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존슨앤드존슨은 지난달 백신 제조시설 증설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10월 백신 후보물질로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신중론자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자신감이지만 그 이면에서 연구와 육아를 병행하는 열혈 여성도 있어 화제다.
네덜란드 레이던(Leiden)의 존슨앤드존슨 연구단지 및 생산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린케 보스(Rinke Bos) 박사다. 약 12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신종 코로나 백신 발견팀을 이끌고 있다. 그녀는 그동안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을 연구해온 존슨앤드존슨의 면역학자다.
보스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백신의 이점을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연구자들의 주된 초점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공중 보건”이라며 “존슨앤드존슨은 충분히 백신을 만들 수 있고, 비록 우리 회사가 아니더라도 많은 회사들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우리 회사가 전세계를 위한 백신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보스는 “전세계가 원하는 백신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뜻 깊다”면서도 “흥분케 하는 프로젝트이지미나 일에 대한 압박도 크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컴퓨터에서 눈을 뗐다가 다시 돌아볼 때 메일함이 수북이 쌓이는 것을 보고 신경이 끊어질 듯한 압박감을 받는다”며 “많은 사람이 질문을 하고, 서둘러 답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보스는 올 1월 백신설계에 들어갈 때만 해도 연구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했지만 네덜란드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발효된 후 원격근무로 전환했다. 그 때문에 상세한 자료를 집으로 가져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연구의 구체적 사항이 누락되면 일의 진행이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백신 개발자인 그녀는 미디어 대변인, 온라인 동영상 출연자로도 활동하며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오리지널 온라인 시리즈 ‘백신으로 가는 길’(Road to a Vaccine)의 첫 회에 출연한 그녀는 저널리스트 리사 링(Lisa Ling)과 대담했다. 이후 매주 화요일 생방송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존슨앤드존슨 홈페이지(JNJ.com)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최고과학책임자(CSO) 폴 스토펠스(Paul Stoffels)와 바이러스 백신 발견 글로벌 책임자 한네케 슈이트마커(Hanneke Schuitemaker) 등 존슨앤존슨 과학자들도 이 쇼와 언론 인터뷰에 출연한 바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보스의 7, 9, 11세의 세 자녀는 처음에 엄마가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한다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방학 동안이나 휴가 때에는 엄마의 일에 예전만큼 우호적이진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보스는 “아이들 덕에 일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측면이 크다”고 했다. 그녀는 매일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가고, 혼자 달리거나 아이들과 함께 뒤뜰에 있는 트램펄린 위에서 뛰며 몸매도 유지하고, 매일 저녁 6~8시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하며, 책을 읽어주며 재운다.
그녀는 아이들이 잠들면 데이터 분석, 이메일 확인, 공부를 위해 컴퓨터가 있는 자리로 돌아간다. 온라인 화상 미팅에 계속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그녀가 현재 기대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가 이른 시일 내 종식되어 다시 사무실과 연구소로 돌아가 함께 일하는 것이다.
존슨앤드존슨의 보스 연구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연구일정에 비춰본다면 매우 소수로 구성돼 있다. 화이자, 사노피,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모두 70명 이상의 COVID-19 백신 개발팀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미국 연구원들은 정부기관의 호출을 받고 미디어와 접촉하는 등에 많은 시간을 뺏긴다. 그래서 12~18개월 안에 백신을 개발한다는 시간표에 회의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SVB리링크(SVB Leerlink)의 애널리스트 저프레이 포지스(Geoffrey Porges)는 백신 개발 일정이 짧아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들을 반박하는 장황한 보고서까지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을 밝게 보고 있다. 해마다 변이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비한다면 코로나19는 심플하고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보스는 “지난 반 년 동안 우리회사와 다른 회사로부터 광범위한 자료를 축적했다”며 “결실이 맺어진다면 백신이 인류를 보호할 것이며, 그것이 진정한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