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중이염은 감기, 비염 못잖게 소아에서 흔한 질환이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초래한다. 고막에서 달팽이관에 이르는 공간을 중이(中耳)라고 하며 이곳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염증이 생긴 게 중이염이다.
크게 급성 중이염(acute otitis media, AOM)과 삼출성 중이염(otitis media with effusion, OME)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은 3주 이내에 급성 염증이 나타나며 귀의 통증과 발열 증상을 동반한다. 삼출성은 중이에 액체가 고이지만 급성 감염의 증상이나 증후군이 없다. 대체로 급성은 화농성 중이염(suppurative otitis media)이며, 삼출성은 비화농성(nonsuppurative) 중이염으로 간주한다. 삼출성 중이염은 급성 중이염에 앞서서 또는 뒤따라 발생할 수 있다.
만성 중이염(chronic otitis media)은 중이강, 중이점막 상피세포 및 상피하조직의 변화와 구조물 및 골 파괴 징후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화농성 중이염또는
두 가지 모두 중이강 점막의 염증에서 기인하는 중이강 내 삼출액(middle ear effusion)을 동반한다. 삼출성 중이염은 주로 어린이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급성 중이염이 악화된 것이다.삼출성중이염은 약 3개월간 경과 관찰 후에 환기관삽입술이나 아데노이드제거술 등을 고려한다. 만성중이염은 약물 또는 수술적(유양돌기절제술, 고실성형술 등) 치료가 필요하다. 특별한 예방법이 없어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는 게 상책이다.
최현승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급성 중이염은 항생제 등 약물로 치료하고, 삼출성 중이염은 약 3개월간 경과 관찰 후에 환기관삽입술이나 아데노이드제거술 등을 고려한다”며 “만성 중이염은 약물 또는 수술적(유양돌기절제술, 고실성형술 등)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출성 중이염을 급성 중이염으로 잘못 판단하면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처방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 교수는 “유소아는 성인에 비해 면역기능이 미숙해 상기도감염에 잘 걸리고 아데노이드(코편도) 등 림프조직의 염증과 부종으로 이관기능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유소아의 이관구조는 성인보다 넓고 짧으며 수평에 가까워 상기도감염균이 중이강으로 들어갈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이염에 걸리면 원래 비어 있던 중이강에 염증이 생기면서 삼출액이나 고름이 차고 청력장애가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고막천공과 이루(고름이 귀 밖으로 나옴)가 생기고 귀의 통증과 어지럼증이 동반될 수 있다. 드물지만 염증이 뇌로 진행되거나 달팽이관에 구멍을 만들어 심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소아과학회에 따르면 △급성으로 나타난 중이염의 증상 및 징후 △중이강 내 삼출액 △중이의 염증을 나타내는 증상 및 징후가 모두 나타나야 급성 중이염으로 정의할 수 있다.
AOM 치료의 근간은 항생제 치료다. 하지만 내성균 발생 우려가 있어 일부 전문가는 처음부터 항생제를 쓰지않고, 2~3일간 대증치료를 하며 자연호전을 기다린다. 가벼운 통증과 발열에는 아세트아메노펜(acetaminophen), 이부프로펜(ibuprofen) 등 해열진통제 또는 소아에게 처방 가능한 진통소염제를 처방한다. 증상이 악화된다면 항생제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일반적으로 AOM은 대부분 세균이 원인이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호전되기도 하지만 일찍부터 항생제를 투여하면 더 빠르게 증상이 개선된다. 또 항생제 사용 시 화농성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아 AOM에 항생제 치료가 추천되고 있다.
대증요법 없이 바로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중증의 급성중이염 △생후 6개월 미만 △생후 24개월 미만이면서 급성중이염으로 확진된 경우 △최근 항생제를 이미 복용한 경우 △급성편도염 등 동반질환으로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 △2~3일 후 추적관찰이 불가능한 경우 △이미 다른 병원에서 경과관찰을 시행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중등도, 중증에 대해 5일씩 투여하며 연장해 총 10일 요법을 기본으로 한다. 경증에서는 5~7일 요법도 가능하다. 1차 항생제 사용 48~72시간 뒤 호전이 없으면 2차 항생제를 투여하고 그 뒤에도 호전이 없으면 3차 항생제를 쓴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가 있으면 어느 시점에서든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선택되는 항생제는 아목시실린(amoxicillin)으로 고용량(80~90mg/kg/day)이 권고된다. 단 생후 24개월 이상이면서 최근 항생제를 투여받은 적이 없고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는 경우에는 표준용량(40~50mg/kg/day)을 투여한다. 보령제약 ‘에이씰린캡슐’(성분명 아목시실린), 동화약품 ‘파목신시럽’(아목시실린) 등이 대표적이다.
아목시실린은 화학구조상 3개의 탄소 원자와 1개의 질소 원자로 이루어진 베타락탐 환(β-lactam ring)을 가지는 베타락탐계 항생제 종류 중에서도 페니실린계 항생제에 속한다. 세균의 세포 내 페니실린 결합단백질(penicillin-binding protein)에 결합해 세포벽이 합성되는 단계를 저해함으로써 항균작용을 나타낸다.
페니실린에 두드러기나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등의 제1형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마크로라이드(Macrolides)계 항생제를 쓸 수 있다.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 클래리스로마이신(Clarithromycin), 록시트로마이신(Roxithromycin) 등이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지스로맥스건조시럽’(Zithromax, 성분명 아지트로마이신), 한독 ‘루리드정’(록시트로마이신), 종근당 ‘헤리클로정’(클래리스로마이신) 등이 대표적이다.
아지트로마이신은 기관지염, 폐렴, 부비동염, 성병 등 세균에 의한 각종 감염증 치료에 쓰인다. 세균의 리보솜(ribosome)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단백질 합성을 저해함으로써 세균 증식을 억제한다.
제1형이 아닌 페니실린 과민반응에는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s)계 항생제를 1차 항생제로 사용한다. 세파드록실(cefadroxil), 세파트리진(cefatrizine), 세프디니르(cefdinir), 세프디토렌(cefditoren), 세프포독심(cefpodoxime), 세프프로질(cefprozil), 세프티부텐(ceftibuten), 세퓨록심(cefuroxime) 등이 있다. 이 중 보령제약의 ‘보령메이액트세립’(성분명 세프디토렌, cefditoren), 이노엔(옛 씨제이헬스케어)의 ‘바난정’ 및 ‘바난건조시럽’ (세프포독심, cefpodoxime)은 3차 선택제로 많이 쓰인다.
일부 세균은 베타락탐 환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해 아목시실린이 작용을 방해하고, 항생제에 노출돼도 생존할 수 있는 내성을 나타낸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베타락탐 분해효소 억제제인 클라불란산(clavulante)이나 설박탐(sulbactam) 등이 아목시실린과 복합 처방되기도 한다.
중증인 경우 2차 선택 항생제 아목시실린·클라불라네이트(amoxicillin·clavulante)를 1차 약제로 바로 사용한다. 이 때 클라불라네이트 용량이 10mg/kg/day를 초과하면 설사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 한미약품 ‘아목클란네오시럽’(이하 동일 성분, 아목실린·클라불라네이트), JW신약 ‘목사멘틴네오시럽’, 동성제약 ‘크라맥스듀오시럽’, 일성신약 ‘오구멘틴듀오시럽’ 등이 대표적이다.
2차 선택 항생제로도 치료에 실패한 경우 3차 항생제로 3세대 세파계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 세파클러(Cefaclor)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세프트리악손은 50mg/kg/day 용량으로 3일간 주사투여가 권고되며 신풍제약의 ‘세프악손주’(성분명 세프트리악손) 등이 대표적이다.
세파클러는 신풍제약 ‘크린세프시럽’(성분명 세파클러수화물) 등이 있으며 1일 체중 Kg당 20mg을 8시간마다 분할 투여한다. 중증 감염증, 중이염, 항생제 감수성이 낮은 감염의 경우 1일 체중 Kg당 40mg을 투여할 수 있으며 최대용량은 1일 1g이다. 다만 세파클러와 세픽심(Cefixime)에 내성을 보이는 국내 유소아가 많아 처방이 줄고 있다.
항생제는 습도에 민감한 제품이 있어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아목시실린, 클라블란산칼륨 등 성분은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이들 성분이 함유된 건조시럽 제품은 냉장보관하는 게 좋다. 세프포독심, 아지스로마이신 등은 냉장상태에서 14일간 보관할 수 있다. 세파클러 건조시럽도 2주간 냉장보관할 수 있다. 그 이상 날짜가 지나거나 더위 속에 방치됐다면 다시 처방받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