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일반적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피부암을 AI로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피부암은 대개 가려움증이나 통증 같은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평범한 점‧반점‧결절에서 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분해내기가 매우 어렵다. 방치하며 피하‧근육‧뼈 등으로 암세포가 퍼질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야 한다.
김성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로 피부암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6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AI의 진단 정확도가 전문의의 진단 정확도와 비슷하게 나왔다.
몇 년 전부터 AI를 활용한 피부암 진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AI는 얼굴 사진을 보고 피부암을 직접 검출할 수가 없었다. 얼굴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물이 있어 AI가 피부암과 정상 구조물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AI에 피부 종양 사진, 피부질환 및 정상 피부 사진 110여 만장을 사전에 학습시켜 피부암으로 추정되는 병변의 위치를 검출하고 피부암 유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10년 1월~2018년 9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전남대병원·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673명의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사진 2845장을 테스트에 사용했다. 그 결과 AI의 피부암 진단 민감도는 89.2%로 나타났다. 민감도는 실제 질병이 있을 때 질병이 있다고 진단할 확률을 의미한다.
전문의 13명과 AI에게 피부 사진(테스트셋 325장)을 보여줬을 때 AI는 한 명의 사진을 분석하는 데 10초 이냐의 시간이 소요됐으며 전문의 민감도는 95.0%로 AI의 민감도 92.5%와 비슷했다. 타과 의사 20명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피부암을 감별하도록 했을 때 민감도는 77.2%로 AI의 진단 정확도가 현저히 우월했다.
이전의 AI를 이용한 피부질환 진단연구들은 병변 부위만 잘라놓은 사진을 보고 암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분류 연구(Classification Study)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가 암으로 의심되는 병변을 AI에게 일일이 지목해줘야 했고 피부암과 전혀 무관한 염증성 병변이나 정상 구조물에 대해 양성으로 진단하는 문제가 많았다.
김 교수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AI가 증명사진과 같은 얼굴 사진에서 병변의 위치까지 자동으로 찾아내 진단했고 결과적으로 전문의와 비슷한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AI가 잘려있는 병변 사진이 아닌 증명사진과 같은 얼굴 사진에서 얼굴의 골격 구조를 인지하고 암의 위치까지 자동으로 찾아낸 검출 연구(Detection Study)로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김성환 교수는 “실제 진료에서는 전문의는 환자의 병력을 종합해서 진단하겠지만 AI는 의사보다 빠르고 쉬지 않고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의 환자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번 연구가 구별하기 까다로운 피부암 조기 발견 및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김성환 교수와 함께 한승석 아이피부과 원장, 장성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 문익준 연세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합성곱신경망(CNN)을 이용한 피부암 진단'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국제 피부연구학회지 'JAMA Dermatology' 2020년 1월호에 게재됐다.