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보호자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유 없는 발작이 만 하루 이상의 간격을 두고 두 번 이상 발생하면 소아뇌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윤송이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도움말로 소아뇌전증에 대해 알아본다.
뇌전증이란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나는 비유발 발작이 24시간 이상의 간격으로 2회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발작은 전신이나 일부분의 경련부터 감각이상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가장 심각한 대발작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전신이 뻣뻣해지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입술과 몸에 청색증이 나타난다. 흔히 ‘거품’이라고 부르는 다량의 분비물이 입안에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뇌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총 14만3721명이었다. 이중 20세 미만 소아뇌전증 환자는 총 3만168명으로 전체 환자의 20%를 차지했다. 소아뇌전증의 원인으로는 선천적 뇌기형·유전·뇌손상·뇌종양·대사질환·면역질환 등이 있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기전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첫 발작을 보인 환자에서 2~3년 이내 발작이 재발될 확률은 조건에 따라 23~80%로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재발 후 세 번째 발작이 발생할 가능성은 79~90%로 매우 높은 편이다. 두 번 이상 발작이 재발하거나 뇌파·뇌영상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발작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관련된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행히 약물치료 환자의 약 70%는 2년 이상 발작이 없는 ‘발작 관해’ 상태를 보인다.
2년 이상 발작이 없는 관해 상태가 유지되면 약물치료를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갑자기 약물을 중단하면 ‘금단 발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6개월 이상 경과를 관찰하며 서서히 약을 감량해야 한다. 약물 중단 환자의 약 20%에서 재발할 수 있어 치료 후에도 전문의와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발병 연령이 너무 낮거나(만2세 미만) 혹은 너무 높은(만 10세 초과) 경우, 대뇌 병변, 뇌파에 뇌전증을 암시하는 방전이 있을 경우, 청소년근간대뇌전증(juvenile myoclonic epilepsy)이나 레녹스가스토증후군(Lennox-Gastaut syndrome), 기타 발작 유형 등은 재발 위험이 높으므로 약물치료를 중단해선 안 된다.
뇌전증 환자의 생활수칙
1. 환자와 보호자는 발작 대비 응급 대처법을 숙지한다.
일단 발작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환자의 몸이나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호흡을 안정시킨다. 혀를 깨물고 있다면 손수건이나 손을 입에 물려 손상을 방지한다. 발작이 수분 이내에 멈추지 않는다면 119에 신고해 신속히 응급실을 찾아나선다.
2. 수영·등산·자전거 등 사고위험이 높은 상황은 피한다.
뇌전증 환자는 경미힌 사고에도 일반인보다 신체 손상을 입을 위험이 높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수영은 보호자 참관 하에 진행하고, 등산처럼 높은 곳에 오르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자전거 및 기계를 이용한 작업도 삼가는 게 좋다.
3. 규칙적인 수면이 중요하다.
불규칙한 수면습관은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4. 학습·운동·단체생활 등을 제약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운동은 발작을 줄이고 뇌파를 호전시킨다. 다만 증상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방안 등을 관계자에게 미리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