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 로스(Loos) 소재 제약사인 젠핏(GENFIT)이 11일(현지시각) 유력 비알코올성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 치료제인 엘라피브라노(elafibranor)의 최종 임상 3상 결과를 공표하며 사실상 실패를 자인했다.
PPARα/β 작용제인 엘라피브라노는 지난 2월 3상 임상을 마쳤음에도 젠핏은 약물의 유효성 및 안전성과 상관없이 데이터 분석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공개를 늦췄다.
그러나 ‘RESOLVE-IT’ 임상 3상 뚜껑을 연 결과 엘라피브라노는 위약 대비 간 섬유화를 악화시키지 않고 NASH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젠핏은 2~3단계 섬유증을 가진 NASH 환자 1070명을 대상으로 위약과 엘라피브라노 120mg를 72주간 투여한 결과 엘라피브라노군(717명)의 NASH 해소(resolution·분해능) 도달률은 19.2%로 위약군의 14.7%와 비교해 유의미한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
섬유화 개선에서도 엘라피브라노 투여군은 24.5%만이 최소 한 단계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와 위약군은 22.4%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트리글리세리드(혈중 중성지방) 및 콜레스테롤 등 대사 관련 지표도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젠핏은 앞선 2상 임상에서도 엘라피브라노의 효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젠핏은 NASH 초기 단계의 환자가 너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엘라피브라노 등 PPAR 작용제는 시판 후에도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과거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어크(Newark) 소재 시마베이테라퓨틱스(CymaBay Therapeutics)도 PPARα/β 작용제 세라델파(Seladelpar)로 NASH 치료제 개발에 나섰으나 중간 임상에서 예상하지 못한 간 손상으로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이에 젠핏은 엘라피브라노가 세라델파와 매우 다르며, 임상시험 결과 간 손상 관련한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RESOLVE-IT 임상에서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몇가지 중간분석 결과 기준을 충족했다는 입장이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ASK1 억제제 셀론서팁(selonsertib), ACC 억제제 피르소코스타트(firsocostat), FXR 작용제 실로펙서(cilofexor) 등이 잇따라 실패의 늪에 빠졌다.
FDA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은 NASH 약물이 없는 상태에서 지금까지는 미국 인터셉트파마슈티컬(Intercept Pharmaceuticals)의 ‘오칼리바’(Ocaliva, 성분명 오베티콜릭산 obeticholic acid, OCA)가 최초의 NASH 치료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칼리바는 1일 1회 25mg을 투여한 집단에서 환자의 23.1%, 10mg 투여군에서 17.6%가 간 섬유화 증상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의 11.9%에 비해 더블 스코어다. 그러나 허가가 유력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는 분석도 적잖다.
이와 함께 지난 6일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는 GLP-1 작용제 당뇨병 치료약인 오젬픽(Ozempic,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이 위약 대비 우수한 NASH 해소 능력을 보여줬다고 발표했다. 0.4mg를 매일 맞은 섬유화 단계 F2~F3인 환자 56명 중 33명(59%)이 간섬유화가 악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NASH 해소 효과를 보여 위약군의 17%(58명 중 10명)보다 나은 약효를 입증했다. 0.1mg과 0.2mg 투여 환자는 각각 40%와 36%가 NASH 해소 목표치에 도달했다.
이밖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인근 웨스트콘스호호켄(West Conshohocken) 소재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 나스닥 MDGL)의 갑상선호르몬수용체(thyroid hormone receptor-beta, THR-beta) 작용제 ‘레스메티롬(resmetirom, MGL-3196)’은 2상에서 25% 환자가 NASH 해소를 나타냈지만, 위약은 6%에 그쳤다. 이 회사는 레스메티롬의 후속 약물로 THR-beta 선택적 작용제인 MGL-3745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