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오래가는 유효성에 부작용은 미미” … 맞춤치료 위해 사전 유전자검사 필요 … 이미 차세대 약물 임상 중
경구용 트로포모신 수용체 키나아제(tropomyosin receptor kinase, TRK) 억제제인 바이엘의 ‘비트락비’(Vitrakvi 성분명 라로트렉티닙 larotrectinib)가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말에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0 가상회의에서 발표됐다.
비트락비는 2018년 9월 절제 불가능한 전이성 고형암 중 NTRK 유전자융합(neurotrophic receptor tyrosine kinase gene fusion)이 있는 종양을 적응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당시 이 약은 릴리가 2019년 1월 80억달러에 인수한 록소온콜로지(Loxo Oncology)의 소유였으나 한달 후 전세계 판권이 바이엘로 넘어갔다.
미국 필라델피아 주 펜실베이니아대 에이브람슨(Abramson) 암센터의 마르시아 브로스(Marcia Brose)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7가지 종양이 있는 116명의 TRK 융합암 환자들에게 세계 최초의 TRK 억제제인 비트락비를 투여한 결과, 중증 암환자의 10%에서 완전반응(complete responses), 60%에서 객관적반응(objective responses), 16%에서 질병안정화(disease stabilization), 9%에서 진행성질환(progressive disease, 표적병변이 20% 증가한 상태)이 나타났다.
모든 참여자의 치료반응기간 중앙값은 35.2개월이었고, 무진행생존기간(median progression-free survival)의 중앙값은 25.8개월이었다. 15개월 이상의 치료에도 비트락비로 치료할 수 있는 전체생존기간이 중앙값에 이르지 못했다. 아직도 살 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일부 환자는 51개월 이상 생존했다.
이를 포함해 3건의 비트락비 관련 임상 연구결과가 ASCO 2020에 소개됐다. NTRK 유전자 융합이 있는 성인암과 소아암 환자에게 라로트렉티닙(100mg)을 1일 2회 암 진행이나 견딜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날 때까지 투여한 결과 80%에 근접하는 높은 치료반응률을 보여 FDA 승인을 받은 결과가 소개됐다.
ASCO 보고서에서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56세로 53%가 여성이었다. 환자는 갑상선암(참가자의 22%), 침샘암(19%), 연조직 육종(16%), 폐암(12%), 대장암(7%), 흑색종(5%), 유방암(5%), 위장성 기형종양(3%), 기타 9종(각 2% 이하)으로 분포돼 있었다.
브로스는 뇌 전이 환자 14명 중 10명에게서 부분 반응이 관찰됐다고 전했다. 뇌 전이 환자들은 과거에 고강도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78%는 사전 전신요법을 받았고 68%는 2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지 1명의 환자만이 치료 관련 부작용으로 인해 비트락비의 투여를 중단해야 했으며, 부작용 수준은 대부분의 경우 1, 2 등급에 불과했다. 브로스는 “내가 암치료 의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비트락비 같이 작용하는 약을 찾기를 희망하며 암 치료와 연구를 했다”며 “연구를 하면서 이같이 (적은) 부작용을 본 것은 처음이다. 이는 수년 동안 나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뉴욕 레이크 석세스(Lake Success)에 있는 노스웰건강·암연구소(Northwell Health Cancer Institute)의 와시프 사이프(Wasif M. Saif) 내과 부원장은 이 자료에 대해 “인상적이고 고무적”이라며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여러 장기의 분자 프로세스를 공격해 NTRK 유전자융합암을 공격하는 유망한 치료방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이프는 “ASCO 2020에서 연구자들은 성인 환자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제시해 이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며 “폐, 갑상선, 대장 같은 흔한 종양뿐만 아니라 침샘암, 유아 섬유육종 등 많은 종류의 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특정 유전자를 대상으로 승인받은 신약을 가졌다는 게 매우 흥분되는 사실”이라고 극찬했다.
브로스는 “TRK 융합이 여러 암에 걸쳐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갑상선암의 경우 양성률은 최소 1~2%에서 최고 10% 이상”이라며 “NTRK 유전자융합암이 전체 암에서 차지하는 퍼센트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018년 이전에 TRK 테스트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NTRK 유전자가 인접한 다른 유전자와 섞이게 되는 NTRK 유전자융합은 소아 섬유육아종의 91%이상에서, 갑상선암의 2~12%에서, 아동의 중증 신경교종(high-grade gliomas)의 10%에서 발견된다. 이밖에 육종, 결장암, 교모세포종(glioblastoma), 두경부암, 폐암 등에서 3% 미만으로 나타난다.
그녀는 “비록 NTRK 유전자융합 발현 폐암은 전체의 1~2%에 불과하지만, 폐암 발생률 자체가 너무 높기 때문에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가치가 있을 수 있다”며 “정밀종양학(precision oncology) 시대로 접어들면서 환자들의 80%가 치료반응을 얻으려면 선행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로스는 “비트락비가 강하고 오래가는 종양 인식(tumor-agnostic) 유효성과 마음에 드는 안전성을 가졌다”며 “어떤 타입의 고형종양이든 NTRK 유전자 융합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비트락비로 치료하던 환자 중 암이 진행된 몇몇 환자는 개발 중인 차세대 다른 약물로 갈아탔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