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매우 민감하다. 또래보다 성장이 빠르면 뿌듯하고 자랑스럽지만 반대로 뒤처지는 느낌이 들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돌이 지난 아이가 혼자 앉거나 걷지 못하면 장애가 아닐까 걱정하기 쉽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뇌성마비다.
뇌성마비는 태아나 영아의 뇌에 발생하는 비진행적 손상으로 운동이나 자세 장애를 유발한다. ‘아기가 뇌성마비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처음 듣게 되면 대부분의 부모는 당황하고 절망에 빠진다. ‘마비’라는 단어에서 아동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심각한 장애를 갖고 평생을 살아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뇌성’이란 ‘뇌의 이상에 의한’ 혹은 ‘뇌에 원인이 있는’이란 의미이며 마비는 ‘근육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뇌성마비는 운동장애, 지적장애, 경련, 언어장애, 학습부진, 시각 및 청각장애 등을 흔히 동반한다. 생후 12개월 경 뇌성마비 빈도는 인구 1000명 출생 당 2~6명, 7세 경에는 1000명 당 2명으로 추정된다.
많은 사람이 뇌성마비 환자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오해하지만 적절한 치료가 뒷받침되면 스스로 보행할 수 있고, 교육을 받거나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일도 가능하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부모가 이 질환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뇌성마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1. 뇌성마비는 완치할 수 있다?
뇌성마비로 인한 뇌의 병변은 사라지지도 더 진행되지도 않는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을 뿐더러 뇌와 사지기능 이상을 초래하는 복합적인 장애이기 때문에 빠른 치료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박문석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뇌성마비는 조기에 진단해 재활치료를 한 후 적절한 시기에 수술적 치료를 해 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수술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로 뇌성마비 환자의 삶의 질은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학 수준으로 뇌성마비를 완치하기는 어렵지만 재활치료와 수술치료로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치료는 운동장애를 최소화하고 기능을 극대화하며 근골격계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밖에 인지기능, 영양상태, 뇌전증 등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 시기는 5~7세 전후가 가장 효과적이다. 정상아라면 생후 3년 반 정도에 뇌의 운동발달이 성숙되는 반면 뇌성마비 환아는 발달이 늦어 5세가 지나야 충분히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뇌성마비 치료는 소아신경과, 소아재활의학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를 비롯한 관련과의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며 보호자와 어린이 모두 치료 목표 설정부터 모든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보행 기술 등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치료 목표는 뇌성마비 아동이 최대한 독립적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 발달이 느리면 뇌성마비다?
아기는 출생 후 앉고, 기어다니고, 서고, 걷는 일정한 발달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보통 생후 3개월이면 목을 가누고, 5개월에 뒤집고, 10개월이면 붙잡고 서며, 12개월이면 걷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또래보다 한창 늦게 이뤄지면 ‘발달지연’을 의심하고 전문의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물론 발달지연을 보인다고 해서 모두 뇌성마비는 아니다. 발달지연을 가져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므로 전문가와 상의해 치료하도록 한다.
3. 뇌성마비는 못 걷는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뇌성마비라도 걸을 수 있다. 발달지연이 의심되는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앉고 걷는 게 가능하다. 경직형 뇌성마비인 경우 조기 치료를 받으면 6∼7세 무렵 전체의 약 75%가 걸을 수 있게 된다.
4. 뇌성마비는 산전진단이 가능하다?
뇌성마비를 일으키는 위험 요인은 다양하다. 출산 전에는 미숙아, 저체중아, 임신 중 감염과 심신의 충격 등이 주요 원인이 된다. 이후 난산, 호흡곤란, 양수 및 태변 흡입, 경련, 황달, 뇌염, 뇌막염, 외상성 뇌출혈 등으로 뇌성마비가 오기도 한다. 출산 전 요인이 전체의 70∼80% 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긴 이후 발생 요인도 약 20∼30%로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산전진단만으로 뇌성마비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5. 뇌성마비 환자는 증상이 다 비슷하다?
뇌성마비는 원인만큼 증상도 매우 다양하다. 다리가 뻣뻣해 경직이 심한 경우가 있고, 흔들거림과 같은 부자연스런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각 증상에 따른 신경발달치료를 받아야 장애 정도를 줄일 수 있다.
6. 쌍둥이는 뇌성마비 위험이 높다?
다태아 임신은 산과 분야의 대표적인 고위험 임신이다. 일반적인 단태아 임신보다 조산 비율이 약 6배로 높아진다. 게다가 선천성 이상 위험이 단태아에 비해 2배 이상 높고 이로 인한 출생 후 뇌성마비는 약 4.5배, 신생아 사망률은 약 5배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