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 증가로 무릎질환 환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무릎관절증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2005년 167만6000명에서 2019년 296만8567명으로 약 77% 증가했다.
신체 하중이 집중되는 무릎은 노화로 인한 퇴행성 관절염이 가장 빨리 오는 신체 부위다. 무릎관절염은 국내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절반 이상이 앓는 국민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만성질환 1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 2위이기도 하다. 무릎관절 외에도 손가락관절, 발목관절, 엉덩이관절(고관절)도 나이들면 질환에서 자유롭지 못해 신경써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일반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 환부에 주사하는 윤활제에 그친다. 이에 차선책으로 관절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한 ‘관절 및 연골 건강’ 기능성 원료로는 MSM(엠에스엠, Methyl sulfonyl methane)과 N-아세틸글루코사민(NAG), 글루코사민, 초록입홍합추출물, 뮤코다당·단백(콘드로이틴·히알루론산), 보스웰리아 추출물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성분으로 만들어진 건강기능식품 또는 일반식품은 의약품이 아니어서 맹신은 금물이다.
MSM, 관절 내 염증물질 생성 억제해 관절통 완화
MSM은 흰색 가루 형태의 유기황화합물로 유황 중에서도 독성을 제거해 먹을 수 있는 식이유황이다. 황은 인체를 이루는 14가지의 기본 구성원소 중 8번째로 많이 차지하는 필수원소다. 요즘 속칭 ‘8대 영양소’로 불리는 이유다.
황은 관절과 연골, 인대, 뼈, 근육, 머리카락 등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 MSM은 관절의 원료가 될 뿐만 아니라 관절 내 염증물질 생성을 억제한다. 항염증 효능으로 관절통 완화에 도움을 준다. 꾸준히 섭취하면 근육조직의 수축이 줄어 근육경련을 완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불편감·뻣뻣함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MSM의 효과는 2006년 국제 학술지 ‘골관절염 및 연골조직’에 실린 논문에서도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무릎이 불편한 환자 50명에게 하루 6g의 MSM을 12주간 섭취토록 한 결과 무릎 통증과 불편함이 크게 개선됐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장애·통증 정도를 나타내는 골관절염증상지수(The Western Ontario and McMaster Universities Arthritis Index, WOMAC, 96점 만점에 낮을수록 증상 경미)가 섭취 전 평균 58에서 43.4로 낮아졌다. 이 중 기능제한(functional limitation, 68점 만점으로 낮을수록 양호)는 51.5에서 35.8로 줄었다.
자연의학 전문가인 장봉근 제이비케이랩(JBK LAB) 대표는 “유황은 아미노산의 구성 성분으로 체내에서 다양한 해독작용에 관여한다”며 “혈액을 정화하고 세포를 보호하며 인체의 항산화반응에 관여하고 간에서 답즙분비를 촉진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유황은 육류, 계란, 생선 등에도 함유돼 있지만 마늘, 양파, 파, 부추, 달래 등 오신채(五辛菜) 같은 식물에도 폭넓게 분포돼 있다”고 덧붙였다.
글루코사민, 건강한 연골 만드는 프로테오글리칸 생성 촉진
연골은 글루코사민, 콘드로이틴, 콜라겐 등 3가지 주요 성분으로 구성된다. 글루코사민은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며 갑각류와 곤충의 외피를 이루는 키틴질에 다량 함유돼 있는 천연물질이다. 음식물을 통해 소장에서 흡수되는 글루코사민은 프로테오글리칸의 구성물질인 동시에 연골세포를 자극하고 정상화시켜 프로테오글리칸의 생성을 촉진한다. 또 연골세포를 자극해 다른 연골 구성성분인 콜라겐을 생성한다. 프로테오글리칸은 다량의 수분과 촘촘히 결합해 탄력있고 건강한 연골이 되도록 유도한다.
글루코사민은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기도 하고, 병원 처방도 가능하다. 염산글루코사민과 황산글루코사민이 있는데 염산글루코사민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가 많지만 연골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는 데는 황산글루코사민이 더 낫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판매되는 제품에는 황산글루코사민이 주종을 이룬다.
콘드로이틴은 글루코사민과 마찬가지로 관절염에 특효가 있는 성분이다. 관절 안으로 액체를 끌어당겨 연골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콜라겐의 생성을 돕는다. 건강기능식품 용어로는 ‘뮤코다당·단백’에 포함된다. 친숙한 원료인 상어연골도 바로 콘드로이틴 성분이다. 소, 돼지, 상어, 가금류, 오징어, 게, 어패류 등 여러 동물의 연골조직에서 얻을 수 있다.
상어연골은 스쿠알렌(유지)과 함께 상어에서 나온 건강식품이다. 암의 전이를 막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오래 전부터 류마티스관절염의 환부에서 모세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 관절염을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관절염 민간요법으로 이용돼 왔다. 상어연골에는 칼슘을 비롯한 각종 무기질과 콘드로이틴과 같은 뮤코다당체·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뮤코다당·단백, 콘드로이틴, 상어연골 등은 유사한 성분이어서 굳이 다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
GAG 생성하는 NAG, 글루코사민보다 체내흡수율 3배 높아
MSM과 더불어 관절 건강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성분은 N-아세틸글루코사민(N-Acetylglucosamine, NAG)이다. NAG는 식약처로부터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NAG는 글루코사민이 체내에서 이용하기 좋게 전환된 형태다. 글루코사민보다 체내 흡수율이 약 3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관절을 구성하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분해를 억제하고 연골을 채우는 글리코사미노글리칸(glycosaminoglycan, GAG)의 생성을 촉진한다.
2001년 미국 ‘정골의학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Osteopathic Association)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NAG를 6주간 하루 1.5g씩 복용했을 때 퇴행성 관절염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 10명 중 5명에게 NAG를, 나머지는 위약을 복용하게 했다. NAG를 섭취한 사람은 6주 후 혈중 글루코사민 농도가 평균 310.4nmol/mL 증가한 반면 위약 그룹은 같은 기간 동안 332nmol/mL 감소했다. 관절염의 정도를 나타내는 WOMAC 수치도 NAG 섭취군이 위약 그룹의 절반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NAG가 관절염 환자의 치료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마오리족의 관절건강 지키는 ‘초록입홍합’, 염증 유발 류코트리엔 생성 억제
초록입홍합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관절 건강 비결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세기 뉴질랜드로 이주한 유럽인은 해안가에 사는 마오리족 관절이 내륙에 사는 마오리족에 비해 훨씬 건강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안가 마오리족이 즐겨 먹는 초록입홍합을 연구한 결과 관절염 예방에 효과적인 항염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으며, 이것이 염증유발물질인 류코트리엔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4가지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의 혼합물인 ‘리프리놀’(Lyprinol 상품명)이 주성분이다. 이 중 아이코사펜타엔산(EPA) 및 도코사헥사엔산(DHA) 등이 항 류코트리엔 작용을 하며, 알파리놀렌산(ALA)과 도코사펜타엔산(DPA)도 들어 있다. 연골을 구성하는 뮤코다당·단백질도 소량 함유돼 있다.
콜라겐·히알루론산, 외부 충격 흡수 및 탄력 유지 역할
콜라겐은 피부(가죽)·건(힘줄)·연골·근육·뼈 등의 주요 구성성분이다. 동물 전체 단백질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형태를 지탱해주고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조직 탄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콜라겐 제품을 고를 때는 흡수율이 높은 ‘저분자’ 콜라겐을 선택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속칭 ‘트리펩타이드’로 불리는 어류 저분자 콜라겐은 3개의 아미노산이 나선형으로 반복해서 연결된 것으로 분자량이 작다. 체내흡수율이 육류 유래 콜라겐보다 수십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 어류 콜라겐은 분자량이 적어 더 빠르게 흡수되고 효과도 더 일찍 나타난다고 돼 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 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소 콜라겐 추출물(가죽·뼈·근육 유래)이나 흔히 식용하는 돼지껍질, 족발, 닭날개 등에 함유된 콜라겐은 분자량이 커서 흡수가 더디다.
이에 따라 어류 콜라겐은 진피 치밀도, 피부주름, 표피층 수분량을 개선하는 등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며 혈관 건강, 골다공증 개선, 고혈압 예방, 관절연골 손상 회복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류 콜라겐은 빠른 흡수 속도를 원하고 육식을 기피하는 사람에게 적합할 뿐 육류 유래 콜라겐을 먹어도 시간이 지체될 뿐 효과는 거의 같다는 반론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식품을 통해 공급받아도 무난하다. 다만 어느 콜라겐이든 과다 섭취할 경우 설사나 메스꺼움을 동반할 수 있다.
콜라겐은 비타민C·D와 함께 먹으면 더 효과적이다. 비타민D는 근육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해 단백질 합성과 근육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비타민C는 이미 생성된 콜라겐을 보호하고 유해산소로부터 파괴되는 것을 예방한다.
히알루론산은 연골에 있는 단백다당질의 주요성분이다. 콘드로이틴의 구성물질인 갈락토사민이 글루코사민으로 치환된 게 히알루론산이다. 일명 연골주사는 히알루론산을 무릎 관절 내 주사를 통해 보충해 주는 것으로 관절 내 윤활 작용에 도움을 준다. 히알루론산도 친수성이 강해 물분자를 잘 끌어들이므로 관절 내 연골과 활액을 구성하면서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 및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연골의 탄력성을 높인다. 시중에 판매하는 관절 관련 건강기능식품에는 히알루론산이 부원료로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수탉의 닭벼슬이나 유전공학적 방식으로 세균에서 배양 추출한다.
체내 염증물질 류코트리엔 형성 막는 보스웰리아
보스웰리아(Boswellia serrata, 일명 인도 유향)는 인도·아프리카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프랑킨센스(frankincense) 나무에서 채취한 진액을 굳힌 알갱이다. 인도와 펀잡 지방이 원산지로 파키스탄까지 확산된 식물이다. 동의보감엔 ‘유향(乳香)’이 ‘아픈 것을 멈추고 새살이 돋게 한다’고 언급되고 있다. 국내서는 감람나무과(Burseraceae)의 유향나무(Boswellia carterii Birdwood) 또는 같은 속 근연식물의 목피에 상처를 내어 얻은 수지를 유향으로 쓴다.
2007년 인도에서 실시된 임상연구 결과 보스웰리아는 체내 염증물질의 일종인 류코트리엔(Leukotrienes)의 형성을 막아 골관절염 통증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고대 로마에서는 전쟁 전 부상에 대비한 진통제로 보스웰리아를 구비했다는 기록이 있다. 인도 전통의학에서는 당뇨병 치료에 활용됐다. 항염 작용이 있는 인플라신(Inflacin) 성분이 풍부해 피부트러블 개선에도 도움된다.
하루 적정 섭취량은 4g이다. 너무 많이 먹으면 위장장애, 메스꺼움, 어지러움, 구토, 설사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거나, 임신 또는 수유 중인 여성은 섭취를 피해야 한다.
칼슘 흡수 돕는 비타민D 보충도 필요
관절염이 심하면 빈혈과 골다공증이 따라오기 쉽다.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뼈를 만들어주는 칼슘과 함께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를 보충해줘야 한다. 독한 술은 뼈를 약하게 하고 체중을 불리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일부 관절염치료제와 같이 복용할 경우 간과 위장관에 출혈과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해림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관절염은 치료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변화도 중요하다”며 “환자 스스로 질병을 이해하고 적절한 운동과 체중조절, 관절의 과도한 사용 줄이기 등으로 관절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