많았고 이명·귀먹먹함·귀분비물(이루)이 각각 69.2%, 38.5%, 30.8%로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측두골 수막종의 주요 증상이 중이염과 같은 이비인후과 질환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진은 환자의 초기 진단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을 발견했다. 13명의 환자 중 76.9%에 해당하는 10명은 초기 측두골 컴퓨단층촬영(temporal bone computed tomography, TBCT) 검사 및 뇌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측두골 수막종이 진단된 반면, 나머지 3명은 초기 진단과정에서 만성 중이염으로 판단됐다. 이들 환자는 이후 조직검사 과정에서 측두골 수막종이 진단됐다.
연구진은 “측두골 수막종 환자들에서 뇌질환으로 의심되는 일반적인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초기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도 종양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비인후과적 증상을 토대로 만성 중이염이 의심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교수는 “측두골 수막종은 뇌종양의 증상으로 특징할 수 있는 징후가 마땅치 않고 대중의 인식 또한 낮은 질환”이라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 이를 단순한 이명 또는 난청 증상으로 오인해 방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뇌수막종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질환이어서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