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전만해도 BRCA(BReast CAncer) 유전자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는 있었지만 BRCA 변이 여부와 상관없이 난소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는 없었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미국 머크(MSD)의 다중ADP-리보스중합효소(poly ADP-ribose polymerase, PARP) 억제제인 ‘린파자정’(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과 로슈의 아바스틴(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 bevacizumab)의 병용요법이 BRCA 변이와 상관없이 상동재조합결핍(homologous recombination deficiencies, HRD) 양성 난소암 치료제로 지난 9일 FDA의 승인을 얻었다.
제줄라는 2017년 3월 27일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완전 또는 부분 반응(CR 또는 PR)을 보이는 재발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나팔관암), 원발성 복막암이 있는 여성의 1차 유지요법제로 처음 처음 허가받았다. 2019년 10월 23일 HRD 양성, 재발성 난소암, 난관암(나팔관암), 원발성 복막암의 4차 치료제(3차례 화학요법제 선행 후)로 추가 적응증을 획득했다.
린파자, 제줄라에 비해 적용 대상 좁아
그러나 린파자의 승인은 제줄라만큼 그 적용 대상이 넓지는 않다. FDA가 승인한 린파자+아바스틴 병용요법은 HRD 양성이라는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다. HRD 음성 환자에게도 사용이 가능한 제줄라보다 적용 범위가 적다. 린파자+아바스틴 병용요법이 HRD가 없는 환자에게서는 사망 위험을 단지 8%만 줄였기 때문이다.
DNA 손상이 일어나면 BRCA1, BRCA2, PALB2 등 종양억제유전자(腫瘍抑制遺傳子, tumor suppressor gene)와 PARP 단백질로 불리는 다중ADP-리보스중합효소(poly ADP-ribose polymerase, PARP)가 손상된 DNA를 복구한다. 그러나 결함이 심해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 이들 유전자와 효소는 세포자살(apoptosis)을 유도하는 쪽으로 정리한다. 이 때 이중가닥 DNA는 종양억제유전자의 상동재조합회복(homologous recombinational repair, HRR)을 통해 복구되며, 단일가닥 DNA는 PARP1에 의해 수리된다.
불완전한 DNA복구는 오히려 암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돕는다. 오히려 PARP가 DNA 복구에 관여하지 않을 때, HRR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HRD(양성)일 때 암세포는 DNA에 큰 손상을 입어 세포자살에 이르게 돼 인체의 입장에서 이익이 된다. PARP 억제제는 HRD일 경우에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진행성 난소암 환자 2명 중 1명은 HRD 양성 종양이다. 린파자의 PAOLA-1 임상시험에 따르면 린파자는 BRCA 변이 여부와 상관없이 아바스틴과의 병용 투여했을 때 전체 환자의 질병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41%까지 낮췄다.
이 중 HRD 양성 환자 387명에서 린파자·아바스틴 병용요법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67%가량 감소됐다. 이들 중 병용요법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37.2개월, 아바스틴 단독 투여군은 17.7개월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HRD 양성 난소암 환자에게서 3년 이상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을 기록한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을 유럽의학종양학협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ESMO)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린파자 복용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평균 22.1개월인 반면, 아바스틴을 복용군은 16.6개월이었다.
린파자+아바스틴 병용요법은 BRCA 변이 여부와 상관없이 HRD 양성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제줄라와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HRD 음성 난소암 시장에서는 제줄라가 압도적으로 아바스틴을 누르고 있다. 투자분석기관인 리링크파트너스(Leerink Partners)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베렌스(Andrew Berens)는 ”제줄라는 HRD 양성 환자군에서 최고의 상업적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아바스틴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경쟁해야 한다”고 지난 8일 투자자 노트에서 밝혔다.
제줄라, 편의성·단독요법으로도 강점
GSK의 제줄라는 복용 편의성에서 강점이 있다. 제줄라는 알약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로 병원 방문이 기피되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집에서도 투약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아바스틴은 주사제로 투약 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GSK의 상무이자 종양학 사업부의 글로벌 책임자인 악셀 후스(Axel Hoos)는 “병용요법에서 두 번째 첨가되는 약은 부가적인 독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종양학회(ESMO) 전무이사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종양학 사업부 글로벌 책임자인 데이브 프레드릭슨(Dave Fredrickson)은 “린파자와 아바스틴의 독성이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들 약물의 병용요법은 린파자를 단독으로 복용했을 때와는 다른 측면의 부작용이 있지만, 우리는 위험을 상쇄할만한 유익성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린파자+아비스틴, 난소암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 유지할 것”
린파자+아바스틴 병용그룹에서 난소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28.1개월인 반면, 제줄라는 19.6개월이다. 베렌스는 “린파자가 현재 BRCA 양성인 난소암 환자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할 것이며, HRD 양성 환자에게서 ‘수치상 더 나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직 시간만이 난소암 치료제 시장에서 어떤 약물이 주도권을 잡을 지를 알려줄 것이다. 아직까지 린파자는 PARP 억제제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린파자는 난소암, 유방암, 췌장암으로 FDA 승인을 받았으며 난관암, 복막암의 유지요법제로도 쓰인다.
린파자는 전립선암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해 항암제 전문제약기업 클로비스온콜로지(Clovis Oncology)의 ‘루브라카’(Rubraca 성분명 루카파립 rucaparib)와 경쟁하고 있다. 린파자는 현재 적응증 확대를 위해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에서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마커가 확인된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항암효과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