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45)는 어버이날을 맞이해 깜짝 선물로 보청기를 골랐다. 1년 전부터 통화를 할 때마다 같은 말을 2~3번씩 반복해야 비로소 알아 듣는 부모님을 위해서다. 하지만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종류도 다양해 하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독단으로 보청기를 사드렸다가 짜증만 듣게 됐다.
70dB 이상 난청엔 ‘보청기’ 대신 ‘인공와우수술’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을 쓰는 것처럼 청력이 예전같지 않다면 보청기 착용을 고려해야 한다. 기준은 청력손실 정도가 35dB 이상일 때다. 정상적인 청력역치는 0~25dB이다. 일반적으로 보청기를 착용하면 장애인이라는 편견이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귀속형 보청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구입 시에는 반드시 환자의 청력 정도, 나이, 귀질환 유무, 외이도 상태, 일상생활 불편감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보청기가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며 “전문 의료진의 검사를 토대로 착용자의 청력 손실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청력을 개선할 수 있는 적합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전농(91dB 이상)인 경우는 잔청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의 소리를 보청기로 아무리 증폭시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며 “보청기로 대부분 청력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보청기 효과가 없는 70dB 이상 난청은 인공와우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6주 이상 적응 기간 필요, 사용시간 조금씩 늘려야
여 교수는 “보청기 착용 후 일정 기간 소리가 부드럽게 들리지 않는 것은 뇌가 보청기 소리를 인지하는 데 약 6주가 소요되기 때문”이라며 “조용한 곳에서 시작해 점점 시끄러운 환경으로 옮겨가면서 착용하는 게 좋고, 사용 시간을 점차 늘려가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수면 시 보청기를 착용하면 외이도 손상과 파손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 때엔 빼는 게 좋다.
여 교수는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보청기는 방수 기능이 있지만, 물이 들어가면 성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게 좋다”며 “소리가 작아지거나 잡음이 발생하면 보청기 전문의나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해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