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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해몽’ 코로나19 치료제 된 렘데시비르 … 정식 허가 받을까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5-26 20:46:52
  • 수정 2021-11-30 19: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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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료기간 4일 단축에 인공호흡기·중환자실 등 의료자원 증가 기대 … 오직 상업화 목매는 길리어드 행태 지켜봐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내린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유효성 부족도 문제지만 비용효과성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Remdesivir)’의 국내 긴급사용 승인과 수급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지난 25일 밝힌 가운데 약물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렘데시비르가 임상시험에서 치료기간이 단축되고 사망률도 일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내에서도 긴급사용을 추진할지 중앙임상위원회에 의견을 물어 식약처에 요청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지난 22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렘데시비르가 회복기간을 4일 앞당길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다국가, 다기관, 이중맹검, 위약 대조 임상연구에는 미국 45개, 유럽·아시아(영국, 스위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이스라엘, 스페인,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28개 등 총 10여 개국, 73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지난 2월 21일 환자등록을 시작해 두 달 동안 1000명 이상 환자를 모집해 약효를 평가했다.

코로나19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또는 위약을 10일간 투여한 결과, 렘데시비르 투여군은 회복기간이 11일로 위약(15일) 대비 약 31% 단축됐다. 또 14일 뒤 치명률도 렘데시비르 투여군 7.1%, 위약군 11.9%로 우위를 보였다. 부작용도 투여군 21.1%이 대조군 27.0%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번 임상에선 2000명 이상 대규모 환자 모집이 어렵다는 이유로 치명률 감소가 평가 항목에 들어가진 않았다. 대신 환자 상태가 회복되는 것을 치료의 평가 항목으로 설정했다. 임상시험 대상자는 입원한 상태에서 산소치료가 필요하거나 비침습 호흡, 습도·온도조절 산소공급기(high flow O₂ devices), 기계호흡, 체외막산소공급(ECMO) 등 치료를 받는 환자다.

하지만 치료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단축한 게 약효를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달리 보면 위약 대조군에서도 15일이면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표준치료법은 병원에 입원해 안정을 취하고 산소치료를 하는 것으로 이 정도만 해도 보통 완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지난 2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꿈보다 해몽’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에선 ‘치료기간이 4일 단축됐다는 것은 인공호흡기나 중환자실, 산소와 같은 가용 의료자원이 더 늘어나는(낭비되는 의료자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결과를 근거로 지난 1일 렘데시비르를 산소포화도 94% 이하인 중증 환자에 한해 긴급사용허가(EUA)를 승인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아 경증 환자에선 처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회복시간 단축 효과와 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사망률을 낮춘다는 게 임상으로 증명됐다”며 “이중 눈가림법으로 의학 대조군까지 잘 디자인된 임상시험을 거쳐 유효성과 안정성이 검증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높은 사망률을 볼 때 렘데시비르만 처방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아 다른 치료제 등을 병행해 증상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렘데시비르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치료제로 쓰기엔 무리라는 평가가 쏟아졌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실수로 렘데시비르의 중국 임상자료를 누출해 이를 입수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렘데비시르의 효과가 없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시행된 1상 임상에서 연구진은 237명의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158명에게 렘데시비르를, 나머지 79명에게 위약을 투여했다. 렘데시비르를 사용한 환자는 투약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아지거나 혈류 내 바이러스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치사율은 13.9%로 위약군 12.8%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부작용 발생률은 두 그룹이 65%로 같았으나 부작용으로 조기에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12% 대 5.1%로 오히려 렘데시비르 투여군이 높았다.

앞서 지난 4월 16일 캐슬린 멀레인(Kathleen Mullane) 미국 시카고대 감염병학과 교수는 렘데시비르를 사용해 자신이 주관한 코로나19 3상 임상에서 중증 환자 125명에게 투약한 결과 1주일 만에 113명이 고열과 호흡기 증상에서 회복돼 퇴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연구는 길리어드가 후원한 연구로 대조군도 설정되지 않았고, 5일 치료군을 10일 치료군과 비교하는 것으로 두 치료군의 효과나 부작용이 비슷하게 나와 유효성을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어 의구심만 키웠다는 평가다.

투자기관 제프리스(Jefferies)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이(Michael Yee)는 “저조한 임상환자 모집으로 중단된 연구이지 완성된 연구가 아님을 재차 강조한다”며 “렘데시비르는 완만하게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 마법의 탄환처럼 획기적으로 치유하는 약은 아니다”고 강조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길리어드 측은 “중국 내 임상시험은 참가자 수가 부족해 조기 종료됐고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론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급성 감염에서 항바이러스제는 조기에 투여할수록 좋은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경향이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FDA가 경증 환자에선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것과는 대비되는 주장이었다.

렘데시비르는 2013~2016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가 창궐할 당시 에볼라바이러스(Ebola Virus Disease, EVD) 치료를 위해 투약됐지만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연구가 중단됐다.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 DRC)에서 에볼라가 창궐했을 때 세계보건기구(WHO) 주관으로 2018년 11월 20일부터 2019년 8월 9일까지 진행된 PALM(The Pamoja Tulinde Maisha; 스와힐리어로 ‘함께 생명을 살린다’는 뜻) 임상에선 4가지 약물의 효능을 비교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생존율에서 리제네론파마슈티컬(Regeneron Pharmaceuticals)의 REGN-EB3가 71%, 국립보건원(NIH) 백신연구센터(Vaccine Research Center, VRC)가 개발한 맵114(MAb114)는 66%, 맵 바이오파마슈티컬(Mapp Biopharmaceutical)의 지맵(ZMapp) 51.3%, 렘데시비르 47%로 렘데시비르가 가장 낮았다. 전체 사망자 중 97%가 발병 후 10일 이내에 사망했으며, 발병 초기에 치료를 받은 환자만 계산해볼 때도 REGN-EB3 90%, 맵114 89%, 지맵 76%, 렘데시비르 67% 순으로 렘데시비르가 가장 성적이 떨어졌다. 사실상 에볼라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던 약물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것이란 가설과 함께 다시 등장했다.

최근 이어지는 길리어드의 행보는 의심스럽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23일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잠정 치료제로 희귀의약품(orphan drug)으로 지정해달라고 FDA에 요청했다.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연구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로 7년간 시장독점권과 세액공제, 신속승인 등 혜택이 주어진다. 이미 에볼라 치료용으로 2035년까지 유지되는 특허를 갖고 있지만 의미는 없다. 반면 희귀의약품이 되면 코로나19 치료제로 2027년까지 시장독점권을 인정받게 된다. 게다가 희귀의약품은 임상 비용의 약 25%를 세금에서 깎아준다.

이는 다른 제약사가 복제약(제네릭)을 만들지 못하도록 사전 차단하고 임상비용도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려는 것으로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시름하는 순간에도 오로지 이익만을 좇는 사악한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 “이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반응하는 등 전세계 여론이 불리해지자 길리어드는 슬그머니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을 철회하면서도 전세계 수요량 급증을 명목으로 임상시험 외 개별 환자에 대한 치료제 공급을 중단하는 등 옹졸한 행태를 보였다.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로 올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적으로 임상을 진행했고, 진짜약과 위약을 의사와 환자가 모르게 이중맹검하는 매우 깐깐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임상시험 실패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제약사가 돈을 대는 상업적 임상에선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렘데시비르의 임상 성과를 두둔했다. 이어 “의료자원 낭비를 줄이고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 국내 임상시험도 길리어드가 부담하지 않고 국민 세금인 서울대병원 연구기금을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다수 첨단신약은 극히 환자수가 적은 희귀질환이나 사망위험이 매우 높은 치명적 질환에만 단일군 오픈라벨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코로나19처럼 환자 수나 지원 희망자가 많고 희귀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명률이 낮은 질환에서는 위약 대조, 오프라벨, 이중맹검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게 국제적 관행이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포함)이 경증 및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협력기관 자격으로 이뤄진 연구자임상이다. 제약사가 의뢰한 게 아니라 연구자 측이 직접 부담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렘데시비르의 FDA 긴급사용승인 결과에 일부 반영됐다.

지난 3월 중순에 착수한 서울대병원의 최종 임상 결과는 예상대로 5월 중순보다 조금 늦은 지난 22일 나올 예정이었으나 미국 보건당국 고위관료의 언론 흘리기와 FDA의 급작스런 긴급사용승인으로 사실상 사전에 누출됐다. 따라서 길리어드의 상업적 판매에 활용될 임상연구에 굳이 나랏돈을 들여가며 동참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연구비 지출의 정당성과 투명성이 확보됐는지 서울대병원 측과 보건당국, 감사원 등은 감찰해볼 필요가 있다. 

오 교수는 “다른 약(차후에 나올 신약)은 렘데시비르와 효과가 같거나 이를 넘어서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분자 구조를 잘 파악해서 효능을 개선한 제2, 제3의 약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 FDA는 렘데시비르의 정식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1인당 렘데시비르 투약비가 4460달러(약 550만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약가 책정에 정부가 관여하지 못하고 제약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국 보건당국이 이런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지 않고 여론에 휩쓸려 렘데시비르를 허가한다면 애먼 건보재정만 축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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